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2월호

하지정맥류 환자에게 찜질방은 독(毒)

  • 김재영 강남연세흉부외과 원장

    입력2006-02-02 17: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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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정맥류 환자에게 찜질방은 독(毒)
    유난한 추위에 따뜻한 아랫목이 그리운 올겨울. 몸을 녹이며 건강도 챙기겠다는 ‘찜질방 예찬론자’가 많다. 가족 나들이, 직장인들의 회의, 연인들의 데이트, 친구들의 동창회 장소로 애용되기도 한다. 비용이 적게 들고 건강 다지기에 좋은 장소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찜질방이 모든 사람에게 약이 될까? 다리 정맥 혈관에 문제가 있는 경우 되레 독이 될 수 있다.

    날씨가 추워지면 평소보다 혈액순환이 잘 안 된다. 따라서 건강한 사람도 다리가 쑤시거나 시린 증상이 곧잘 생긴다. 그런데 다리에 푸른 정맥 혈관이 불끈 튀어나오는 하지정맥류 환자는 애초부터 혈관이 늘어져 혈액이 정체돼 있다. 여기에 추운 날씨로 혈액순환이 어려워지면 혈관 안에 혈액이 더 잘 고인다. 이로 인해 혈전(피떡)이 마구 생기면서 다리가 무겁고 저리며, 타는 듯한 피로감이 여느 계절보다 심해진다.

    문제는 이런 증상이 오면 환자들이 천편일률적으로 ‘지지기’를 택한다는 점. 뜨거운 물에 다리를 담그거나, 찜질방을 찾아 눕는 것을 치료법으로 여긴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병을 키우는 꼴이다.

    열기가 다리에 직접 닿아 혈관을 확장시키면 일시적으로 증상이 좋아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하지정맥류가 생긴 혈관은 뜨거운 것을 대할수록 고무줄처럼 늘어난다. 즉 단기적으로는 증상이 완화되는 것처럼 느낄지라도 장기적으론 혈관을 완전히 망가뜨리게 된다.



    하지정맥류 환자는 증상이 심할수록 뜨거운 것을 멀리하고 찬 물수건으로 무거워진 다리에 냉찜질을 해주는 게 좋다. 다리를 심장보다 높이 올려 다리의 혈액순환을 돕고 마사지로 다리 근육을 풀어주는 것도 병행해야 한다. 아울러 평소에 의료용 압박 스타킹을 신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 스타킹은 일반 스타킹과 달리 발목, 종아리, 허벅지에 각기 다른 압력을 가해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한다.

    하지정맥류는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 진행성 혈관질환. 하지만 치료를 통해 정맥류의 원인과 악화 요인을 제거하면 혈관이 더는 확장되지 않는다. 증상이 가벼울 땐 혈관을 굳게 하는 주사를 맞는 것만으로 치료가 된다. 이를 혈관경화요법이라 하는데, 초음파로 혈관을 정확히 보면서 주사를 놓으므로 거의 재발하지 않는다. 1회 치료로 환자의 70%가 만족할 만큼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정맥류가 상당히 진전됐다면 수술이 불가피하다. 예전의 절개수술은 전신마취를 하는 큰 수술이어서 환자 부담이 크고 수술 후 흉터도 남았지만, 최근엔 국소마취 후 레이저 수술로 늘어진 혈관을 제거하므로 피부를 절개하지 않고도 치료가 가능하다. 흉터가 남지 않고 통증도 적어 당일 퇴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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