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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기자의 대중문화 보충수업

신세대가 열광하는 가요 들여다보기

“내게 들어와 펌프질을 해…” 노골적 性 묘사, 욕설, 분노의 ‘종합선물세트’

  • 이승재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sjda@donga.com

신세대가 열광하는 가요 들여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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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유행가에는 사랑의 기쁨이나 이별의 아픔처럼 인간의 보편적인 감성을 건드리는 내용이 많았죠. 하지만 요즘 신세대가 즐겨듣는 유행가에는 젊은이들의 일시적인 성향이나 사고방식, 고민, 그리고 라이프스타일이 현재진행형으로 담겨 있습니다. 그 모습은 즐겁고 유쾌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때론 오금이 저릴 정도로 두렵거나 혀를 찰 정도로 한심하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중요한 건, 그것이 분명 신세대의 현주소라는 점이죠.
# 새로운 섹슈얼 코드, ‘누나’

신세대가 열광하는 가요 들여다보기
‘연하남성과 연상여성’으로 이뤄진 커플은 더 이상 새로운 트렌드가 아닙니다. 요즘 젊은 여성들 사이엔 “어린 남자 한번 못 사귀어보고 시집가면 평생 후회한다”는 말까지 돌 정도니까요. 그래서인지 2004년 당시 고교 3학년생이던 가수 이승기는 연상녀·연하남 커플이 지닌 감성을 직설법으로 표현한 노래 ‘내 여자라니까’로 금방 스타덤에 올랐죠.

모성애를 자극하는 곱상한 얼굴의 이 고3 소년이 다음과 같은 노랫말을 구성지게 부를 때 많은 ‘누나’가 뒤로 넘어갔습니다. 당시 이 노래는 ‘누나’를 사귀는 수많은 연하남의 노래방 ‘18번’이었죠.

“나를 동생으로만 그냥 그 정도로만 귀엽다고 하지만 누난 내게 여자야. 누나가 누굴 만나든지, 누굴 만나 뭘 하든지, 난 그냥 기다릴 뿐. 누난 내 여자니까. 너는 내 여자니까. 너라고 부를게. 뭐라고 하든지. 남자로 느끼도록 꽉 안아줄게.”

이렇게 ‘누나’들의 마음을 촉촉이 적신 노래가 유행한 지 2년이 지난 2006년. 공주병 걸린 듯한 콧소리를 자랑하는 탤런트 현영이 3월 초 가수로 데뷔했습니다. ‘누나의 꿈’이라는 곡을 들고요. 이 곡은 발매 1주일이 채 안 돼서부터 젊은층 사이에 뜨거운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경쾌한 멜로디의 이 노래는 ‘내 여자라니까’에 대한 답가(答歌) 형식으로, 연하남에게 사랑을 속삭이는 ‘누나’의 심정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알쏭달쏭 글쎄 넌 모르겠지. 신비로운 눈빛이 너를 부르는 걸 피하지 마. 즐겨. 느껴. 이제야 비로소 내 꿈 속 마침 주인은 너라니깐. call me. touch me. 누나 누나의, 누나 누나의, 누나 누나 누나의 마음을 봐. 사랑 가득해. 나이 따위가 어때. hold me. kiss me. 누나 누나의, 누나 누나의, 누나 누나 누나의 꿈을 찾게 믿어 주겠니…나의 덫에 걸려, 묶여, 아무데도 못 가. 찜했어. 너만이 내게 보이는 동안 못 가. 별수없어…나만 믿어. 따라만 와.”

처음에는 “나이 따위가 어떠냐”면서 연하남을 설득하는 듯하지만, 금방 돌변해서 “나의 덫에 걸렸다. 내가 찜했으니, 넌 아무데도 못 간다. 별수없다”며 협박조로 나옵니다. 결국엔 사회 경험이 많은 장점을 내세워 연하남이 갖고 있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유혹’하죠. “나만 믿어. 따라만 와” 하면서 말이에요.

“누나 누나의, 누나 누나의, 누나 누나 누나의”라는 신나는 후렴구가 붙은 이 노래는 알고 보면, 연하남자에게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가며 사용하는 요즘 연상녀의 의뭉스런 속내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거죠.

# 극단적 여성상위 세태 노골적 묘사

최근에는 이렇듯 여성의 시각에서 애정행각을 주도하는 내용을 담은 노랫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남자를 ‘휘어잡는’ 여성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겠죠. 남자의 급작스런 이별선언에 하염없이 눈물 흘리며 돌아선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수동적인 여성상은 노랫말에서 점차 자취를 감추는 추세입니다.

지난 2월, 2집 앨범 ‘다크엔젤’을 내놓은 섹시 가수 이효리야말로 그 선두주자입니다. 3년 전 ‘10 Minutes’를 내놓았을 때만 해도 그녀는 ‘남자를 유혹하는 적극적인 여성’에 머물러 있었죠. ‘10 Minutes’는 나이트클럽에서 여자친구가 잠시 화장실에 간 사이 남겨진 한 남자를 10분 안에 유혹해 내 남자로 만들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2집에서 이효리는 ‘적극적인 여자’의 모습을 뛰어 넘어 거의 ‘굶주린 암사자’에 가깝습니다. 과거 ‘섹시함(sexy)’이 컨셉트였다면, 이번엔 ‘섹시함’과 ‘거칠음(tough)’을 동시에 내세우죠. 그녀의 노랫말에는 남자를 아예 ‘노예’로 삼고자 하는 터프한 모습이 담겨 있거든요. 다음은 이효리가 부른 ‘노예’의 가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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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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