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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갈릴레오의 진실’

기회주의자인가, 영웅인가

  • 구자현 영산대 교수·과학사 jhku@ysu.ac.kr

‘갈릴레오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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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레오의 진실’

‘갈릴레오의 진실’ 윌리엄 쉬어·마리아노 아르티가스 지음/고중숙 옮김/376쪽/1만4000원

1992년 10월31일은 과학사를 전공하는 내게 특별한 날이다. 이 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360년 전 지동설을 주장했다는 이유로 정죄(定罪)된 갈릴레오 갈릴레이를 복권시켰기 때문. 교회가 과학적 사실을 주장한 과학자를 무고하게 이단으로 몬 것을 시인하고 사과했다는 것은 과학과 종교의 역사에서 의미 있는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내게 현대사회에서 과학과 종교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깊이 있게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갈릴레오는 아인슈타인이나 뉴턴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과학적 공적에서 탁월성을 인정받는다. 그는 근대과학의 창시자로 존경받을 뿐만 아니라 종교 권력에 대항해 과학적 진리를 옹호한 자유사상가로 명성을 얻었다. 과학적 진리를 주장하다가 종교재판에 회부되어 유죄 판결을 받고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말을 남겼다는 이야기는 허구임에도 지금껏 그의 명성을 뒷받침해왔다. 이러한 장면에서 교회는 진리를 억압하는 무지한 권력이며 과학자는 진리를 대변하는 외로운 투사다.

갈릴레오 재판에 대한 이러한 전통적인 시각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왔지만 이번에 번역 출간된 ‘갈릴레오의 진실’은 또 다른 시각을 제공하고 있어 반갑다. 책의 저자는 과학사학자 윌리엄 쉬어와 가톨릭 신학자 마리아노 아르티가스다. 두 사람은 여러 문서고를 뒤져 찾아낸 자료들을 바탕으로 갈릴레오의 일생을 여섯 차례의 로마 여행을 중심으로 재구성했다. 저자들은 갈릴레오가 종교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게 된 정황을 자세히 추적해 이 사건이 과학 대 종교의 싸움이 아닌 정치적, 사회적, 개인적 요소들이 결합된 복잡한 사건이었음을 보여준다.

여섯 번의 로마 여행

갈릴레오의 첫 번째 로마 방문은 1587년 23세의 나이에 이뤄졌다. 이때 갈릴레오는 대학에 자리를 얻는 데 필요한 추천서를 받기 위해 로마를 방문했고, 당시 유명하던 예수회 신부 클라비우스와 카에타니 추기경을 만나 자신의 논문을 보여줬다. 그 성과로 이듬해 피사 대학의 수학 교수가 될 수 있었다. 1592년부터 1610년까지는 파도바 대학에 재직했고 이후에는 자신의 고향인 피렌체에서 토스카나 대공의 전속 수학자 겸 철학자로 임명돼 더 안정적으로 과학 연구를 할 수 있었다.

두 번째 로마 방문은 1611년에 이뤄졌다. 갈릴레오는 망원경을 이용해 달 표면의 굴곡들과 목성의 위성을 발견했는데, 이것들에 대해 학계의 인정을 얻어내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 방문도 매우 성공적이었다. 그는 린체이 아카데미를 비롯한 지식인들로부터 망원경과 여러 발견의 성과를 인정받았다. 이러한 발견들은 아리스토텔레스적 우주관과 배치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학계의 관심을 끌었다.

세 번째 로마 방문은 ‘카스텔리에게 보내는 편지’로 인한 것이었다. 갈릴레오는 이 논문에서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따를 때 성경에 언급된 현상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신학적으로 접근해 코페르니쿠스를 옹호하려 했던 것인데 오히려 논란에 휩싸이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1615년에서 1616년에 걸쳐 로마를 방문해야 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그는 벨라르미노 추기경으로부터 코페르니쿠스를 옹호하지도 견지하지도 말라는 경고를 받고, 이를 수락했다. 이때 작성된 문서는 나중에 갈릴레오가 종교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는 결정적인 증거가 된다.

네 번째 로마 방문은 1624년, 교황 우르바노 8세를 알현하고 태양중심설을 옹호하는 저술을 집필할 수 있을지를 타진하기 위한 것이었다. 갈릴레오는 교황을 6차례 만난 뒤 우호적인 분위기를 감지하고 ‘두 가지 주요 세계관에 관한 대화’를 집필하기로 결심했다.

다섯 번째 로마 방문은 1630년 ‘대화’의 원고를 검열받기 위한 것이었다. 그는 교묘한 포장과 지원 세력에 힘입어 검열을 무사히 통과할 것이란 전망을 얻고 귀향했다. 몇 달 후 후원자인 체시 공(公)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마침내 1632년에 피렌체에서 ‘대화’가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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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현 영산대 교수·과학사 jhku@y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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