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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동네 이야기

책값이 너무 비싸다는 독자들에게

  • 김현미 동아일보 출판팀 차장 khmzip@donga.com

책값이 너무 비싸다는 독자들에게

책값이 너무 비싸다는 독자들에게

인문서 가격이 점점 올라가는 이유는 책이 점점 안 팔리기 때문이다.

“적립금 7000원을 사용하시겠어요?”

내가 도서관처럼 들락거리는 한 서점에서는 책값을 치를 때마다 고객의 적립금을 확인해준다. 구입한 도서금액의 5%를 사이버캐시로 적립해주는데, 책을 15권쯤 사면 1권은 공짜인 셈이다. 적립금이 1000원 이상이면 언제라도 그만큼 싸게 책을 살 수 있지만 기왕이면 책 1권을 온전히 공짜로 얻고 싶어서 1만원이 채워질 때까지 기다리곤 한다.

그 다음 고민은 적립금을 어떤 책과 맞바꾸느냐다. 어차피 공짜인데도 좁쌀영감처럼 책의 가치를 꼼꼼히 따져보게 된다. 호주머니가 얇아진 탓일까, 책값이 비싸진 탓일까.

솔직히 요즘 책값은 버겁다. 신간까지 일률적으로 10%씩 깎아주는 온라인 서점에서도 양장본 인문서 네댓 권 고르고 아이가 읽을 책 몇권 보태면 금세 10만원이 넘는다. 가격을 보고 놀라 한두 권은 슬그머니 빼놓는다. 얼마 전 완역된 마르치아 엘리아데의 ‘세계종교사상사’ 3권 세트에 군침을 흘려보지만 무려 9만6000원. 그러나 한 온라인 서점에 가니 10% 할인, 이용실적이 좋은 고객에게 주는 추가적립금에 5000원 할인쿠폰까지 끼워준다고 한다.

하지만 더 깎아주는 데가 없을까 가격비교 사이트를 기웃거린다. 이게 사람 마음이다. 어느 출판사 사장 왈, 소설 가격이 1만원을 넘으면 독자는 “지(작가)가 뭔데?” 하며 서점에서 책을 들었다 놓는단다. 그래서 소설책의 정가는 9800원, 9500원, 대부분 1만원을 넘지 않는다고 했다.

안 읽을수록 값은 오른다

직접 책을 만들기 전에는 나도 똑같은 생각을 했더랬다. 정가제가 무너지면서 온라인 서점들이 할인경쟁에 들어가자 출판사들이 깎아줄 것을 감안해 정가를 왕창 올려받고 있다고 의심도 했다. 그런데 직접 만들어 보니 그게 아니다. 흑백보다는 2도 인쇄나 올컬러로 만들고 싶고, 기왕이면 시원시원하게 일러스트를 넣고, 표지나 본문 종이도 고급스러운 것으로 만들 수 있으면 더 좋고… 하다 보면 제작비가 자꾸 높아지는데 막상 가격을 정할 때는 소심해져서 조금이라도 낮추려고 안달이다. 그러니 원가로 치면 2만원에 팔아도 아쉬울 책에 정가 1만5000원이 붙고, 1만원짜리는 9500원이 되는 거다.

출판사로서 더 억울한 것은 1만원짜리 책을 팔면 출판사가 1만원을 다 챙긴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도매상이나 서점 몫도 나눠야 한다. 그래서 1만원짜리 1권을 팔면 출판사의 몫은 잘 해야 6000원이다. 요즘 초판 3000부도 다 팔리지 않는 책이 수두룩하니 몇 달씩 걸려 책 한 권 만들어서 1500만원 벌기가 빠듯하다. 여기서 저자 인세와 종이값, 인쇄비, 제본비 등 제작비를 빼고 나면 편집자 인건비도 못 건지는 구조다. 다행히 그 책이 2쇄, 3쇄로 이어지면 그 동안 누적된 적자가 메워진다. 그래서 팔리는 책 몇 권이 안 팔리지만 내야만 하는 책들을 먹여 살린다.

출판사 살림살이를 이렇게 구차하게 드러내는 이유는 책값에 대한 오해를 없애기 위해서다. 인문서의 가격이 점점 더 올라가는 것은 책이 점점 더 안 팔리기 때문이다. 3000부 팔아야 제작비라도 건지는데 1000부도 안 팔리니 손해 안 보려면 1권에서 뽑아내야 하지 않겠나. 한마디로 책을 안 읽을수록, 안 살수록 책값은 비싸진다. 반면 베스트셀러가 되면 기본 제작비는 이미 다 빠졌으니까 온라인 서점에서 몇천원씩의 할인쿠폰도 붙여준다. 안 팔리는 책들은 상대적으로 더 비싸게 느껴진다. 모든 책이 베스트셀러라면 좋겠지만 세상은 패스트푸드만 먹고 살 수는 없지 않은가. 남다른 미각을 가진 사람은 비싼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신동아 2005년 12월 호

김현미 동아일보 출판팀 차장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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