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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그 완벽한 설계에 대하여

  • 조수철 / 일러스트·박진영

인간, 그 완벽한 설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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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그 완벽한 설계에 대하여
인간이 태어나려면 난자와 정자가 결합해야 한다. 이 과정이 수정이다. 수정은 한 마리의 정자가 난자와 만나는 과정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경제적, 의학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남자가 한 번 사정을 하면 대개 4∼5cc의 정액이 나오는데, 정액 1cc당 약 7000만마리의 정충이 들어 있다. 그러니까 3억∼4억마리의 정충 중에서 한 마리의 정충이 난자와 결합하게 된다. 인간의 육체는 극도로 완벽하게 설계되었다. 모든 신체기관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조화와 균형을 이루면서 최소한의 에너지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경제성으로 보자면 수정이 되는 과정은 아주 비경제적이다. 한 마리의 정자가 난자와 결합한다면 한 마리의 정자만 사출되면 충분한데, 3억∼4억마리나 되는 엄청난 숫자의 정충이 나오고 이 중 한 마리가 난자와 결합하면 다른 정충들은 결합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이러한 과정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요컨대 경쟁과 대극의 합일(정자와 난자의 결합)이 생명의 시발점이요, 이러한 과정은 한 개인이나 사회가 발전하는 데 필수적인 요건이다.

요즘 우리 사회는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평등주의에 빠져 모든 인간이 평등해야 한다는 논리에 집착하고 있다. 기회는 평등하지만 결과까지 평등할 수는 없지 않는가. 난자와 결합할 수 있는 기회는 3억∼4억개의 정충 모두에게 평등하게 주어진다. 그러나 그 각각의 정충이 모두 난자와 결합할 수는 없다. 공정한 경쟁을 통해 그중 한 마리만이 난자와 결합할 수 있다.

또한 우리 사회엔 극도의 이분법적 사고와 행동이 판을 친다. 남과 북, 동과 서, 좋은 학교와 나쁜 학교,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강남과 강북, 여당과 야당, 보수와 진보, 친미와 반미, 친북과 반북, 좌파와 우파 등의 이분법적 사고방식이 사회를 양분한다. 이처럼 상반된 가치들은 자유롭고, 열린 대화를 통해 하나가 돼야(合一) 한다.

정자와 난자는 그 자체만으로는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 서로 합쳐져서 하나가 되지 않으면 생명력을 갖지 못한다는 점에서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충분한 대화, 서로 이해하는 태도를 통해 하나가 돼야 한다. ‘하나’의 방향은 확실하다. 어느 가치가 국민의 경제적 삶, 정신적 삶, 사회적 삶, 그리고 영혼의 삶을 더 보람되게 해주는지가 유일한 기준이 돼야 한다.

모체는 자신보다는 배아나 태아에게 우선적으로 영양분을 공급한다. 어머니 자신은 영양실조 상태가 되더라도 배아나 태아의 건강은 유지할 수 있는 설계다. 이 얼마나 희생적이고 거룩한 설계인가. 자신보다 남을 더 위하는 마음, 즉 극단적인 이타주의(利他主義)가 이미 임신하는 순간부터 모체 안에 설계돼 있는 것이다. 모성의 위대함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것이다.

반대로 태아는 극단적인 이기주의의 상태에 있다. 모체의 상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모든 영양분을 자신이 취하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은 어머니의 거룩한 희생정신과 태아의 극단적 이기주의의 조화 속에서 건강하게 태어난다. 인간이 추구해야 할 가치와 극복해야 할 가치가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다.

수정 후 3∼4주가 지나면 신경관이 형성되면서 신경세포(뉴런)가 생기기 시작하고 7∼8주가 되면 신경세포의 증식이 최고치에 이르게 된다. 임신 4개월이 되면 신경세포의 생성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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