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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라는 이름의 명약

  • 일러스트·박진영

‘블로그’라는 이름의 명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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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라는 이름의 명약
나이가 들수록 아무것도 아닌 듯한 말이나 현상, 사람들의 여러 가지 표정이나 하다못해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강아지의 눈망울 등 일상에서 수시로 접하는, 하찮다면 하찮은 모든 것을 보거나 들으면서 왜 이렇게 시도 때도 없이 뭉클한 감정이 들고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뭐랄까, 생명과 결부된 ‘진정성’을 접하면 가슴이 시려온다고 할까. 그만큼 생명의 소중함이 절실하게 느껴진다.

그 대상이 하찮은 것일수록 더 애틋하다. 나이가 들면 감성이나 감정은 무뎌져 목석 같아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마음이 더 약해지고 섬세해지는 것 같다. 이유도 없이 가슴 답답해지기도 하고 큰 소리로 울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다.

요즘 같은 송구영신(送舊迎新)의 계절엔 왠지 조바심이 나고 안절부절 못하는 감정의 기복에 곤혹스럽기도 하다. 나만 그러나 했더니 친구들도 이구동성으로 같은 이야기를 한다. 흔히 갱년기 증상이라고 싸잡아 말하기엔 자존심이 허락지 않아 좀더 차원 높은 ‘인간적인 고뇌’가 서려 있다고 우아한 언어로 말하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딱히 그런 것도 아니어서 혼자 머쓱해할 때도 많다. ‘뭐 인생이 그런 것이지’라고 초연한 척하려 해도 그것도 잘 되지 않는다. 요새 유행어로 ‘2% 부족한 그 무엇’이 가슴에 도사리고 있다.

가만 따져보면 그리 아쉬울 게 없이 감사한 인생인 것 같은데도 이런 증세가 나타나 당혹스러웠다.

스러져가는 젊음이 아쉬운 것도 아니고 무슨 원대한 꿈을 이루지 못해 안타까운 것도 아니다. 그저 평범한 소시민으로 ‘그날이 그날처럼’ 살아온 것만으로도 크게 감사해야 하는데 마음 한구석은 늘 비어 있는 듯한 그런 느낌이 사라지지 않았다. 무얼 해도 별로 즐겁지가 않았다고나 할까. 친구들도 그렇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운명처럼 ‘그것’과 조우했다. 요새 인터넷 세상을 장악하고 있다는 ‘블로그’와의 만남이 나를 거듭나게 해준 것이다. 요즈음 인터넷이야 웬만한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어서 인터넷으로 인해 인생이 바뀌었다는 건 좀 난센스가 아니냐고 반문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남들 하는 만큼만 인터넷에 접속하고 이런저런 정보를 알아내기도 했지만 이렇게 블로그라는 존재가 내 인생을 바꾸어놓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더랬다.

유행에 그리 민감한 스타일은 아니어서 웬만한 사람은 다 개설했다는 싸이월드의 미니홈피도 갖고 있지 않았더랬다. 심드렁한 마음으로 컴퓨터 앞에 앉아 있던 어느 날 블로그와 만났다. 아주 다채롭고 화려한 ‘새로운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그야말로 다재다능한 강호제현(江湖諸賢)이 한자리에 모여 저마다의 묘기로 일합을 겨루는 볼거리 넘치는 도장이었다. 요리에서 정치까지 없는 게 없었다.

그래도 처음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냥 ‘재미있는 세상이로군’ 정도의 감상으로 타인들의 블로그 구경을 다녔다. 그런데 어느 날 불현듯 나도 블로거가 되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품게 되었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솜씨는 없지만 직업상 칼럼을 쓰거나 인터뷰 기사를 쓰거나 하다못해 일기를 쓰고 나면 ‘시원해지는 기분’이 제법 괜찮았던 기억이 떠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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