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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쓰는 의사 정정만의 섹스 클리닉

굿 섹스의 에센스는 음탕(淫蕩)과 음탐(淫貪)

  • 정정만 M&L 세우미(世優美) 클리닉 원장 / 일러스트·김영민

굿 섹스의 에센스는 음탕(淫蕩)과 음탐(淫貪)

굿 섹스의 에센스는 음탕(淫蕩)과 음탐(淫貪)
‘속좁은 여자’가 ‘질 좋은 여자’라는 속설은 거의 등식처럼 굳은 ‘명기론(名器論)’의 핵심이다. 촉촉함, 따스함, 아늑함이라는 ‘3함’을 모두 갖춘 여성이라도 속 넓고 통 크면 남성의 쾌감이 반감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명기도 이를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아는 명연주자를 만나야 제소리를 낼 수 있는 법이다. 연주 기법도 그저 볼트를 너트에 끼워 넣는 단순한 방식이 아니라 철저히 교합 원리에 따른 그 무엇이어야 한다.

남자들 대부분은 굿 섹스의 요건을 남성의 크기와 여성의 죄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속설 때문에 ‘이쁜이 수술’과 성기 확대수술이 횡행한다. ‘큰 남자’와 ‘좁은 여자’가 정말 최고의 요건일까.

보디빌딩이나 웨이트트레이닝으로 우람한 근육질 페니스가 될 수만 있다면 피트니스 클럽엔 수많은 남자가 아랫도리에 힘을 쏟아내며 ‘페니스 역사(力士)’의 꿈에 매달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페니스 몸통에는 골격근이 없고 발기에 관여하는 근육도 자율적으로 수축-이완되는 평활근으로 이뤄져 있기에 물리적 운동으로는 결코 근육질 덩어리를 만들어낼 수 없다. 그뿐 아니라 입문(入門)한 페니스 목을 휘어 감싸는 질은 튜브 형태여서 그 안의 공간 용적은 상황에 따라 다분히 가변적이다. 여성의 질은 손가락 크기에서 태아의 머리까지 포용하는 놀라운 신축력을 지닌 기관이다.

섹스의 만족도와 색깔을 좌우하는 열쇠가 이런 하드웨어적 인자라는 인식은 버려야 한다. 굿 섹스의 핵심은 성적 환상과 성적 상상력을 극대화해 성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오직 섹스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하는 음란성에 있기 때문이다. 섹스의 본질은 ‘음탕한 것’이며 ‘음탐(淫貪)’이야말로 굿 섹스의 에센스다. 음란성이 진할수록 내적으로 충실한 섹스이며 음란성을 제거한 섹스는 무미건조한 기계적 결합일 뿐이다. 기계적 결합으로는 성적 상상력을 창출하거나 음심(淫心)을 자극할 수 없다. 굿 섹스란 자신을 숨기거나 감추지 않고 육감에 충실할 때 비로소 그 진가가 터득된다.

그런데도 잘난 사람들은 섹스의 음란성을 비하하고 비판한다. 마치 식순에 의한 형식적 섹스가 따로 존재하는 것처럼. 식사(式辭)도 하고, 성공을 위한 기도도 드리고, 삽입 순서에 따라 결합하고…. 마치 그런 것이 가능한 일인 것처럼 말이다. 이 모두가 섹스에 씌워진 이중 잣대 때문이다. 오랫동안 굶주린 탓에 갈증나고 배고파 걸신들린 듯 정신없이 먹어대는 생리현상에 그 누가 감히 윤리의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섹스의 참모습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감히 단죄의 채찍을 휘두를 수 없을 터이다. 성적 환상이나 성적 분위기는 음란성을 증폭시키기 위해 동원되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섹스에 참여하는 순간만큼은 섹스의 의미나 가치 따위의 이성적 척도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남자의 성욕은 배설욕구의 변형물이다. 젊은 남자는 한 번 사정한 후 3∼5일의 생물학적 기간이 지나야만 정액 성분이 정상화된다. 3∼5일이 경과하면 전립선이나 정낭, 정관 팽대부와 같은 성 부속기관 내부에 정액 성분이 충만해져 내부 압력이 커진다. 이 내부 압력과 충혈 현상이 성욕의 형태로 감지되는 것이다. 성욕은 성행위의 모티브이고 성 실행력의 에너지이며 성행위의 만족도나 충실도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필수 영양소다. 절제와 통제, 그리고 순화된 섹스를 외치는 입도 음탕한 성 놀이에 탐닉하는 육체의 고뇌를 잘 알고 있다. 입과 육체가 어긋난 틈새에서 혼동과 죄책감을 갖는 것은 섹스의 원형, 그 참모습을 변형시키려는 입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덧칠하지 않은 원래의 색깔과 형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환상적 섹스의 요체라고 말할 수 있다. 성적 욕구, 성적 환상, 성적 공상은 섹스의 필수 양념이다. 이와 같은 양념을 치지 않고는 맛깔 나는 섹스를 즐기기가 불가능하다. 섹스란 그런 것이다. 서로 통하는 느낌 자체를 존중하는 일이다. 둘이서 함께 가는 외길의 아름다운 하모니가 바로 섹스다.

아직도 성적 만족도를 발기의 질, 페니스의 질 내 체류시간, 사정의 분출력, 오르가슴의 강도와 같은 주관적 척도와 상대 여성의 성적 만족도라는 객관적 증후로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기준들을 제어하는 인자는 단연코 성적 상상력과 성적 욕구다. 세련된 테크닉과 풍부한 상상력은 성기의 하드웨어적인 요인을 압도하며 고음란, 고품질의 섹스를 이루는 관건이다.

손이나 신체의 일부를 활용한 드라이(dry) 터칭, 입술과 혀를 이용한 (wet) 터칭, 입김을 이용한 블레스 터칭, 머리나 음모를 동원한 헤어 터칭으로 4개의 꽃잎과 클리토리스, 그리고 신비한 동굴을 현란하게 유린하는 공격적 테크닉, 거기에 덧붙여지는 음란한 상상이 굿 섹스에 이르는 지름길임을 상기하기 바란다. 남성들이 그토록 갈구하는 ‘속 좁은 여자’는 당신의 테크닉에 의해 더욱 좁아진 질로 당신의 목을 조일 것이다.

신동아 2006년 3월 호

정정만 M&L 세우미(世優美) 클리닉 원장 / 일러스트·김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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