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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발디 ‘라 테발디(La Tebaldi)’

  • 전원경 동아일보 출판기획팀 기자 winnie@donga.com

테발디 ‘라 테발디(La Tebaldi)’

테발디 ‘라 테발디(La Tebaldi)’
지난해 12월19일 세기의 소프라노 레나타 테발디가 산마리노의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향년 82세였다. 천수를 다 누리고 갔기 때문일까. 세계의 언론은 차분하게 한 시대를 풍미한 불멸의 목소리를 기렸다. 테발디가 일생을 두고 겨뤄야 했던 숙명의 라이벌 마리아 칼라스가 1977년 사망 당시 전세계적인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던 것에 비하면 지나치리만큼 조용한 종말이었다.

이런 대접은 테발디에게 약간은 부당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생전의 테발디는 칼라스와 오페라계를 양분했던 불세출의 소프라노로 일컬어졌다. 그녀와 칼라스, 아니 테발디와 칼라스의 추종자들 사이에서 벌어졌던 갈등과 싸움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실제로 전성기의 테발디와 칼라스는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실력의 소유자들이었다. 칼라스가 얼음처럼 차갑고 날카로운 음성과 드라마를 가진 소프라노였다면, 테발디는 목소리 자체의 아름다움과 완성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리릭 스핀토 소프라노 테발디에게서 칼라스 같은 극적이고 폭넓은 음역이나 무대를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찾는 것은 사실 무리다.

그러나 테발디의 노래에는 칼라스가 갖추지 못한 우아함, 서정적이고 온화한 기품이 담겨 있었다. 목소리 자체의 완결성만으로 따지자면 테발디는 칼라스보다 분명 한 수 위였으며 그 아름다움은 ‘나비부인’의 초초상이나 ‘라 보엠’의 미미, ‘오텔로’의 데스데모나 등 숱한 이탈리아 오페라에서 최고로 빛났다.

그러나 그리스의 선박왕 오나시스와의 약혼과 파혼, 이어진 급작스러운 은퇴와 비극적인 종말 등으로 죽어서도 신화로 남은 칼라스에 비해 테발디는 무대에서나 실생활에서나 큰 기복 없는 인생을 살았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1973년 은퇴 이후 서서히 오페라 팬들에게서 잊혀졌다. 테발디가 사망한 후에도 그녀의 오페라 인생을 집대성한 기념 음반의 출시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현재 구할 수 있는 음반 중에서 그나마 테발디의 진면목을 감상할 수 있는 음반은 데카에서 나온 2장짜리 음반 ‘라 테발디’ 정도다.

1957년부터 1968년까지의 오페라 녹음들을 수록한 이 음반에는 ‘일 트로바토레’의 ‘사랑은 장밋빛 날개를 타고’, ‘잔니 스키키’의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라 왈리’의 ‘나는 멀리 떠나리’ 등이 수록돼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툴리오 세라핀이 지휘한 ‘나비부인’(1958년 녹음)은 소프라노가 들려줄 수 있는 최상급의 가창이라 할 만하다.

사람은 가도 예술은 남는 법이라지만 잊혀진 명가수의 죽음은 유난히 쓸쓸하다. 그러나 어쩌랴. 테발디의 ‘어떤 갠 날’을 들으며 이제는 볼 수 없는 그녀의 ‘나비부인’을 추억할 수밖에.

신동아 2005년 2월 호

전원경 동아일보 출판기획팀 기자 winni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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