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월호

한양가-조선왕조 519년을 읊은 가사문학 외

  • 담당·구미화 기자

    입력2007-01-15 18: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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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양가-조선왕조 519년을 읊은 가사문학 외
    한양가-조선왕조 519년을 읊은 가사문학 신영길 역주

    한국장서가협회 명예회장인 신영길씨는 고서점에서 ‘한양가(漢陽歌)’ 고본(古本)을 입수했는데, 붓으로 흘려 쓴 궁중서체의 한양가가 지금의 맞춤법이나 어법과 달라 직접 풀어쓰는 작업을 했다. 한양가는 조선왕조 창업기(1392)의 태조 이성계로부터 망국기(1910)의 순종까지 조선왕조 519년간의 전 역사를 읊은 장편의 가사문학이다. 신씨는 한양가가 일제 강점 초기에 씌어졌다고 추정하며, 정사(正史)에서 볼 수 없는 문헌적 자료가 담긴 야사(野史)에 가깝다고 평가한다. 태조 3년 한양 전도(奠都)시 정도전과 무학대사 사이에 벌어진 궁궐좌향쟁론(宮闕坐向爭論)을 비롯해 왕실의 피비린내 나는 부자·형제·숙질간의 잔혹한 상잔, 처량한 단종을 위해 시종과 궁녀들이 읊은 애절한 조사, 역대 왕비의 수와 가문별 분류 등이 흥미롭다. 지선당/395쪽/1만9000원

    딱 1시간만 미쳐라 데이브 라카니 지음, 강주헌·문희경 옮김

    누구에게나 하루 24시간이 주어지지만 하루 동안 이뤄내는 일의 질과 양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한정된 시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짜임새 있게 사용하느냐가 성공의 열쇠임은 누구나 다 인정하는 사실이며, 집중력이 무섭다고 말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 책은 ‘포춘’지 선정 세계 500대 기업에 경영 컨설팅을 하고, 각종 매스컴을 통해 자기계발법을 소개해온 데이브 라카니의 베스트셀러 ‘The Power of an Hour’를 번역한 책. 창의력과 집중력을 높이는 방법과 함께 인간관계, 자산관리, 영업과 마케팅, 사회 환원 등 18가지 영역을 매주 1시간씩, 18주 만에 섭렵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다양한 사례 연구, 요점이 담긴 인용구도 눈길을 끈다. 동아일보사/304쪽/1만2000원

    조직을 죽이고 살리는 리더의 언어 한근태 지음



    먼저 시시때때로 소통을 방해하는 권위주의, 독대(獨對)의 치명적인 문제점 등 커뮤니케이션의 적들을 걸러내고, 커뮤니케이션의 원리와 실전 전략을 일러준다. 원활한 소통을 위한 환경 조성하기, ‘먹히는’ 화법, 누구나 원하는 색깔 있는 표현법 등을 편안하게 안내해준다. 또한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리더가 되기 위한 지침들, 조직 내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방법을 코치해준다. 각 장 말미에 ‘여기서 생각해볼 것들’을 간단하게 정리해놓아 독자가 ‘내 표정은 어떤가? 근엄한가 아니면 밝고 쾌활한가?’ ‘나는 질문을 많이 하는가? 아니면 지시를 많이 하는가?’ 하고 자신을 되돌아보도록 했다. ‘엉뚱하게 일하는 직원 길들이는 법’ ‘피드백 할 때 초기저항이 두렵다?’ 같은 상황별 커뮤니케이션 코칭도 유용하다. 올림/296쪽/1만2000원

    제국 Empire 닐 퍼거슨 지음, 김종원 옮김

    이 책의 부제는 참 친절하다. ‘유럽 변방의 작은 섬나라 영국이 어떻게 역사상 가장 큰 제국을 만들었는가.’ 하버드대 경제학부 닐 퍼거슨 교수는 일개 섬나라 영국이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게 되었나, 영제국의 출현이 인류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하는 두 가지 의문에서 출발, 400여 년에 걸쳐 번영한 영제국의 비밀을 벗겨냈다.

