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월호

소녀(素女)의 ‘접이불루(接而不漏)’ 그 비인간성에 대하여

  • 정정만 M&L 세우미(世優美) 클리닉 원장 / 일러스트 김영민

    입력2007-01-05 16: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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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녀(素女)의 ‘접이불루(接而不漏)’ 그 비인간성에 대하여
    방중술의 이론가 성녀(性女), 소녀(素女)는 일찍이 선계(仙界)에 유학하여 동남(童男)의 정기를 흡수한 후 불로불사의 비법을 터득한 당대의 석학이었다. 상고시대, 그녀는 황하유역의 영명했던 수장(首長) 황제(皇帝)가 말년의 발기부전 증세로 세상사는 맛을 잃고 의기소침해 있을 때 연명장수(延命長壽)의 지혜를 빌려주어 황제와 친해졌다. 그녀가 황제와 나눈 방중술에 대한 권언과 잡담을 책으로 엮어 후손들로 하여금 교접의 도(道)를 깨우치게 한 출판물이 바로 ‘소녀경(素女經)’이란 고전이다.

    그러나 수천년이 지난 오늘까지 불사는커녕 불로한 이가 한 사람도 없으니 소녀의 이론이 잘못된 것인지, 혹은 문구 해석이 틀린 것인지 알 길이 없다. ‘금병매(金甁梅)’의 서문경이나 조선 반도의 변강쇠 같은 절륜한 자가 있었지만 모두 허구의 인물이다. 그래서 소녀경을 음담패설쯤으로 몰아붙이는 경향이 있을 뿐 아니라 소녀경에 대한 일부 독자의 비판이나 반론 또는 항변이 예사롭게 대두됐다.

    ‘접이불루(接而不漏) 환정보뇌(還精補腦)’는 바로 이 소녀의 대표적 이론이다. ‘접하되 사정하지 말라! 그러면 정(精)이 되돌아서 뇌를 보호한다’는 얘기. 하지만 ‘남자는 자주 접하되 쏘지 않아야 연명장수한다’는 소녀의 지론은 많은 문제점을 내포한다. 실행하기가 결코 말처럼 쉬운 노릇이 아닐뿐더러 ‘재채기가 터져 나오기 직전에 그것을 멈추는 일’이란 가히 인간의 의지를 넘어선 신통력에 가깝기 때문이다.

    설령 그것이 가능하다 해도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에 역행해야 하는, 계산된 초인적 의지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접이불루에 의한 자제가 즐거운 것이라고 설파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순수한 인간성을 무시한 자학적 즐거움일 뿐 그 즐거움을 어찌 사정의 극치감과 비교할 수가 있겠는가. 또한 접이불루를 반복하면 전립샘이 울혈되고 정구(전립선 요도의 돌출된 부분)가 비후되는 등 비뇨기과적 문제들이 파생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하되, 하지 않는 것’을 주창한 소녀. 사정 미수 상태에서는 성적 긴장이 해소되지 않아 몇 번이고 성행위를 되풀이할 수 있는 지극히 당연한 성 생리학적 사실을 방중 이론으로 포장한 논리인 듯싶다. 남자의 정액량은 한계가 있어 평생 동안 아껴 써야 한다는 정액 한정설은 이미 폐기된 지 오래다. 남녀 간의 교접이란 그저 순리를 좇아 물 흐르는 대로 순응하는 것이 건강을 유지하는 최상책이다.

    ‘음중(陰中)의 대추가 양기 축적에 좋다’는 말도 허구이다. 양기에 좋다면 똥물도 마다않고 마셔댈 사람이 한둘이 아닌 세상이니 음중에서 3일 동안 불린 대추를 못 먹을 리야 없겠지만, 하필이면 그 옹색하고 구질구질한 참호 속이란 말인가. 음호를 늘 적셔주는 시큼한 분비액이 대추의 실(實) 속을 파고들어 남성을 기동케 하는 비약이 된다면 어찌 납으로 금을 만들지 못하겠는가. 게다가 AIDS를 위시한 화류병의 위세가 심상치 않은 이때에 음중 대추의 위생 상태를 보장받을 길이 없을 게다.



    대저 양기란 인간의 마음속에 자리잡아 생리적 리듬을 타고 흘러가는 것이며, 건전한 정신과 육체에서 녹슬지 않는 정력이 솟구치는 법이다. 하찮은 음중 대추로 어찌 양력을 집적할 수 있을까. 성의 난세에 소녀가 주장한 성 교접의 법도가 먹혀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는다.

    여성의 수축력, 흡인력을 단련하는 비법도 마찬가지다. 소녀가 혹 서울 동북쪽 모 환락가의 ‘묘기 대행진’ 목록을 작성한 것은 아닐까. 동전 줍기, 바나나 자르기, 촛불 끄기, 담배 피우기, 맥주병 따기, 붓글씨 쓰기 등 기상천외의 용도 변경으로 사내들의 호기심을 마구 흔들어대는 매직. 성혈(性穴)의 금전 친화력이 빗나간 속성이라고는 하지만 성혈과 금전의 함수관계 때문에 하는 짓 치고는 저미는 비애를 떨쳐버리기 어렵다. 소녀의 이론이 가련한 여인들의 생계 수단으로 정착하고 만 것이다.

    인간의 성은 샘물 같은 것이다. 그 샘물이 말라 고사(枯死)를 예고할 때까지 인간은 그 물을 마시며 살아간다. 소녀와 황제가 마시던 샘물은 유리알이 구르는 명경지수였기에 소녀의 훈육은 곧 식도락에 이르는 길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성류(性流)가 무섭게 범람하는 현대. 영상매체와 활자매체가 아랫도리를 무차별적으로 유린하고 남자의 속성을 무자비하게 흔들어대는 여인네들의 몸짓, 말짓, 옷차림 때문에 배설에만 탐닉하는 성황(性況). 탁류에 혼융되어 영혼과 육체가 따로 노는 암수의 결합이 지천으로 성행하는 금세기에 소녀경이야말로 단지 고전(古典)의 이론일 뿐이다. 소녀경의 개정 증보판이 시급한 까닭이 자명해진다. 진정(眞情)의 성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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