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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히로시마 원폭 돔

과오는 잊고 피해만 기억하는 부끄러운 ‘부(負)의 유산’

  • 권삼윤 문명비평가 tumida@hanmail.net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히로시마 원폭 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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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는 되풀이돼서는 안 될 과거의 잘못을 상징하는 유산이 바로 ‘부(負)의 유산’이다.
  • 히로시마 원폭 돔이 그 중 하나다.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전쟁과 원폭의 참상을 전하는 상징물.
  • 하지만 일본은 원폭의 피해만 강조하고 있다. 그게 바로 일본의 한계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히로시마 원폭 돔

히로시마 평화공원의 중심 건물인 옛 산업장려관. 원폭 투하로 파괴됐다.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

4월5일 공개된 일본 후소샤(扶桑社)의 공민 교과서 검정 통과본에 실린 내용이다. 한일 양국 정부가 종전 60주년, 한일협정 체결 40주년을 맞아 ‘한일 우정의 해’로 정한 올해, 시마네현 의회는 ‘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하고, 일본 정부는 역사 왜곡으로 논란을 일으킨 역사교과서를 더욱 개악해 통과시켰다.

한국은 물론 중국까지 분노케 한 일본의 행태는 기회주의적인 일본인의 특성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그동안 일본은 자국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국제사회나 상대국이 우호적으로 나오면 그때를 놓치지 않고 자국의 뜻을 교묘하게 관철시켜왔다.

그 대표적 사례가 히로시마(廣島) 원폭 돔을 평화공원으로 둔갑시켜 1996년 세계문화유산 리스트에 올린 일이다.

원폭 돔은 옛 산업장려관 건물로, 히로시마 시 중심에 있는데 지금은 평화기념공원의 중심부를 이룬다. 이곳에선 매일 오전 8시15분이 되면 ‘평화(?)의 멜로디’가 울려퍼진다. 1945년 8월6일, 히로시마 상공 5800m 지점에서 원자폭탄이 투하된 바로 그 시각을 알리기 위해서다.

원폭 돔 주위에는 “부디 편히 잠드소서. 실수는 되풀이되지 않을 테니까요”라는 글귀와 함께 희생자의 이름이 빽빽하게 적힌 희생자 위령비와 피폭 어린이 상(像)이 서 있고, 평화의 불이 타오르고 있다. 또 원폭 자료관에는 열선이 타거나 녹아내린 인골 3000~4000점과 자전거 등이 전시돼 전쟁의 비극과 핵무기의 가공할 만한 파괴력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일본 정부가 이 평화공원을 세계유산으로 등록시키기 위해 내세운 이유는 ‘원폭 투하의 역사적 사실과 인류 역사상 최초로 사용된 핵무기의 참화를 세계인에게 알리는 동시에 이곳이 핵무기의 폐기와 세계 평화를 희구하는 상징적인 장소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1996년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총회에서는 일본의 요구를 받아들일지를 놓고 한바탕 논란이 벌어졌다.

중국 대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침략행위로 인해 수많은 아시아인이 희생된 점을 들어 원폭 돔의 세계유산 지정은 세계평화와 안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미국 대표는 “일본이 오랜 우방이라는 점을 모르지 않으나 미국이 원폭을 투하하게 된 이유는 많은 이에게 피해를 안겨주는 전쟁을 하루빨리 종결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중국과 미국의 이런 반대에도 불구하고 평화공원은 독일 나치스가 수백만에 달하는 유대인을 학살했던 폴란드의 강제수용소 아우슈비츠처럼 ‘부(負)의 유산’으로 지정됐다.

‘부의 유산’이란 인류가 같은 실수를 두 번 다시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보존하고 또 기억해야 하는 문화유산을 말한다. 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한 적극적인 문화유산과는 큰 차이가 있다.

그런데 일본은 평화공원을 교묘히 악용하고 있다. 일본에 의해 학살당하고 고통받은 피해자들이나 원폭이 투하될 수밖에 없던 당시 상황은 무시한 채, 일본이 원폭의 피해자라는 사실만을 강조하고 있는 것. 더욱이 자신들의 잘못은 기억할 필요가 없다는 태도다. 이는 유네스코가 이곳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의도와도 거리가 멀다. 평화공원이 결코 평화의 상징이 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평화공원이 진정한 문화유산이 되려면 일본은 원죄의식을 가져야 한다. 지금이라도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는, 자기정화의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오늘날 일본의 자세는 어떤가. 오히려 자신들의 침략을 미화하고 찬양하는 교과서를 만들어 자라나는 세대에게 가르치려 한다. 이는 분명 평화를 위협하는 처사다.

독일의 진정한 과거사 참회

대표적인 부의 유산인 폴란드 아우슈비츠에 대한 독일의 태도는 일본과 천양지차다. 350만명의 유대인이 사망한 아우슈비츠는 나치 독일이 점령한 직후에 부르던 이름이다. 원래 지명은 오수비엥침. 폴란드는 전후 이곳을 되찾자마자 오수비엥침으로 지명을 원상 회복시켰다.

폴란드는 나치 독일의 잔학상을 차마 되살리고 싶지 않았지만 “잊어서도, 잊혀서도 안 되고 결코 되풀이돼서도 안 된다”며 1947년 7월2일 강제수용소 현장을 박물관으로 만들어 영구 보존키로 결의했다. 유네스코는 1979년 아우슈비츠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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