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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보다 똑똑한 여성 염색체

  • 글: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입력2005-04-25 17: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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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성보다 똑똑한 여성 염색체

    미국 영국 독일 공동연구팀은 영국 과학전문지 네이처 최신호(3월17일자)를 통해 ‘가장 특이한 유전자들의 집합체’로 불려온 X염색체가 1098개의 유전자로 구성됐음을 밝혀냈다.

    ‘남자가 여자보다 힘이 세지’ ‘여자는 남자보다 섬세하다고’….

    남성과 여성, 여성과 남성의 차이는 인류의 영원한 관심사다. 최근 미국, 영국, 독일의 공동연구팀은 남녀의 성을 결정하는 성염색체(XY)의 X염색체를 완전히 해독했다.

    사람은 누구나 유전자정보를 담고 있는 46개의 염색체를 갖고 있다. 2개씩 짝을 이뤄 모두 23쌍의 염색체 쌍이 있는 것. 그 중 22쌍은 보통 염색체로 남녀 모두 공통이다. 하지만 나머지 2개의 염색체는 남녀에 따라 다르다.

    남성은 부모로부터 X와 Y염색체를 하나씩 물려받아 XY를 갖지만 여성은 양쪽에서 모두 X염색체를 받아 XX염색체를 갖는다. X염색체와 Y염색체가 남녀의 성을 결정하는 성염색체로 불리는 것은 그런 까닭에서다.

    그렇다면 유전자로 본 남녀는 어떻게 다를까. 외형적으로는 대체로 남자가 여자보다 크다. 하지만 염색체로 보면 X염색체가 Y염색체보다 훨씬 크다. 유전자 수도 더 많다. Y염색체가 78개의 유전자를 가진 데 비해 X염색체의 유전자는 1098개나 된다. 염색체만 놓고 보면 여성이 ‘외유내강’인 셈.



    ‘엄마가 똑똑해야 자식이 똑똑하다’는 말이 있다. X염색체에는 뛰어난 지능과 관련된 유전자가 있다. 하지만 남녀의 평균 IQ는 비슷하다고 한다. 오히려 남성이 여성보다 천재성이나 정신지체와 같은 극단적인 지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런 모순이 발생하는 것은 여성의 경우 X염색체에 있는 평균 지능 관련 유전자가, 뛰어난 지능을 담은 유전자가 있는 나머지 하나의 X염색체에 ‘태클’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남성은 X염색체가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일단 뛰어난 지능과 관련된 유전자가 있는 X염색체를 갖게 되면 이를 대대손손 물려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바로 이런 이유로 남성은 유전병에 노출돼 있기도 하다. 한번 상처가 나면 좀처럼 피가 멎지 않는 혈우병이나 색을 인식하지 못하는 색맹처럼 X염색체에 문제가 있을 때 생기는 유전병은 대개 남성에게 나타난다. 여성은 X염색체가 2개 있기 때문에 설혹 하나가 잘못되더라도 다른 하나로 대체할 수 있지만 남성은 X염색체가 하나뿐이라 그럴 수 없다.

    X염색체의 유전자정보가 모두 해독됐다지만 아직 그 의미까지 완벽하게 해석된 것은 아니다. 과학자들은 심리나 목소리, 취향 등 성과 관계없는 남녀 차이도 X염색체가 좌우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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