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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같은 사진도 보는 맛이 다르게 만드는 ‘교양의 즐거움’

  •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 khhan21@hanmail.net

같은 사진도 보는 맛이 다르게 만드는 ‘교양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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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사진도 보는 맛이 다르게 만드는 ‘교양의 즐거움’

‘교양의 즐거움’ 박홍규 외 지음/월간 ‘신동아’ 기획/ 북하우스/360쪽/1만2000원

“아날로그 사진은 디지털 기술로 말미암아 새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 그 가능성을 5%도 열어 보이지 않았다.”

이 말은 사진의 ‘뉴욕현대미술관(MoMA)’으로 불리는 ICP미술관에서 아시아 작가로는 최초로 2005년 12월부터 전시회를 열게 된 작가 김아타가 내게 뱉은 일성이다.

어느 날 나는 한 지인의 권유로 박생광 탄생 100주년 기념 회고전을 보러가게 되었다. 경기도 용인의 이영미술관으로 가는 승합차의 내 바로 옆자리에 김아타가 앉아 있었다. 그때 한 변호사가 자기 아들이 사진을 공부하겠다는데 사진이 정말 가능성이 있느냐고 묻자 그렇게 대답했던 것이다.

그의 얘기는 2000년에 펴낸 ‘디지털과 종이책의 행복한 만남’이란 책에서 내가 한 말과 똑같다. 나는 그 책에서 아날로그 종이책은 디지털 기술을 만나 새로운 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아타의 발언은 책이란 말이 사진으로만 바뀌었을 뿐 똑같은 논리였다.

다음 회동은 김아타의 작업실에서 있었다. 김아타는 그날 자신의 작품 슬라이드를 하나씩 넘기면서 간략하게 설명했다. 그중에서도 그의 최근작인 ‘브로드캐스팅(Broadcasting)’ 시리즈는 나를 압도했다.

찬란한 대중문화 꽃피운 기술복제

이를테면 2002년 월드컵 축구의 한 경기를 장시간 노출을 주어 한 장의 사진에 담아냈다. 빨리 움직이던 것일수록 더 빨리 사라지고 고정된 물체만 남는다. 경기장에는 쉼 없이 움직이던 선수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파란 잔디만 보인다. 당연히 관중석에는 붉은 물결이 넘친다. 비슷한 시기 같은 방법으로 국회의사당을 여섯 시간 동안 찍는다. 자리를 지킬 수밖에 없는 박관용 국회의장의 모습은 보이지만 국회의원석은 텅 비다시피 한다. 국회의원들은 워낙 바빠 제 자리를 지키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브로드캐스팅 시리즈가 말하고자 한 바는 제행무상(諸行無常). 존재하는 것은 결국 모두 사라진다는 의미다.

21세기 사진은 이렇게 디지털 기술을 맘껏 활용함으로써 피사체를 단순하게 재현하는 20세기적 한계를 뛰어넘으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기 시작했다. 어쩌면 사진이 가장 위선적인 매체라는 것을 실증해 보인 것이다. 사실에 가까운 사진일수록 연출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그런 사진은 인간의 관념과 체험마저 하나로 결합시킨다. 원래 그런 구실은 회화의 기능이었다. 그러나 이제 사진이 가지고 있는 ‘신체성’은 회화가 지니고 있는 가식성보다 인간에게 더욱 큰 감동을 안겨준다.

19세기 말에 발터 벤야민은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이란 저서에서 사진의 등장으로 인해 예술작품의 기술복제가 가능해졌지만 그로 말미암아 예술작품의 유일무이한 현존성, 즉 아우라의 붕괴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것은 예술의 몰락이 아닌 새로운 예술, 즉 대중예술의 화려한 출발을 불러왔다. 20세기에 등장한 텔레비전이나 영화는 기술복제가 아니었으면 그토록 찬란하게 꽃 피우지는 못했을 것이다.

20세기 말에 등장한 디지털 기술은 ‘기술복제’의 수준을 한 차원 진전시켰다. 새로운 기술이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일상성이다. 디지털 카메라가 등장하는가 싶더니 곧 이어 휴대전화에 디지털 카메라 기능이 첨가되면서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 사진 찍는 것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사진은 휴대전화나 인터넷의 블로그 등 유비쿼터스 환경에 힘입어 곧바로 전세계로 퍼져 나간다.

사실 사진영상도 인간을 곧잘 ‘정서’와 ‘환상’으로 몰아넣는다. 인터넷에서 읽기는 ‘검색’을 통해 이뤄진다. 그런데 우리는 단 한 장의 사진을 보기 위해 수없이 클릭하기도 해서, 너나없이 선택을 받을 만한 사진을 만들어내고자 한다. 그래서 사진은 이미 현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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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 khhan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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