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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유럽기행

태양과 정열의 땅 스페인 안달루시아

가톨릭 주춧돌 위에 펼쳐진 이슬람 문명의 기적

  • 권삼윤 문명비평가 tumida@hanmail.net

태양과 정열의 땅 스페인 안달루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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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양, 푸른 바다, 투우, 카르멘, 기타 선율, 플라멩코, 大항해가 콜럼버스와 마젤란, 그리고 알함브라 궁전…. 이슬람과 가톨릭 문화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곳 안달루시아. 아랍과 유대인의 지식을 받아들여 아메리카 대륙까지 점령한 그들의 저력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태양과 정열의 땅 스페인 안달루시아

로마 다리 너머에서 바라본 코르도바 메스키타. 다리 아래로 과달키비르강이 흐른다.

스페인수도 마드리드를 출발,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의 무대가 된 라만차 지방을 지나다 보면 메마른 평원에 올리브 농장이 끝없이 펼쳐진다. 땅속 깊이 뿌리내리는 올리브는 사막에서도 잘 자라 물이 귀한 그곳 사람들에게 ‘신이 인간에게 준 마지막 선물’로 대접받는 식물이다. 운전기사 겸 가이드 노릇을 기꺼이 맡아준 마드리드여행사 손용진 사장은 “스페인이 올리브 최대 생산국이라는 것은 알고 계시죠?”라며 입을 떼고는 올리브에 대해 장광설을 늘어놓는다.

“얼른 생각하기에 청명한 날씨가 계속되면 좋을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땅이 건조해지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예로부터 올리브 나무를 많이 심었습니다. 나무가 자라면 땅은 물기를 머금게 되고 그게 또 비를 내리게 하는 원인이 된답니다. 올리브 나무를 심는 것은 사막화를 막기 위한 최선의 방법인 거죠. 아랍인들은 1000년 전부터 이 땅에 올리브 나무를 심기 시작했는데, 그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열매를 따는 광경도 재미있어요. 바닥에 그물을 펼쳐놓고 막대기로 툴툴 터는 식이니까요. 그때쯤이면 아프리카에서 일용직 노동자들이 몰려와 그 일을 돕곤 하죠.”

라만차의 평균고도는 해발 400~600m. 하지만 높은 산이 없어 고지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대신 하늘이 그만큼 넓어 보였다. 파란 캔버스 위로 하얀 구름이 여유로이 흘러가는 모습, 마음까지 여유롭고 넓어지는 듯하다.

필자의 목적지는 ‘코르도바’다. 스페인 최남단 지역인 안달루시아 지방을 둘러보려면 이곳 코르도바에서 출발하는 게 정석. 안달루시아는 동서로 넓게 퍼져 있는데 면적과 지형이 우리나라의 경상남도와 전라남도를 합쳐놓은 것과 흡사하다. 8개 주를 아우르는 광활한 안달루시아는 오래 전부터 살기 좋은 곳으로 손꼽혀왔다.

“기후는 시리아처럼 온화하고 땅은 예멘처럼 비옥하고 꽃과 향료는 인도처럼 풍부하고 귀금속은 중국처럼 흘러넘치며, 해안은 아덴(예멘의 항구도시)처럼 배가 정박하기에 좋은 곳”이라는 평가를 받는 곳이 바로 안달루시아다.

하지만 여행자인 필자에겐 정열과 자유분방이란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플라멩코와 투우, 카르멘, 기타의 낭만적 선율, 대항해가, 눈부신 태양, 파란 바다 때문이다.

늦은 오후에 코르도바에 도착한 필자 일행은 곧장 메스키타로 달려갔다. 스페인어로 모스크(이슬람 사원)를 뜻하는 메스키타는 고유명사로 쓰이면 코르도바의 메스키타를 지칭한다. 최고의 정성과 돈으로 최대 규모로 지은 것이라 그러하다.

동서양을 하나로 묶은 메스키타

태양과 정열의 땅 스페인 안달루시아

코르도바 메스키타의 핵심인 미흐랍. 최고의 정성을 바쳐 만든 것이다.

이슬람 장군 타리크 이븐 지야드가 400명의 무슬림 병사를 이끌고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스페인 땅에 첫 발을 디딘 것은 711년 7월이다. 카디스 남쪽의 바르바테 강변에서 서(西)고트 왕국(419~711)의 로데리크 왕을 죽이고 북상을 거듭한 그들은 이듬해에는 서고트 왕국의 수도 톨레도까지 손에 넣었다. 이베리아 반도 전역을 정복하는 데는 불과 7년도 걸리지 않았다.

예언자 마호메트가 아라비아에서 이슬람을 창건한 게 622년이고, 그로부터 40년 뒤인 661년 시리아의 다마스쿠스에 ‘우마이야’란 이슬람 왕조가 세워졌다. 우마이야조(朝)의 왈리드 1세는 노련한 정치가 이븐 무사 누사이르를 아프리카 총독에 임명하고는 군사들을 이끌고 서쪽으로 떠나도록 명했다. 그들이 북아프리카를 지나 대서양에 이르기까지는 무려 70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원주민 베르베르족의 완강한 반격이 그들의 기동력을 더디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베르베르족이 이슬람으로 개종해 이슬람의 최정예 전사가 되자 불과 7년 만에 이베리아 반도를 통째로 삼켜버릴 수 있었다. 서고트 병사들은 이들의 기동력과 파괴력에 혼비백산하고 말았다.

이렇게 시작된 무어족(모로코 출신의 무슬림)의 스페인 지배는 1492년 1월까지 무려 800년간 계속됐다. 역사가들은 이 시기를 크게 세 단계로 나누는데, 첫 번째가 코르도바에 도읍지를 정한 안달루시아 왕국(756~1031) 시대다. 메스키타는 안달루시아 왕국 시대 초기에 세워졌다. 원래 그 터는 로마인과 서고트인이 교회를 세웠던 곳으로 무어인들은 정통 이슬람 방식을 따르지 않고 주춧돌과 기둥을 있는 그대로 이용하여 메스키타를 지었다. 그리하여 동서양은 이 메스키타를 통해 하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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