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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부시와 빈 라덴 전략의 공통점 ‘거룩한 테러’

  • 이진구 호남신학대학교 초빙교수·종교학 jilee80@freechal.com

부시와 빈 라덴 전략의 공통점 ‘거룩한 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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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은 서구 근대성에 기초를 둔 최소주의 모델이 서구사회의 타락을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이슬람사회의 세속화를 초래한 장본인이라고 비판하면서 최대주의 모델을 그 해법으로 제시한다. 따라서 이슬람 원리주의의 타깃은 자연스럽게 두 개가 된다. 하나는 서구 근대성을 대표하는 미국 자본주의이고, 다른 하나는 그러한 미국의 지원을 받으면서 서구의 세속 문화를 수용하는 현 아랍국가의 집권세력이다. 저자의 시각으로 보면 9·11테러는 바로 이슬람 최대주의에 의한 미국 자본주의에 대한 심판이자 아랍국가 집권세력에 대한 경고이다.

이 책에서 9·11이 지닌 성격을 탐색하기 위해 1차 자료로 활용하는 것은 ‘9·11 비행기 납치범들에게 내려진 최후 지령’ ‘조지 W. 부시의 대국민 연설’ ‘오사마 빈 라덴의 비디오테이프 연설’ ‘팻 로버트슨과 제리 팔웰의 700클럽 인터뷰’다. 저자는 알 카에다와 빈 라덴으로 대표되는 이슬람 원리주의(최대주의) 진영의 자료와 부시, 로버트슨, 팔웰로 대변되는 기독교 근본주의(최대주의) 진영의 자료를 서로 교차해 분석했다. 그 결과 두 진영의 문서에서 놀라우리만큼 유사한 구조를 발견했다.

알 카에다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9·11 비행기 납치범들에게 내려진 최후 지령’에 따르면 납치범들은 일말의 두려움도 없이 순교자의 자세로 매 순간에 임해야 하며 살해 행위를 희생 제의(祭儀)로, 파괴를 정화(淨化) 행위로 받아들여야 한다. 즉 이교도와 불신자를 살해하는 것은 ‘신실한’ 자에 의한 신성한 의무 이행으로 간주된다.

빈 라덴의 연설문에서도 이와 유사한 구조가 신성성의 메타포로 채색되어 나타난다. 눈에 띄는 것은 이교도보다 더 위험한 집단으로 위선자를 지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때 위선자는 이슬람 신앙을 갖고 있으면서도 미국과 타협하는 최소주의적 무슬림을 가리킨다. 세속화한 무슬림을 위선자로 규정해 주요 타깃으로 삼은 것이다.

최대주의 종교의 파괴력



부시의 연설문은 빈 라덴의 것에 비해 종교적 색채가 덜 드러난다. 그러나 심층적으로 분석해보면 거기에도 기독교적 악마론이 잠재해 있다. 기독교인은 부시의 ‘세속적’ 연설문에서 투쟁적이며 종교적인 메시지를 읽게 된다.

로버트슨과 팔웰의 인터뷰에는 악마론이 노골적으로 등장한다. 이들은 알 카에다와 빈 라덴을 악마의 화신으로 규정할 뿐 아니라 9·11을 현대 미국사회에 대한 신(神)의 경고라고 해석한다. 현대 미국사회에 만연한 낙태, 동성애, 여성주의 등은 신의 질서에 대한 도전이며, 신이 이를 심판하기 위해 9·11을 허락했다는 식이다. 빈 라덴이나 알 카에다가 이교도와 위선자를 주요 타깃으로 삼았듯 이들도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이교도와 세속적인 미국을 적으로 규정한다. 이들은 미국이 하루빨리 기독교 국가가 되기를 바라는 최대주의자들이다.

이슬람 최대주의와 기독교 최대주의는 극단적으로 대치하고 있지만, 빛의 아들과 어둠의 자식이라는 이분법에 근거해 상대방을 악마로 간주하는 악마의 정치학을 공유한다. 악마의 정치학에서는 선과 악 사이의 중립지대란 있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엄청난 폭력을 동반한 십자군전쟁이나 지하드가 선포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최대주의 종교는 우리와 거리가 먼 남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한국 개신교 일각에서 보이는 극우 파시즘적인 행태, 타종교와 전통문화에 대한 정복주의와 승리주의, 남아시아의 지진 해일과 허리케인 카트리나를 이교도와 동성애자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이라고 매도하는 수사적 폭력 등은 한국 개신교 최대주의가 매우 위험한 수위에 와 있다는 방증이다.

신동아 2005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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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구 호남신학대학교 초빙교수·종교학 jilee80@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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