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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김광화의 몸 공부, 마음 이야기 ②

마주보고, 쳐다보고, 내려다보니 부부 금실은 어느새 쑥쑥…

  • 김광화 농부 flowingsky@naver.com

마주보고, 쳐다보고, 내려다보니 부부 금실은 어느새 쑥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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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대체 여자들은 왜 그 모양이냐!” “정말이지, 남자들은 알다가도 모르겠다니까.”
  • 그렇게 ‘들’자가 들어가면 ‘들’에 속한 모든 이가 들고일어난다. 실은 자기 아내, 자기 남편 흉을 보고 싶은데 눈치가 보여 일반화해버리는 것일 뿐이다. 그래도 이런 싸움은 박진감이 있고, 싸움 뒤에 남는 게 있다. 각 가정의 특성이나 사람마다의 기질, 그리고 성장과정이 숨김없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마주보고, 쳐다보고, 내려다보니 부부 금실은 어느새 쑥쑥…

아내랑 작두질 : 두 사람이 호흡을 맞추지 않으면 큰일난다.

우리 부부는 부부싸움을 잘 한다. 나름대로 부부싸움 전문가다. 이렇게 말했더니 아내는 전문가가 아니란다. 싸울 때마다 남편에게 당하기만 하고 제대로 싸우지 못했단다. 그렇다면 나만 전문가라 해야 맞겠다. 남들이 인정하든 안 하든 나는 자칭 부부싸움 전문가다. 산골로 들어온 이후 참 많이도 싸웠다. 지금도 여전히 싸운다.

그러나 싸움의 성격이나 내용은 달라지고 있다. 우선 싸움을 피하지 않는다. 갈등이 생기면 우리 부부는 잠을 못 잔다. 서로 이해될 때까지 시간을 두고 싸운다. 밥 먹다가도 싸우고, 새벽에도 싸운다. 상대방의 잘못을 깨우쳐주기 위해 싸우기도 하지만 자기 세계를 찾기 위해서도 싸운다. 그 과정에서 서로 많이 알게 됐다.

그러다 보니 웬만한 시비는 싸울 것도 없이 그냥 눈에 보인다. 이럴 때는 웃음으로 넘어간다. 또 언제 싸움을 거는 게 유리한지, 싸움을 통해 잃는 것과 얻는 것이 뭔지도 어렴풋이 안다. 어쩔 수 없이 싸워야 한다면 상처를 주거나 받지 않으려 한다. 더 나아가 손자병법에 나오듯, 싸우지 않고도 이기는 법을 익히고 있다.

“서로 딴 곳을 바라보니 각자 길을 가자”

우리 부부싸움의 가장 큰 갈림길은 서울을 떠나려 할 때였다. 그전에도 싸울 이유는 많았지만 싸움을 피했다.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 길을 가자고 뜨겁게 맹세했기에 사소한 갈등은 애써 무시했다. 싸우고 싶을 때도 많이 참았다. 하지만 서울을 떠난다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었다. 삶의 뿌리를 송두리째 뽑는 일이 아닌가. 아내는 서울 태생이고, 30여 년을 서울에서 살았다. 게다가 아내는 도시생활을 나름대로 잘했다.

결혼할 때 했던 ‘맹세’는 세월의 흐름 속에 빛이 바랬다. 서울을 떠나기로 결심했을 때 나는 “서로 딴 곳을 바라보니 각자 길을 가자”고 했다. 격렬하게 싸웠다. 아내는 “이혼은 안 된다”고 했다. 대신 “3년을 내 ‘소원’대로 살아보고, 그때 이혼을 하든 말든 결정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울며 겨자 먹기로 나를 따라 시골에 왔다.

부부 사이의 신뢰가 바닥에 가까운 상태에서 경남 산청의 산골생활이 시작됐다.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과 ‘과연 이 길이 옳은 길인가’ 하는 불안감이 교차했다. 내 몸은 알 수 없는 고통에 휘말리곤 했다. 한번은 기침이 심하게 났다. 가까운 진주 경상대 대학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다. 가슴 엑스레이와 가래 검사를 했지만 결핵이라는 단서는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기침을 6개월 동안 했다. 그러다가 저절로 나았다. 참 신기했다. 그동안 몸 안에 쌓인 이물질이 기침을 통해 배설되지 않았나 싶다.

싸워서는 안 될 때

몸이 조금씩 회복되면서 나는 아내에게 다시 싸움을 걸었다. 나는 좀 더 자유롭게 살기 위해 다른 곳으로 터를 옮기자고 했고, 아내는 불투명한 앞날에 자신을 또다시 던지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나는 다시 “각자 자기 길을 가자”고 말했다. 그러나 아내는 완강히 반대했다. “남편감은 어디서도 구할 수 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아버지는 다른 곳에서 구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도시에서 몸이 망가져 있을 때 나는 아내 눈치를 많이 보았다. 집안 경제를 거의 아내가 꾸렸기에 아내를 ‘존경의 눈’으로 바라보곤 했다. 지금 생각하니, 아내에 대한 내 존경심은 애정이 아닌 비굴함에 더 가까웠다. 내가 왜소했기에 아내가 커 보인 셈이다. 나는 내 힘으로 서고 싶었다.

전북 무주로 터를 옮겨 농사를 지으면서부턴 격렬하게 싸우는 대신 자주 싸웠다. 그동안 참아온 싸움을 원 없이 했다. 산골에서는 부부가 대부분 함께 지낼 수밖에 없다. 아침에 일어나 같이 아침밥 먹고, 같이 일 나가 같이 점심 먹고, 해 떨어지면 같이 집으로 돌아와 같이 저녁을 먹은 후 같이 잠자리에 든다. 함께하는 시간이 많으니 상대방에게 자신을 숨길 수 없다. 도시에서는 미처 몰랐던 부분들을 속속들이 알게 된다. 이상하게도 장점은 잘 안 보이고 단점은 바로 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더 자주 싸운다.

둘 다 농사일이 서툰 것도 싸움의 이유가 됐다. 자기 방식이 옳다고 우기고 관철하려고 한다. 나는 아내가 심은 고추 모종 간격이 좁다고 하고, 아내는 내가 심은 간격이 너무 넓다고 한다. 아내가 꼼꼼히 김을 매면 나는 그러다가는 지레 지친다고 잔소리를 한다(김매기할 때는 기세가 강한 풀을 먼저 제거하는 게 중요하다). 아내는 시골생활이 답답하니 어디 이웃집이라도 가끔 가고 싶어했고, 나는 할 일이 태산인데 놀 시간이 어디 있냐고 눈치를 주었다. 생활이 단조롭다 보니 또 부부싸움을 한다. 농사와 자연을 통해 배우고 깨닫는 게 없다면 같이 붙어 지낸다는 것 자체가 지옥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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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화 농부 flowing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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