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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가족 이데올로기를 조롱하다

  • 김현미 동아일보 출판팀 차장 khmzip@donga.com

소설, 가족 이데올로기를 조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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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가족 이데올로기를 조롱하다

전통적인 틀을 벗어난 가족 형태를 소재로 한 소설들.

“엄마, 우리 가족은 누구예요?”

딸이 초등학교 1학년 무렵 문득 물었다. ‘우리 가족? 당연히 엄마, 아빠, 그리고 너지’ 하려다 말문이 막혔다. 내 안에서 ‘가족이 뭐지?’ 하는 원초적인 의문이 고개를 든 것이다.

가족의 사전적 정의는 ‘혈연과 혼인 관계 등으로 한집안을 이룬 사람들의 집단’이다. 쉽게 말해 부모와 자식, 형제자매, 부부 관계에 있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가족과 비슷한 의미로 쓰이는 ‘식구’는 뭘까. 사전은 ‘같은 집에서 끼니를 함께하며 사는 사람’이라고 풀이한다. 그럼 우리 가족은 모두 몇 명인가?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았다.

학교에 제출할 가족 명단을 작성하면서 아이가 망설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필자는 결혼 후 4년 동안 아이를 친정에 맡겨 기르다가 아이 교육을 핑계로 부모님과 살림을 합쳤다. 아이는 태어나서 줄곧 외가에 살았고, 남편은 5년 전 처가살이를 시작했다.

그런데 친정에는 이미 오빠 부부가 들어와 살고 있었다. 올케 처지에서 보면 시부모에 결혼한 시누이 가족까지 한지붕 아래 사는 셈이다. 이런 사정을 알게 되면 사람들은 “에~” 하고 입을 벌린다. 그것이 “그 집 며느리 힘 좀 들겠네” 하는 의미라는 걸 다 안다.

우리 가족은 몇 명인가?

오빠 부부와 우리 부부는 각각 아이를 하나씩 두었다. 사촌인 두 아이는 연년생으로 태어나는 순간부터 할머니 품에서 함께 컸기 때문에, 사람들은 흔히 두 아이를 ‘정말 안 닮은’ 남매인 줄 안다.

아이는 둘이고 어른은 여섯인 집에서 우리는 고모, 고모부, 삼촌, 외숙모 하는 호칭을 그냥 아빠, 엄마로 통일했다. 그래서 조카는, 실은 고모인데 엄마라고 부르는 필자를 자신의 진짜 엄마와 꼭 구분해야 할 때면 엄마 앞에 ‘김현미’라는 이름을 붙여 부른다. 물론 아이들이 크면서 대외용 호칭을 가르치고 있지만 여전히 집안에서는 엄마, 아빠가 먼저 튀어나온다.

점잖은 분들이 들으면 호칭도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르는 ‘콩가루’ 집안이라고 혀를 찰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호칭 덕분에 뜻밖의 수확을 얻었다. 자꾸 엄마로 불리면 고모가 아니라 진짜 엄마가 된다는 점이다. 우리집에서는 내 새끼, 네 새끼가 따로 없다.

이러니 딸애가 ‘가족’란을 어떻게 채울지 고민할 만도 하다. 엄마 2명, 아빠 2명,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성(姓)이 다른 남동생 이렇게 모두 가족이요 식구인데 가족란에 누구 이름은 쓰고 누구 이름은 안 쓸 수 없지 않았겠는가. 아이에게 더 고민하지 말고 밥상 위에 숟가락이 놓이는 대로, 즉 ‘식구’ 개념으로 가족을 쓰라고 했다.

확실히 가족의 형태는 달라지고 있다. 특히 이혼과 재혼이 늘면서 새롭게 생겨난 이른바 ‘패치워크 패밀리’도 더는 낯설지 않다. 패치워크 패밀리란 재혼하는 부부가 각자 전남편,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를 데려와 새로운 가족을 이루는 것이 마치 천 조각들을 이은 것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어버이날을 맞아 장하진 여성가족부 장관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2004년 제정된 ‘건강가족기본법’이 가족의 범위를 너무 제한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자, 그에 수긍한다는 답변을 했다.

“가족이라고 하면 일방적으로 부모와 자녀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미 1인 가구(1인 가족)가 20%를 넘었고 재혼가족, 이민자 가족 등 다양한 가족의 형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모든 것이 인위적으로 막을 수 없는 시대적 추세이므로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사회보장과 세제혜택과 같은 국가 지원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전통적인 의미의 가족은 붕괴되고 있더라도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그 자리를 대신하면서 우리의 도덕적 잣대마저 바꿔놓고 있다. 그래서 ‘아내가 결혼했다’(박현욱 지음, 문이당) 같은 발칙한 소설이, 미풍양속을 해친 죄로 벌을 받는 대신 ‘상’(1억원 고료 세계문학상 당선작)을 받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일처다부제 향한 거부감 무장해제

‘아내가 결혼했다’라는 소설을 한 마디로 요약해주는 문구는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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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동아일보 출판팀 차장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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