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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바진의 대표 소설 ‘가’, 수상록 ‘매의 노래’

‘영원한 아나키스트’ ‘시대의 양심’

  • 이욱연 서강대 교수·중국현대문학 gomexico@sogang.ac.kr

바진의 대표 소설 ‘가’, 수상록 ‘매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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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진의 대표 소설 ‘가’, 수상록 ‘매의 노래’

‘가’(전 2권) 바진 지음/박난영 옮김/황소자리/각 311쪽, 327쪽/각 9800원‘매의 노래’ 바진 지음/홍석표 외 옮김/황소자리/343쪽/1만8000원

바진(巴金)은 ‘20세기 중국의 양심’으로 불린다. 1904년 11월에 태어나 2005년 10월에 죽었다. 101살, 20세기를 온전히 살고 갔다. 그가 살았던 1904년부터 2005년까지 중국은 봉건과 군벌 시대, 국민당 시대, 항일전쟁과 사회주의 혁명, 사회주의 정권의 수립, 문화대혁명, 그리고 개혁개방과 사회주의 시장경제 시대로 이어지는 격동의 한 세기를 보냈다. 그동안 중국에 숱한 정권이 들어섰지만 그는 그 정권의 빛에 도취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정권의 어둠을 투시하는 시대의 양심이었다. 청년시절 아나키스트가 된 이후 숨을 거둘 때까지 그는 아나키스트였다.

대가정에 대한 회의

바진은 중국의 전통적인 대가정에서 태어났다. 중국의 전통 대가정은 대개 100명 내지 200명이 함께 거주했는데, 그의 집도 그러했다. 아버지, 할아버지 세대가 20여 명, 형제 세대가 30∼40명, 그리고 하인이 50여 명이었다. 그런 전통적인 대가정은 바진이 세계와 인간을 보는 출발점이었고, 문학의 기점이기도 했다. 어른 위주의 수직적 억압 구조 속에서 아랫사람은 일방적으로 억압당하고 희생당하고, 특히 하인들은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는 세상의 진면목을 그는 대가정에서 목도했다. 특히 열 살 때 어머니를, 열두 살 때 아버지를 잃은 후 대가정 안에서 벌어진 갈등과 암투는 전통 대가정에 대한 회의를 더욱 키웠다. 원래 중국은 ‘가국일체(家國一體)’ 사회였기에 전통 대가정에 대한 이러한 부정적 평가는 가정을 넘어 봉건제도 자체에 대한 혐오와 비판으로 이어졌고, 이는 바진의 삶과 문학의 기본 축을 이루었다.

‘가(家)’는 바로 그러한 전통 대가정을 그린 자전적 소설로 바진의 대표작이다. 소설은 가오(高)씨 4대가 살고 있는 대가정을 배경으로 중국 전통사회가 몰락하는 과정을 그린 대서사시다. ‘가’는 다른 어떤 중국 소설보다도 중국 전통 대가정 내부를 생생하게 재현하고 있다. 소설 속 대가정은 격변기 중국의 축도(縮圖)여서 가오씨 집안이 몰락하는 과정은 그대로 전통 중국의 몰락사(史)이고, 집안에서 일어나는 어른과 새로운 세대 사이의 갈등은 전통과 근대가 교전하는 근대 전환기 중국의 상징이다.

소설은 가오씨 집안의 3세대라 할 쥬에신(覺新), 쥬에민(覺民) 쥬에후이(覺慧) 3형제 이야기가 중심이다. 서구 제국이 중국을 침략하는 가운데 나라는 위기에 처하고 새로운 사상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근대적 개혁운동이 일어나던 무렵, 3형제는 봉건 전통 윤리와 새로운 사상 사이에서 갈등한다. 소설에서 큰아들인 쥬에신은 결국 전통 사회의 희생양이 되어 전통 가정과 함께 몰락한다. 쥬에신은 바진의 실제 큰형과 겹쳐 있다. 그의 큰형은 아버지가 죽은 뒤 어렵게 가정을 지탱하고 동생들과 식솔을 돌보다가 더는 버티지 못하고 자살했다.

아나키스트 삶의 원칙

하지만 둘째 쥬에민과 셋째 쥬에후이는 근대 지식을 받아들이면서 점차 새로운 시대를 열 주축으로 성장해 나아간다. 소설 전반부에는 주로 전통 대가정의 어둠과 비극이 묘사되어 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새로운 물결을 타고 대가정 내의 전통 세력과 새로운 세력 사이의 갈등과 대립이 격렬해진다. 그리고 소설의 마지막에 쥬에신은 “더 이상 집에서 배겨날 수 없다”면서 집을 떠난다. 새로운 세상을 찾아 상하이로 떠나는 것이다.

중국의 현대는 유교를 타도하자는 운동으로 시작되었다. 아편전쟁(1840)이래 민족 위기가 갈수록 심해지자 중국인들은 중국을 구하기 위한 방도를 고민했다. 처음에는 무기나 새로운 군함만 있으면 될 줄 알았지만 그것으로 해결이 되지 않았다. 쑨원(孫文) 같은 이가 나와 정치제도를 서구처럼 민주공화정으로 바꾸려고 신해혁명(1911)을 일으켜 공화국 정부를 세웠지만, 그것도 실패였다. 그러자 1915년부터 서구 근대 지식의 세례를 받은 급진적인 지식인들은 정치제도를 바꾸는 것보다 더 근본적인 것은 중국인의 의식과 사상을 바꾸는 일이며, 문화를 바꾸지 않으면 중국은 다시 태어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전통 도덕의 상징인 유교를 타도하자는 운동이 격렬하게 일어나게 된 것이다. 이른바 신문화 운동이다.

이 신문화 운동 속에서 전통 체제와 전통 윤리의 상징인 ‘집(家)’이 가장 중요한 타도와 해체의 대상이었다. 쥬에신처럼 새로운 사상을 접한 당시 중국의 신 청년들은 ‘집’을 타도하고 가출을 감행했다. 바진의 ‘가’는 그런 시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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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욱연 서강대 교수·중국현대문학 gomexico@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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