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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인간의 괴로움에 대한 총체적 고찰 ‘이장의’

  • 글: 정영근 서울산업대 교양학부 교수yunjai@snut.ac.kr

인간의 괴로움에 대한 총체적 고찰 ‘이장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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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괴로움에 대한 총체적 고찰 ‘이장의’

‘이장의’ 원효 지음/은정희 역주/소명출판/288쪽/2만원

불교는 인간이 여러 가지 괴로움에 휩싸여 있다는 사실을 실존적으로 자각하는 데서 출발한다. 불교의 궁극적인 관심과 목표는 바로 이 괴로움을 해결하는 것으로 집약된다. 그리고 괴로움의 근본적인 해결은 무조건적인 믿음이 아니라 올바른 앎, 즉 깨침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괴로움을 알고, 괴로움이 일어나는 원인을 알고, 괴로움의 그침을 알고, 괴로움을 그치게 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 불교의 기본적인 가르침이다. 이를 위해선 괴로움이라는 증상과 그것을 일으키는 원인에 대한 탐구가 필수적으로 선행돼야 한다.

원효(617∼686)의 ‘이장의(二障義)’는 바로 이 괴로움의 문제와 깨침의 장애를 총괄적으로 정리해 고찰한 저술이다.

원효는 ‘대승기신론(大乘起信論)’이 미혹(迷惑)에서 깨침으로 나가는 불교사상의 체계를 핵심적으로 요약하고 있을 뿐 아니라 여러 불교경전 속의 다양한 사상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고 본다. 따라서 그의 사상체계는 ‘기신론’을 주축으로 구축됐고, 저술의 대다수도 이를 기반으로 한다. 원효는 먼저 ‘기신론별기’를 쓰고 ‘일도장’과 ‘이장의’를 지었으며 다음에 ‘기신론소’를 썼다.

‘기신론이장의’라고도 불리는 ‘이장의’는 ‘기신론’에 나오는 장애에 관한 부분을 따로 떼어 상세히 논한 것이다. ‘일도장’이 지혜를 바탕으로 수도하는 모습을 정면에서 다룬 것이라면, ‘이장의’는 번뇌의 측면에서 그것을 제거해 가는 방향을 논하고 있다.

‘이장의’에서 원효는 중생이 왜 미혹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지, 또 어떻게 이 번뇌를 차단하여 깨침을 얻도록 할 것인지를 상세히 논한다. 또 번뇌의 본질과 현상 및 작용, 그리고 번뇌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과정과 번뇌를 끊는 방법 및 최종 단계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번뇌에 관한 논의들이 종합적으로 정리되어 있다.

마음의 장애와 무지의 장애

원효는 ‘이장의’에서 장애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해설한다.

첫째는 인간으로 하여금 괴로움을 떨쳐버리지 못하게 한다는 실천상의 의미, 둘째는 완전한 앎을 이루지 못하게 한다는 인식적 의미다. 첫째 의미의 장애는 번뇌가 곧 장애가 된다는 뜻이기 때문에 번뇌장(煩惱障)과 번뇌애(煩惱碍)로 이름붙여 설명한다. 번뇌라는 장애 또는 번뇌로 인한 장애는 ‘마음의 장애’라 볼 수 있다. 이를 제거함으로써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것을 심해탈이라고 표현한다.

둘째 의미의 장애는 알아야 할 것을 올바로 보지 못하도록 가리고, 아는 작용인 지혜가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게 막는다는 뜻에서 소지장(所知障)과 지애(智碍)라고 부른다. 이는 ‘무지의 장애’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을 제거함으로써 모든 것을 확연히 알게 되는 것을 혜해탈이라고 한다.

마음의 장애와 무지의 장애는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동일한 것의 다른 측면에 지나지 않는다. 양자는 상호 연관돼 있고 서로를 함축하고 있다. 마음이 평정을 잃으면 우리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올바르게 인식하지 못한다. 한편 자신과 세상의 이치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욕심부리고 성내게 된다. 올바른 인식은 참된 실천을 가져오고, 참된 실천을 통해서만 올바른 인식을 얻을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마음의 장애와 무지의 장애는 올바로 실천하지도 못하고 올바로 알지도 못하는 중생의 모습을 두 가지 측면에서 파악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장애가 인간을 깨치지 못하도록 막고 가리는 부정적 현실이라 한다면, 그것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장애의 정체와 원인을 추적해야 한다. ‘이장의’에서 원효는 장애의 근원을 나에 대한 집착(아집·我執)과 존재에 대한 집착(법집·法執), 그리고 물든 마음과 근본무명(根本無明)이라 밝히고 있다.

아집, 법집, 물든 마음, 근본무명

아집은 자신이 영원히 변치 않고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실체적 존재라고 믿고 집착하는 것이다. 나에 대한 잘못된 견해로부터 소유에 대한 집착이 나온다. 즉 내 것은 언제나 나에게 속하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를 이롭게 하는 것에 대해서는 탐욕의 마음을 내고 나의 이익을 해치는 것에 대해서는 분노의 마음을 일으킨다. 아집으로 인해 생긴 탐욕과 분노 등의 번뇌가 장애를 일으킨다.

법집은 인연 따라 일어나는 것을 고정적인 모습이 있다고 집착하는 것이다. 고정적 존재의 관념은 모든 것을 대립적으로 대상화하여 인식한다. 그럴 경우 있는 그대로 참모습에 통달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장의’에서는 법집을 무명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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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영근 서울산업대 교양학부 교수yunjai@snu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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