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9월호

술자리 후 손떨림, 파킨슨병 의심을

  • 이원용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

    입력2005-08-25 16: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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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자리 후 손떨림, 파킨슨병 의심을
    가을로 접어들면 애주가가 늘어난다. 지는 노을을 안주 삼아 마시는 알싸한 소주 한잔은 도시의 서정이기도 하다. 40대의 최모씨도 ‘가을 술이야말로 꿀맛’이라며 ‘휴간일(休肝日)’도 무시한 채 술을 마셨다. 그런데 잇단 술자리 탓인지 얼마 안 가 손이 떨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TV를 볼 때나 팔을 쓰지 않을 때도 손떨림이 나타나 병원을 찾았다. 진단 결과는 파킨슨병이었다.

    술자리 후 손이 떨리면 대개는 중풍, 즉 뇌졸중을 의심한다. 하지만 뇌졸중으로 인한 운동장애는 마비증상이 대부분. 전조증상으로 손떨림이 나타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최씨처럼 떨림이 주 증상일 때는 파킨슨병이나 본태성 진전증(떨림증)일 가능성이 높다. 본태성 진전증은 팔을 뻗거나 글씨를 쓰는 등 움직일 때 떨림 현상이 생긴다. 반면 파킨슨병은 움직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떨린다. 특히 신체 좌우 양측에 모두 나타나지 않고 한쪽부터 비대칭적으로 떨림 현상이 생기는 것이 특징이다.

    파킨슨병은 20세부터 발생할 수 있으며, 65세 이상 인구 100명당 1명에게서 나타날 정도로 흔한 퇴행성 뇌질환이다. 정확한 통계는 없으나 국내 환자는 1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최근 10년 사이엔 환자 수가 2배로 늘었다. 발병원인은 명확지 않지만 뇌 속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부족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기엔 쉬 피로해지고, 움직임이 둔해지며, 간혹 손떨림이 일어난다. 병이 진행되면 표정이 굳고, 목소리가 작아지고 발음도 불분명해진다. 손발이 무겁고 둔해지며, 걸을 때 종종거리는 등 보행장애도 나타난다. 심하면 개인 위생 및 음식물 섭취에도 보호자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런 증상 때문에 흔히 파킨슨병을 치매로 오인한다. 하지만 파킨슨병 환자는 치매 환자와 달리 대부분 정신상태가 정상적이다. 그런데도 몸이 자유롭지 않으니 이들이 겪는 고통은 상상 이상이다.

    하지만 최근엔 다양한 약물이 출시돼 치료효과를 내고 있다. 파킨슨병 치료의 1차 목표는 환자가 독립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게 하는 것. 따라서 환자의 나이와 증상, 직업, 사회적 환경, 정서적 측면을 고려해 개별화된 치료를 중시한다. 부족한 도파민을 보충하는 약물을 꾸준히 복용하는 게 필수다. 증상이 심해 약물복용만으로 효과를 기대할 수 없거나 합병증이 생긴 경우 수술을 고려할 수도 있다.



    파킨슨병으로 인한 운동장애의 악화를 늦추려면 걷기와 자전거 타기, 조깅 등 규칙적인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파킨슨병은 완치되지는 않지만, 환자와 보호자의 노력, 전문의의 적합한 처방으로 여생을 큰 장애 없이 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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