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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취재

한국 미술계 이끄는 ‘기업미술관’ 파워

‘삼성’ 국보·보물 150여점 보유, ‘SK’ 미디어 아트로 시너지 업!

  • 이지은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miley@donga.com

한국 미술계 이끄는 ‘기업미술관’ 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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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경제의 수장은 이건희 삼성 회장, 한국 미술의 수장은 홍라희 삼성미술관 관장’이란 말이 있다. 비단 삼성뿐이 아니다. 주로 재벌가 여인들이 운영하는 기업미술관들이 한국 미술계에 끼치는 영향은 막강하다. 오랜 경륜과 노하우, 전문지식으로 무장한 이들의 식견이나 취향은 작게는 미술관의 색깔을, 크게는 우리 미술계의 흐름을 바꿔놓는다.
한국 미술계 이끄는 ‘기업미술관’ 파워
“한국에서 미니멀리즘이 유행한 것은 삼성미술관의 홍라희 관장 때문이다.”

1960년대 미국에서 유행한 미니멀리즘(minimalism·평면성과 구획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만을 남기고 불필요한 요소들을 없애버리는 미술사조)이 1990년대 말 한국에서 바람을 일으킨 것은 홍라희 관장이 개인적으로 이를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당시 국내 대다수 화랑은 최대 컬렉터인 홍 관장을 바라보며 미니멀리즘 작품들을 들여왔다고 한다.

한국 미술계에서 기업미술관이 차지하는 위상은 매우 높다. 이들 없이는 미술계가 살아남지 못하리라는 얘기도 있을 정도다. 현재 대기업이 직·간접적으로 보유한 미술관으로는 삼성미술관(삼성), 아트센터 나비(SK), 아트선재센터(대우), 금호미술관(금호), 성곡미술관(쌍용), 대림미술관(대림), 한미사진미술관(한미약품), 일주아트하우스(태광) 등이 있다. 대개 재벌가 여인들이 관장으로 있다.

이들은 미술을 전공했든 그저 호기심이나 취미로 미술계에 몸담았든 오랜 경륜과 노하우를 축적하면서 웬만한 미술평론가나 전시기획자 못지않은 전문지식을 갖추고 있다. 이들 관장 개개인의 식견이나 취향은 미술관의 독특한 색깔로 나타난다. 기업 미술관들의 성향과 우리 미술계에 미친 영향, 컬렉션 등을 비교해본다.

삼성은 지난해 10월13일 개관한 삼성미술관 ‘리움(Leeum)’과 호암미술관, 로댕갤러리, 삼성어린이박물관 등을 운영하고 있다. 1995년부터 이건희 삼성 회장의 부인 홍라희씨가 이들 미술관의 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1200억원 들인 명품 미술관

서울 한남동에 자리잡은 리움은 삼성이그간 소장해온 한국의 국보급 전통미술품과 근현대 미술, 국제 미술 대표작들을 볼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미술관이다. 게다가 세계 건축계를 대표하는 마리오 보타, 장 누벨, 렘 쿨하스가 미술관을 설계해 더욱 화제가 됐다.

마리오 보타가 한국 도자기를 은유해 테라코타 타일로 설계한 ‘Museum 1’은 국보 36점과 보물 96점을 비롯해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시대별 대표작을 전시하고 있다. ‘국보급 문화재의 해외 유출을 막자’는 뜻으로 고 이병철 선대 회장이 1950년대부터, 이건희 회장이 1970년대부터 수집해온 것들이다. 청자진사연화문표형주자(국보 제133호), 청화백자 매죽문호(국보 제219호), 고려 불화 아미타삼존도(국보 제218호), 고려 금동대탑(국보 제213호) 등 국보급 고미술품은 소박함보다는 화려한 미를 뽐낸다.

장 누벨이 현대적인 감각을 살려 ‘녹슨’ 스테인리스 스틸과 유리로 설계한 ‘Museum 2’는 한국과 서양의 현대미술 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한국 미술품으로는 이중섭, 박수근 등 대가로부터 이불 등 오늘날 세계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젊은 작가의 작품까지 시대를 가로지른다. 해외 미술품으로는 1945년 이후 전후 추상미술 사조를 이끈 작가들의 대표작이 주를 이룬다.

여기에는 홍 관장의 개인적 취향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미술품에 관심이 많던 이 회장 부자(父子)와 달리 서울대 응용미술학과 출신의 홍 관장은 현대미술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현대미술품을 수집해왔다. 특히 미니멀리즘 등 전후 추상미술 사조를 좋아한다고. 이 외에도 최신의 미술 흐름에 따라 매튜 바니, 데미언 허스트 등 동시대 작가들의 최근작도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

렘 쿨하스가 설계한 ‘블랙박스’는 기획전시를 위한 공간이다. 사실 리움의 기획전시는 모든 미술동네 사람들의 관심사다. ‘최고 실력자’ 리움에서 어떤 전시가 열리느냐에 따라 한국 미술계의 흐름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 현재 리움 건축가 3인의 예술세계를 살펴보는 ‘뮤즈-움? : 다양성의 교류’전이 열리고 있고, 앞으로 이중섭 드로잉전과 비디오 아트의 대가 매튜 바니의 전시를 개최할 예정이다. 삼성미술관 홍보팀 박민선 과장은 “국내 대가들의 기획전이나 세계 현대미술의 흐름을 보여주는 작가들의 전시를 주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어린이 미술교육에 관심이 많은 홍 관장의 뜻에 따라 블랙박스 밑에는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가 세워졌다. 홍 관장은 “어린이들의 창의력과 문화적 감수성을 키워줄 교육 시스템 하드웨어를 연구 개발하는 곳으로, 성과물은 삼성어린이박물관이나 삼성어린이집의 교육 커리큘럼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무려 8년여에 걸쳐 1200억원(부지비용 및 부대비용 제외)을 쏟아부은 리움은 규모에서나 소장품에서나 세계적인 수준이다. 이를 건립하는 데는 홍라희 관장의 공헌이 절대적이었다. 미술관 기획부터 완공까지 모든 단계의 작업을 그가 직접 관리했다. 특히 외환위기 여파로 공사가 중단됐을 때는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리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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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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