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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연재 | 원재훈 시인의 작가 열전

‘섬진강 시인’ 김용택

“난 한가롭게 문학 하지 않아, 고통 없이 뭔 시가 나오겄어”

  • 원재훈 시인 whonjh@empal.com

‘섬진강 시인’ 김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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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30년 전에 심었다는 진매마을 느티나무. 나무는 우람하게 자랐다. 진매마을은 땅 기운이 좋은 곳이다. 나무가 저렇게 잘 자라는 땅에서 사는 사람들은 행복하다. 큰 나무가 있는 곳에 큰 인간이 난다. 시인도 이 땅의 저러한 나무와 같은 존재가 되었다. 시간은 흘러가고, 모든 것은 지나간다고 하지만, 나무는 인간에게 오래 사는 삶을 보여준다.

“글만 잘 쓰면 뭣 허냐. 시는 진실이야. 세상에서 제일 두려운 것은 진실이여.”

그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진매마을 앞을 흐르는 섬진강가의 바위고, 자신이 일하는 덕치초등학교이고, 진매마을에서 순창으로 향한 좁은 길이다. 시인은 자신이 사는 지역의 문제를 안고 씨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군청에서 진매마을의 섬진강가에 벤치를 놓겠다는 것을 시인은 반대했다. 군청 직원들은 사람들이 다니다가 벤치에 앉아서 쉬게 하려는 것이라고 했지만, 그는 그냥 땅바닥에 앉아서 쉬면 된다고 했다. 그게 좋은 것이다. 그리고 그 길가에 팬지꽃을 심겠다고 해서 또 반대했다. 봄, 가을로 얼마나 많은 야생화가 아름답게 피는데 그런 꽃들을 심느냐고 호통을 쳤다.

행복의 뿌리는 고통



그는 시골학교 교사로 아이들과 놀면서 한가하게 문학 하는 김용택이 아니라고 했다. 사정을 모르는 도시 사람들이 촌사람 김용택의 이미지만 보고 자신을 그렇게 이야기하면 억울한 모양이다. 그런 사람들은 정말 김용택을 모르는 사람들이다. 섬진강이 끊임없이 흘러가듯이 김용택은 끊임없이 걸었다. 그의 걸음걸이는 산책이 아닌 출근이었고, 투쟁이었고, 기록이었다. 김용택의 실핏줄을 타고 올라오는 섬진강의 물고기들은 선생의 몸속에 살고 있다.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퍼가도 퍼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개울물들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

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

쌀밥 같은 토끼풀꽃

숯불 같은 자운영 꽃 머리에 이어주며

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

식물도감에도 없는 풀에 어둠을 끌어다 죽이며

그을린 이마 훤하게

꽃등도 달아준다

- ‘섬진강 1’ 중에서


김용택의 시에 조그만 관심이 있다면 그를 팔자 좋은, 한가한 사람으로 보지는 않는다. 나는 항상 웃고, 다정하고, 잘 주는 그를 행복한 사람으로 본다. 그러나 웃음 뒤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다. 어쩌면 그 눈물은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면서 본 폭력과 난개발과 아픔인지도 모른다. 행복의 뿌리는 고통이다.

“시는 고통이 있어야 돼. 시인의 가슴에 고통이 없다면 뭔 시가 나오겄어. 가슴속에 응어리진 고통이 담금질되어 한 편의 시가 나오는 거지.”

시인은 섬진강을 보며 말을 이었다.

“이 나라의 시인들이 ‘또랑’(개천) 하나, 마을의 바위 하나를 지키면서 글을 쓴다면, 그것이 바로 환경 생태시가 될 것이다. 고요한 절간이나 문학관에서 쓰는 것보다, 자신의 삶이 바로 시나 산문이 되는 그런 글을 보고 싶다.”

물길은 곡선으로 흐른다. 곡선은 자연이고 도시는 직선이다. 섬진강에 서면 완만하게 혹은 급하게 흘러내리는 물줄기를 볼 수 있다. 해마다 일어나는 수해는 저 곡선의 물길을 인간의 인위적인 힘으로 직선으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둑이 무너지고 다리가 침수되는 것은 바로 그 자리가 물이 지나가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물이 지나가는 자리에 놓인 인위적인 것들은 모두 무너져내린다. 우리나라의 수해는 대부분 인재(人災)이다. 강원도에 수해가 났을 때 동네할아버지들이 둑 무너진 자리를 보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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