    영제국의 선구자는 포르투갈이나 에스파냐 제국이 흘린 부스러기를 찾아다니는 해적이었다. 그들이 에스파냐인을 강탈하고, 네덜란드인을 모방하고, 프랑스인에게 타격을 가하고, 인도를 약탈해 대제국의 밑거름을 마련했다. 대제국 건설에 정복과 무역 못지않게 중요한 게 있었으니 대규모 민족 이동이다. 17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중반까지 300여 년 동안 영국 섬을 떠나 세계 곳곳의 식민지로 이주한 사람의 숫자가 무려 2000만명. 복음주의 종파와 선교 운동의 활약도 컸다.

    전세계 영토와 인구의 4분의 1을 통치하고 모든 대양을 지배하며 세계 정부를 자처한 영국의 ‘최소주의’ 운영방식도 눈길을 끈다. 1858년부터 1947년 사이 영국령 인도의 서약직 공무원은 1000명이 넘지 않았는데, 영국 통치 말기 인도의 인구는 4억이 넘었다. 저자는 영국의 지배자들과 토착 엘리트의 궁극적으로 지속될 수 없는 공생관계를 파헤친다.

    그렇다면 영제국은 인류에게 무엇을 남겼나? 저자는 영어의 국제화, 의회 민주주의 확대, 자본주의의 승리 등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영제국의 역사에서 9·11 테러의 축소판, 미국의 대(對)이라크 전쟁의 원형 같은 어두운 면도 드러낸다. 민음사/512쪽/3만5000원

    여행 고수 15인이 뽑은 내 생애 가장 행복한 여행 한국여행작가협회 지음

    국내여행기를 전문적으로 집필하는 작가들의 모임 한국여행작가협회 소속 회원들이 함께 쓴 책. 15명의 필자가 각자 한 가지씩 큰 주제를 정하고 그에 맞는 최고의 여행지 3곳을 가려 뽑은 뒤 그 주제, 그 장소에 대한 경험과 느낌을 에세이 형식으로 정리했다. ‘신동아’ 지면을 통해서도 간간이 필력을 자랑한 바 있는 양영훈씨는 ‘꿈길 같은 꽃길 여행’이라는 주제로 순천 선암사와 산청 황매산, 태안 안면도를, 허시명씨는 ‘술과 여행’이라는 주제로 비슬산(하향주), 산성마을(막걸리), 한산면(소곡주) 등 술 익는 마을을 소개했다. 이밖에 유연태씨가 고른 ‘40대 가장을 위한 쉴토 여행지’와 유철상씨의 ‘몸은 세우고 마음은 낮추는 사찰 여행지’ 등이 마음을 움직인다. 위즈덤하우스/268쪽/1만2000원

    한양가-조선왕조 519년을 읊은 가사문학 외
    침묵하는 보수로는 나라 못 지킨다 이석연 지음

    2004년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해 위헌(違憲) 결정을 받아냄으로써 ‘헌법지킴이’ ‘수도지킴이’라는 별명을 얻은 이석연 변호사가 침묵하는 중도 보수 세력의 분발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 변호사는 ‘수도이전 막아낸 이석연 변호사의 신문고’란 부제를 단 이 책에서 대한민국의 기본 틀이 흔들리고 있다며 자유주의적 개혁을 통한 선진 국가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는 산업화와 민주화 주역인 중도 보수 세력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헌법과 언론으로도 통제되지 않는 현 정부를 ‘도자기 가게에 뛰어든 황소’에 비유하는 등 참여정부에 대한 날선 비판을 계속해온 이 변호사는 현재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최근 갑작스럽게 씌어진 건 아니다. 이 변호사가 2002년 경실련 사무총장 임기를 마친 이후 최근까지 여러 언론매체에 발표한 글과 말 중 취지에 맞는 것을 선별해 수정을 거쳐 엮은 것이다. 이 변호사가 직접 쓴 칼럼이나 기고문 외에 강의 내용과 대담, 제3자가 이 변호사를 평가한 글도 수록됐다. 정치 참여 권유를 뿌리치고, 계속되는 갖가지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헌법적 가치에 입각한 삶의 원칙을 지키겠다’는 자신의 신념을 밀어붙인 고집을 엿볼 수 있다.

