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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의 세계|종(鐘) 수집

가슴속 파고드는 오묘한 울림|박도순

  • 글·박도순/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사진·지재만 기자

가슴속 파고드는 오묘한 울림|박도순

가슴속 파고드는 오묘한 울림|박도순

박도순 교수는 “거실 벽면의 종 장식장 앞에 서면 은은한 종소리가 울려오는 것 같다”고 한다.

나는우연한 기회에 종(鐘)과 만나게 됐다. 1973년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에서 연수를 받았는데, 처음 외국에 나간 터라 되도록 여러 곳을 가보고 싶었다. 말로만 들었던 그 유명한 스와니 강에도 찾아갔는데, 한강보다 작은, 조그만 계곡 같은 광경에 이만저만 실망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나는 평생을 함께할 종을 만났다. 스와니 강 근처에 있는 포스터기념관에서 종 전시회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별다른 생각 없이 조그만 종을 구입했다. 그런데 그 후부터 여행할 때마다 기념으로 종을 사는 게 취미가 됐다. 그러기를 30여년. 하나둘 사모으기 시작한 것이 60여개 나라의 700여종에 달한다. 어느 곳이든 가면 종을 사는 것이 일차적인 과제가 되었을 정도다.

종을 모으는 과정에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았다. 1970년대 말 구소련의 종을 구하려 동분서주한 적이 있었다. 당시 구소련에서 종을 구하기는 무척 어려웠다. 러시아 혁명 때, 종의 용도가 하인을 부르는 데 있다고 해서 대대적으로 종을 없앴기 때문이다. 결국 지인을 통해서 간신히 자그마한 종을 하나 구할 수 있었다. 인도네시아 산간 지역 골동품가게에서는 1500년이 넘은 종이라는 상점 주인의 말만 듣고 고가에 구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종이 실제로 그렇게 오래된 것인지 검증받지는 않았다. 종을 구하느라 비행기 시간을 놓친 적도 여러 번이다.

종이란 참 오묘한 것이다. 종이, 나무, 유리, 금, 은 등 거의 모든 물질이 종의 재료가 된다. 종 모으기는 내가 살아가는 데 큰 기쁨을 선사했다. 종 수집은 내 평생 계속될 것이다.

신동아 2004년 10월 호

글·박도순/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사진·지재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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