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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기자의 대중문화 보충수업

중고생 임신, 모텔 유람, 동성애…영화로 읽는 신세대의 性

“섹스? 솔직하고 재밌어야죠, 아름다운 건 시시해요”

  • 이승재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sjda@donga.com

중고생 임신, 모텔 유람, 동성애…영화로 읽는 신세대의 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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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파란 아이들이 모텔에서 나오는 걸 보며 끌끌 혀를 찬 적이 있습니까? 오랜만에 큰맘 먹고 자녀와 함께 영화관에 갔다가 얼굴이 화끈해져 돌아온 적은 없는지요. 세상이 많이 변했습니다. 영화에서 성(性)이 빠지면 신세대를 사로잡을 수 없습니다. 이제 신세대에게 성은 놀이이자 문화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말세”라고 열을 올리기 전에 이‘망할 놈의 세상’의 정체를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중고생 임신, 모텔 유람, 동성애…영화로 읽는 신세대의 性
“말세야, 말세.”

2004년 9월 개봉된 한국 영화 ‘돈텔파파’는 기성세대로부터 딱 이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 영화의 시작은 이렇습니다. 여자고등학교 화장실에서 한 여학생이 기를 씁니다. 그리고 잠시 뒤 “아앙, 아앙~” 하는 아기 울음소리가 화장실에 울려 퍼집니다. 여고생이 아이를 낳은 것입니다. 장면이 휙 바뀌어, 이 ‘엄마’ 여고생은 자신의 뱃속에서 나온 갓난아이를 소쿠리에 담아 아기의 ‘아빠’가 다니는 한 고등학교 교실로 보냅니다. 그것도 ‘퀵서비스’를 통해서 말이죠.

놀라지 마십시오. 이 영화는 성인용이 아닙니다.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아 고등학생이면 누구나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영화는 당당히 ‘전 연령 커버 가능 오르가슴 무비’라는 해괴한 선전문구까지 내걸었죠.

이번엔 지난해 1월 겨울방학을 맞은 고교생들을 겨냥해 개봉한 영화 ‘몽정기 2’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어느 날 17세 여고생들이 모인 반에 ‘꽃미남’ 봉구가 교생으로 옵니다. 봉구를 두고 ‘백세미’와 ‘오성은’이라는 두 여고생이 신경전을 벌입니다. 서로 ‘내것’이라고 말이죠. 결국 백세미는 오성은에게 이런 내기를 제안합니다. “만약 네가 학교 축제 때까지 교생과 섹스를 하면 내가 교생을 포기하겠다”고 말이죠.

아직 초경을 경험하지 못해 친구들로부터 ‘애’라고 놀림받던 오성은은 단짝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교생과 성관계를 맺기 위한 ‘작전’에 돌입합니다.

역시 ‘15세 이상’ 관람등급을 받은 ‘몽정기 2’는 이런 이야기 줄기 외에도 갖가지 ‘진기명기’를 보여줍니다. 여고생은 생리대를 뒤집어 착용하는 바람에 난감한 사태에 빠지고, 어떤 여고생은 콘돔을 껌처럼 질겅질겅 씹어대며, 이에 질세라 ‘꽃미남’ 남자 교생은 발기가 될 때마다 방귀를 뽕뽕 뀌어대고, 남자 담임교사는 여제자의 몸을 바라보며 침을 흘립니다.

세상이 변하긴 변했습니다. 이런 영화들이 노골적으로 고교생 관객을 노리고 나올 수 있다는 점도 그렇지만, 더 놀라운 건 앞의 두 영화가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는 사실입니다. 두 영화는 당초 타깃으로 한 신세대가 대거 극장에 몰려들면서 손익분기점을 넘어섰죠. 이쯤 되면 세상을 탓하기 전에 이 ‘망할 놈의 세상’의 정체를 제대로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세대의 성의식을 알지 못하면 신세대를 사로잡을 문화상품이 나오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이제 신세대에게 성(性)은 놀이이자 문화입니다.

#‘연애술사’의 성공비결 : 모텔을 공략하라!

지난해 극장가는 ‘웰컴 투 동막골’의 800만 관객 돌파라던가, 박찬욱 감독이 이영애를 단독 주연으로 내세워 만든 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성공이라던가 하는 화려한 이슈들이 지배했습니다. 이 때문에 물밑에서 소리 소문 없이 일어난 엄청난 이변 하나가 상대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았죠. 그건 바로 영화 ‘연애술사’의 대성공입니다.

지난해 5월 조용히 개봉한 이 영화는 ‘1주일 만에 간판을 내릴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한 달이 넘도록 ‘롱런’하면서 관객 12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고작 27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이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빛나는 이유는 같은 날 개봉된 한국형 블록버스터 ‘남극일기’를 누르는 기적 같은 성적표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남극일기’는 무려 90억원의 제작비를 들이고, 전체의 70% 이상을 뉴질랜드 설원에서 촬영한 작년 상반기 최고 기대작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커다란 덩치와 공격적인 마케팅에 힘입어 개봉 첫 주 무려 6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지만, 입소문이 퍼진 2주째부터 관객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가늘고 길게 가던 ‘연애술사’에 덜미를 잡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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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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