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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부시와 빈 라덴 전략의 공통점 ‘거룩한 테러’

  • 이진구 호남신학대학교 초빙교수·종교학 jilee80@freechal.com

부시와 빈 라덴 전략의 공통점 ‘거룩한 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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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와 빈 라덴 전략의 공통점 ‘거룩한 테러’

‘거룩한 테러’ 브루스 링컨 지음/김윤성 옮김/ 돌베개/299쪽/1만5000원

9·11테러가 일어난 지 4년이 지났지만 이 사건은 아직도 우리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 9·11은 기존의 상상을 뛰어넘는, 경악과 충격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영상으로 우리에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전세계 언론은 빈 라덴과 알 카에다에 주목하게 됐고, 지식인들은 ‘이슬람 원리주의’에 깊은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한편 9·11 직후 부시 정권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을 단시간 에 무너뜨렸으며 나아가 이라크 공습까지 계획했다. 그러자 세계 각국은 물론 미국 내에서도 수많은 민간인의 희생을 초래할 이라크전쟁에 반대하는 운동이 대대적으로 일어났다. 그런데도 부시 정권은 이라크전쟁을 감행해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켰다.

이 과정에 부시의 공격적인 외교정책과 전쟁 감행을 적극 지지한 집단이 있다. 제리 팔웰과 팻 로버트슨으로 대표되는 ‘기독교 우파’가 바로 그들이다. 이를 계기로 지식인들은 부시 정권의 강력한 지원세력인 ‘기독교 근본주의’에 대해서도 주목하게 됐다.

9·11을 계기로 국제정치 차원의 테러리즘과 종교적 근본주의의 관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는 와중에 나온 이 책은 부제에서 밝히고 있듯 9·11 이후 종교와 폭력에 관한 지적 성찰을 담은 역저이다.

서구 근대성과 종교의 私事化

이 책이 지닌 최대의 장점은 9·11을 단순한 테러리즘의 산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의 중견 종교학자인 브루스 링컨은 9·11을 낳은 근원을 심층적으로 추적한다. 그의 결론에 따르면 9·11의 본질은 서구 근대성의 전세계적 확산과 그에 대한 도전에 있다. 이 부분에 대해 그의 논지를 따라 부연하자면 이렇다.

서구의 근대는 중세 기독교 세계의 붕괴에서 시작된다. 종교개혁과 그로 인한 가톨릭과 개신교 사이의 종교전쟁으로 전 유럽사회가 황폐화하자 당대의 지식인들은 그 해법으로 종교적 관용과 신앙의 자유를 내세웠다.

그런데 종교의 자유가 제대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국교(國敎) 제도의 철폐와 정교(政敎) 분리가 이뤄져야 했다. 종교에 대한 국가권력의 간섭과 정치에 대한 종교의 간섭이 동시에 해소돼야만 온전한 의미의 종교자유가 보장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리는 예술, 과학, 경제, 철학 영역에서도 종교의 입김을 제거하는 논리로 확대되어 종교의 영역은 매우 축소됐다. 이제 종교는 개인의 내면, 즉 영혼 구원의 문제와 같은 형이상학적 관심에 한정돼야 했다.

서구 근대성은 종교전쟁을 극복하기 위한 해법으로 종교의 자유를 제시했는데 그것이 결국 종교의 사사화(私事化)와 주변화를 초래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중세 기독교 왕국이 해체되면서 예술, 철학, 과학, 정치, 경제가 독자적인 살림을 차려 분가하고, 그 모체이던 종교는 개인의 내면세계 안에서만 의미를 지닐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과정을 이론적으로 정당화한 것이 계몽주의이며 그것의 대변자가 바로 칸트다. 이후 공공 영역에서 철수한 개인 단위의 사적 종교가 서구 종교의 바람직한 모델이 됐다.

저자는 서구 종교의 이러한 역사적 변동 과정을 최대주의적(maximalist) 종교에서 최소주의적(minimalist) 종교로의 변동으로 설명한다. 여기서 전자는 종교적 요소가 모든 사회 영역에 침투하는 것을 가리키는 반면, 후자는 종교가 여러 사회 영역 중 한 부분으로만 존재하는 것을 지칭한다. 서구 근대는 최소주의를 종교의 이상 모델로 선택한 것이다.

신실한 자에 의한 신성한 의무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모델이 서구 제국주의를 통해 비(非)서구 세계에 강요됐다는 점이다. 제국주의 이전의 거의 모든 비서구 세계는 종교와 사회가 분리되지 않은 최대주의 형태였으나 식민지 경험 이후 최소주의 모델을 강요받게 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신생독립국의 집권세력은 대부분 서구식 교육을 받은 엘리트들이었는데, 이들은 서구를 모델로 한 세속국가를 표방했다. 잘 알다시피 세속국가는 헌법에 정교분리와 종교의 자유를 천명하고 종교를 개인의 사적 영역에 위임하는 최소주의 모델에 근거한다.

그런데 이러한 모델에 근거해 출범한 대부분의 제3세계 국가에서 집권세력의 독재와 타락, 빈부격차의 증대와 같은 문제로 대중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

이러한 사회적 불안과 혼란 속에서 대중을 등에 업고 등장한 것이 바로 이슬람 원리주의다. 저자의 표현대로 하면 ‘이슬람 내부의 최대주의’다. 서구식 교육을 받은 집권세력이 최소주의 모델을 지향하는 데 반해 원리주의자들은 최대주의 모델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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