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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고의 특산품 마지막회

‘염장 지르기’로 옛맛 되살린 안동 간고등어

비린내 싹 가신 뽀얀 속살에 점잖은 양반 나리도 군침 ‘꿀꺽’

  • 양영훈 여행작가 travelmaker@empal.com/사진 양영훈 기자

‘염장 지르기’로 옛맛 되살린 안동 간고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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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동에 가면 짭조름한 바다 냄새가 난다. 바닷가로부터 250리나 떨어진 지리적 특성이 낳았다는 간고등어 때문이다. 이제 안동 간고등어는 안동의 특산품이 아니다. 세계인의 식탁에 오르는 대한민국의 특산품이다.간고등어의 옛맛을 현대인 입맛에 맞게 되살려낸 안동을 찾았다.
‘염장 지르기’로 옛맛 되살린 안동 간고등어
경상북도안동은 예로부터 ‘추로지향(鄒魯之鄕·공자와 맹자의 고향)’, 또는 ‘양반의 고장’이라 일컬어졌다. 지금도 다른 고장에 견주어 보수적인 안동에서는 세속의 변화가 더딘 편이다. 물론 풍속이 변하고 세상이 바뀌면서 ‘대추 한 톨로 요기한다’던 선비기질이나 ‘열 끼를 굶어도 내색하지 않는’ 양반체통이 옛날처럼 중시되지는 않는다.

그래도 안동 곳곳에는 옛 양반문화의 전통이 적잖이 남아 있다. 외적으로 확연히 구별되는 것은 옛스런 마을 풍경이다. 죽담이 길게 이어지는 고샅, 고샅길 안쪽의 고래등 같은 옛집, 오랜 풍상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서원과 재각(齋閣)이 한데 어우러진 마을을 어딜 가나 쉽게 만날 수 있다.

요즘 안동지방에는 양반문화의 자취만큼이나 흔하게 눈에 띄는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안동 간고등어’ 간판이다. 특히 안동시내를 돌아다니다보면, 네댓 집 건너 하나꼴로 안동 간고등어 간판이 내걸려 있다. 근래 들어 안동 간고등어에 대한 수요가 가히 폭발적임을 짐작케 하는 풍경이다.

간고등어는 자반고등어다. 고등어는 예로부터 명태만큼이나 즐겨 먹어온 생선이다. 하지만 고등어는 “살아서도 썩는다”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로 빨리 상하는 생선이다. 그래서 옛날에 바다와 멀리 떨어진 내륙지역까지 고등어를 운반하려면 소금을 듬뿍 쳐서 염장(鹽藏)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내륙지역에서 맛볼 수 있는 고등어는 짜디짠 자반고등어뿐이었다.

비단 고등어뿐만 아니다. 갈치와 조기도 굵은 소금을 팍팍 친 간갈치와 간조기만 맛볼 수 있었다. 그러므로 간고등어를 안동지역만의 향토음식이라고 주장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같은 조기도 영광 법성포에서 염장한 굴비가 확실히 다른 맛을 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똑같은 자반고등어라도 안동에서 생산되는 안동 간고등어는 맛이 깊고도 풍부하다. 이처럼 바다에서 250여 리나 떨어진 안동의 간고등어가 맛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걸 알려면 먼저 안동의 지역적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안동은 안동 김씨, 안동 권씨, 풍산 유씨로 대표되는 권문세족의 관향(貫鄕)이다. 수백년 세월 동안 지체 높은 양반들의 까다로운 입맛에 맞추다보니 자연스레 음식문화도 발달했다. 오늘날 경상도 음식이 대체로 짜고 맛없다고 불평하는 사람들도 유독 안동 음식만큼은 맛깔스러운 구석이 있다고 평가한다. 필자도 그런 사람들 중의 하나다. 지나는 길에라도 일부러 안동에 들러 헛제삿밥이나 건진국수와 같은 별미를 한 그릇 먹고 가는 일이 언젠가부터 습관이 됐다.

옛날부터 안동은 경상북도 내륙지역의 역사·문화·경제·군사·행정·교통의 중심지였다. 경북 북부의 여러 고장으로 들고나는 산물의 대부분이 안동을 거쳐서 유통됐다. 간고등어도 마찬가지다. 예나 지금이나 안동에서 가장 가까운 어항은 영덕 강구항이다.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은 옛날에 강구항에서 안동까지는 도보나 우마차로 꼬박 1박2일이 걸렸다.

강구항에서 새벽 5~6시쯤 길을 나서면 날이 어둑해질 무렵에야 청송과 영덕의 경계를 이루는 황장재를 넘어 청송군 진보면의 신촌마을에서 저녁을 먹고 하룻밤을 쉬게 됐다. 이튿날에 다시 신촌마을을 출발하면 청송과 안동의 경계인 가랫재를 넘고 해가 뉘엿뉘엿 저물 무렵에 채거리장터(지금의 안동시 임동면 수곡리)의 어물전에 고등어를 넘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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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훈 여행작가 travelmaker@empal.com/사진 양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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