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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시명의 酒黨千里 ⑦

도자기업체 광주요가 만든 ‘화요(火堯)’

“싼 소주 비켜라!” 당찬 장인정신으로 빚은 ‘XO급’ 쌀 소주

  • 글: 허시명 여행작가, 전통술 품평가 soolstory@empal.com

도자기업체 광주요가 만든 ‘화요(火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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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정신으로 빚은 술

-우리 주류시장은 단일 품목의 대량생산과 대량유통에 익숙합니다. 증류식 소주는 없는 시장이니 처음부터 그렇게 할 수는 없을 테고요. 특별한 마케팅 전략이 있는지요⑦

“서울 강남과 서초 지역의 최고급 음식점 300곳에서 즐길 수 있게 만들면 성공한다고 봅니다. 그동안 나온 증류식 소주를 보면 밑바닥에서 훑어서 위로 올라가는 마케팅 전략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밑바닥에서 헤매다가 사라져버리더군요. 우리의 목표는 특급 호텔, 고급 한식 및 일식집입니다. 벌써 영업 두 달 만에 음식점 100곳, 호텔 14군데에 들어갔습니다. 롯데백화점에서는 하루에 40병 정도가 팔리고 있답니다.”

-새 술은 새로운 문화로 접근해야 할 텐데요. 우리 음주문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며, 화요는 그 안에서 어떤 구실을 할 것이라고 봅니까.

“우리 문화는 술에 관대합니다. 술을 즐기면서 삶을 풍요롭게 하기보다 맺힌 한을 풀고, 모임에서 어색함을 푸는 매개체로 사용되는, 질보다 양 위주의 문화였습니다. 이제는 질을 통한 술 문화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특별한 문화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사실 그 마케팅은 술 이전부터 이미 시작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광주요는 1963년 조태권 회장이 가업을 이어받아 키워온 회사입니다. 도자기 문화를 일구기 위해 생활식기 브랜드 ‘아올다’를 만들고, 그 식기에 담을 음식을 만드는 음식점 ‘가온’을 열고, 그 음식점을 꾸밀 민화와 벽지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술을 만들기 시작한 거지요. 그런 총체적인 음식문화 속에 화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식문화를 마케팅하고 있습니다.”



문상목 대표는 화요를 위해 특별 제작한 정병(淨甁)을 내놓았다. 고려시대 사찰에서 많이 사용하던 정병은 목이 길고 배가 넓으면서 둥글고 옆구리에 부리가 있는 형태다. 지난 설에 정병과 방울잔을 담은 14만원짜리 선물용 세트가 1억원 어치나 팔렸다고 한다. 술값은 15만원으로 술병과 술잔 값이 더 비싸게 책정됐는데도 반응이 좋았다는 것. 도자기 사업부터 시작해서 생활식기, 음식, 민화, 벽지 그리고 술까지. 일관된 장인정신보다 셈 빠른 자본논리에 익숙한 우리 현실에서 대단히 이례적인 경우다.

여주 화요 공장으로 향했다. 영동고속도로 이천 나들목에서 빠져나와 3번 국도를 타고 장호원으로 향하는 길가에 제조장 철골구조물이 야산에 들어서 있었다. 생산을 총괄하는 이는 문세희 전무. 그는 진로에서 23년간 근무하고, 생산이사까지 지낸 주류 전문가다.

공장은 희석식 소주 회사에 비할 게 못 되지만, 소규모 특산주 회사의 규모를 뛰어넘는 본격적인 주류 제조장의 면모를 갖췄다. 아담한 연구실도 있고 스테인리스 발효탱크도 여럿 보였다. 여기에 자동 증미기와 자동 누룩제조기, 대형 증류기까지 갖췄다. 도자기라는 형식 속에 술이라는 내용을 채우고 싶어서 소박하게 시작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다소곳하고 살결 고운 소주

문 전무가 공장 문을 열고 앞장을 섰다. 화요는 쌀과 물만으로 만든다. 물은 150m 지하에서 끌어올린 암반수로 약간의 미네랄 성분이 든 연수를 쓰고, 쌀은 수입 쌀을 쓴다. 박람회에서 봤을 때는 여주 이천 쌀을 사용한다고 하더니 달랐다. 문 전무의 설명이다.

“처음에는 여주 이천 쌀로 술을 빚었습니다. 그런데 원료비 부담이 너무 크더라고요. 이천 쌀은 1kg에 2200원인데 중국 쌀은 600원으로 4배 가량 차이가 납니다.”

비싼 소주에 대한 가격 저항을 벌써부터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제조장 안에는 2층짜리 철제구조물이 있고, 그 2층에 고두밥을 찌는 증미기와 누룩을 만드는 제국기가 자리잡고 있었다. 원통형으로 생긴 증미기는 쌀을 씻고 불리고 찌고, 제국기(製麴機)는 찐 쌀을 곧바로 식혀서 누룩을 만드는 기계다. 이 공장에서 쌀알 누룩을 만들 때 쓰는 균은 일본에서 수입한 백국균.

2층에서 만들어진 누룩과 고두밥은 발효탱크로 들어간다. 여기에 효모를 넣어 6일 정도 주모(酒母)를 만들고, 거기에 누룩과 고두밥을 넣어 덧술을 만든다. 덧술은 2주가 지나면 알코올 함량 20%의 발효주가 되는데, 이 발효주를 증류기에 넣고 증류해서 41도 술과 25도 술을 뽑아낸다.

이렇게 증류한 술은 지하 저장실 옹기 항아리에서 숙성시킨다. 옹기를 이용하는 것이 화요의 독특한 숙성 방법이다. 옹기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 옹기들은 광주요 조태권 회장이 중국에서 직접 흙을 고르고 디자인해 문양까지 넣어서 주문 제작한 것이다. 쌀 소주는 이 옹기에서 3개월 동안 숙성된 뒤에 비로소 병에 담겨 시장에 나간다.

완성된 술의 향과 맛은 어떨까. 25도 화요에서는 사이다에서 나는 듯한 청량한 향이 올라온다. 부드러우면서도 은근하여 코끝에 대고 향을 즐길 만하다. 희석식 소주와는 사뭇 다르다. 한 모금 마셔보니 경쾌하면서도 살짝 달콤한데, 쓴맛이 남는다. 입안에 퍼지는 자극이 사납지 않다. 희석식 소주에서 느껴지는, 미간이 찌푸려질 정도의 자극적인 메틸 알코올향이 없다. 살결 고운 소주다. 깔끔하고 다소곳한 여자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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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허시명 여행작가, 전통술 품평가 soolstory@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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