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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연재 | 원재훈 시인의 작가 열전

‘섬진강 시인’ 김용택

“난 한가롭게 문학 하지 않아, 고통 없이 뭔 시가 나오겄어”

  • 원재훈 시인 whonjh@empal.com

‘섬진강 시인’ 김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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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섬진강을 굽어보며 서정을 노래하는 목가적 시인으로 생각하면 오해다. 젊어서는 참교육과 농촌 문제를 끌어안고 발버둥치며 시를 썼고, 지금은 학교 문제와 환경파괴에 맞서 싸우며 살아 있는 시를 쓴다. 누구보다 치열한 삶을 살고 있지만 묵묵히 낮은 곳으로 흐르는 섬진강처럼 겸손하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
섬진강에 서니 두려웠다. 겨울비가 스며든 강물은 떨리고 있었다. 강물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두근거리는 타인의 심장소리가 들려온다. 숲 속에 성긴 나뭇가지들 사이로 새가 날았다. 나는 숲에 숨어 있던 새가 날아오르는 것처럼 이렇게 강가에 섰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나는 많은 것을 잊고 살았다. 그것이 떨림과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사랑한 사람들, 미워한 사람들. 이제는 모두 강물에 내리는 비처럼 스미고, 스며들어 같이 흐른다.

그때 그 사람들의 아픔이나 상처는 지금 아물었을까. 아니면 아직도 견디고 있을까. 강물은 그렇게 꼭 내가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리는 거울 같았다. 정작 나의 얼굴은 강물에 빠져버린 듯 보이지 않는다. 강은 나를 품지 않았다. 내가 강에 가지 않았으므로 강은 저만치 멀리서 흐르고 있었고, 나는 망연하게 섬진강을 바라만 보았다.

그 강가에 김용택(金龍澤·59) 시인이 서 있었다. 그의 시는 삶에 대한 두려움이 저절로 배어나오는 숨결이었다. 섬진강 진매마을에서 태어나 민물고기처럼 그는 그렇게 살았다. 그가 요즘 관심을 가지는 환경 문제는 생래(生來)적인 것이다. 자신의 몸과 같은 것을 툭툭 건드리고 파내니, 몸이 아파서 난리치는 것이다. 정작 그의 시는 그 삶의 외피이고, 독자에게는 자신의 속살이다. 첫눈이 내리듯이 그의 시는 어느 날 갑자기 사람들에게 내려왔다. 그의 시를 읽으면, 한동안 나는 정말 사랑했던 사람의 이름을 잊고 살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의 짧은 시 한 편이 떠오른다.

까마득하게 잊어버렸던 이름 하나가 시린 허공을 건너와

메마른 내 손등을

적신다

- ‘첫눈’


평범함 속의 비범한 삶

김용택 시인에게 ‘시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하지 않는다. 1982년에 창작과비평사에서 발행한 ‘꺼지지 않는 횃불로’에 시 ‘섬진강’을 발표하면서 시작된 시 쓰기. 이미 여러 권의 시집과 산문집을 통해 그는 유명인사가 되었다. 덩달아 섬진강도 유명해졌다. 김수영 문학상(1986), 소월시 문학상(1997)을 받기도 했다.

시인은 ‘평범 속의 비범’한 삶을 살고 있다. 순창농림고를 졸업하고, 교사가 되고, 섬진강에서 시골사람으로 살면서 시를 쓴다. 그러나 시보다는 삶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그에게서 들었다. 온 국토가 공사 중인 이 각박한 세상에 시 쓰는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될까.

“나의 글은 내가 살아온 삶의 껍데기다. 삶을 그대로 쓰는 이가 어디 있겠는가. 나는 그 삶이 좋았다. 그것을 글로 옮겼을 뿐이다. 삶에 비하면 시는 하잘것없는 것이다.”

또 이렇게 말했다.

“살아 있는 시를 쓰기 위해서는, 시가 살아 있기 위해서는, 잘 살아야 한다. 내가 한가하게 느티나무 아래에 앉아서 시 쓴 것 아니다. 젊어서는 시골서 농사짓고 교사생활 하면서 썼고, 전주에 살면서는 환경운동으로 뛰어다니면서 쓰고, 지금은 학교 문제를 비롯해서 여러 비환경적인 권력과 싸우면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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