    “침묵하고 머뭇거리고 있는 중도 보수진영에 호소한다. 좌파의 위선과 실패를 검증하면서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에 입각한 선진 국가시스템을 갖추는 일에 떳떳하게 함께하기를.” 지평/366쪽/1만5000원

    자연으로 상 차리고, 살림하고 효재처럼 이효재 지음

    삼청동 한복집 ‘효재’의 주인장 이효재씨의 친환경 살림법을 감각적인 사진들과 함께 엮은 책. 그동안 여성지나 생활잡지에 간간이 소개된 그의 이야기를 눈여겨본 이들에겐 요리와 살림법을 통째로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서울 한복판에 있으면서 자연을 한아름 들여놓은 마당 있는 한복집과 피아니스트인 남편이 마음껏 피아노를 칠 수 있도록 산속에 마련한 넓고 높은 집을 구석구석 보여주고, 시집올 때 그릇 100상자와 만화책 100상자를 장만해온 이효재씨의 유별난 살림법도 꾸밈없이 보여준다. 되도록 간을 생략해 쉽기만 한 요리법, 간단히 해낸 요리를 그럴듯하게 내놓는 세팅법, 그리고 그렇게 정성스레 대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서울에서도 이렇게 살 수 있는데…’ 하는 여운을 남긴다. 중앙m·b/212쪽/1만2800원

    마빡에 피도 안 마른 놈이 최규창 지음

    ‘세상을 바꾼 20세기 가장 뛰어난 언론인 500명’ 중 한 명으로 워싱턴 언론사기념관(Newseum)에 이름을 올린 이경원 기자의 평전. ‘중앙일보’ 창간호 1면 머리기사를 쓰고 지금은 미국에 머물고 있는 재미언론인 최규창씨가 집필했다. 6·25전쟁 직전 배를 타고 미국 유학길에 올라 1956년 저널리즘 석사학위를 받은 뒤 테네시 주의 ‘킹스포트 타임스 · 뉴스’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한 이경원씨는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사형선고를 받은 한국인 이철수씨 사건의 진상을 끈질기게 추적해 이철수씨를 죽음의 문턱에서 구해낸 것을 비롯해 여러 건의 특종과 폭로 기사로 주목받았다. 미국언론계가 주목한 한국인 기자의 투철한 사명감이 인상적이다. 글마당/252쪽/1만2000원

    사람을 찾습니다 웡찡 외 지음, 김혜준 외 옮김

    홍콩의 젊은 여류작가들의 단편소설 모음집이 번역됐다. 표제작인 웡찡의 ‘사람을 찻습니다’, 라우지완의 ‘후적응기’, 야우젱의 ‘같이 자 줘요’, 위헤이의 ‘출산’, 호까와이의 ‘당신에게 드리는 표’, 퐁쉿의 ‘런던가에 남겨진 상념’, 마레이의 ‘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 찬헤이젱의 ‘얀지의 여름’ 등 모두 8편의 작품이 실렸다. 1997년 중국으로 반환된 뒤의 홍콩의 모습과 홍콩인의 삶을 살펴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삭막한 도시를 배경으로 한 로맨스, 담담하게 그려지는 동성애, 누군가의 자아 찾기를 바라보는 시선을 만나볼 수 있다. 그간 홍콩영화를 통해 홍콩을 간접 경험했다면 영화가 남긴 홍콩의 강렬한 인상과 소설로 그려진 홍콩의 모습을 비교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젠/240쪽/8500원

    장소의 탄생 장석주 지음

    문학비평가 장석주씨의 비평집. ‘우리 시의 문화지리학’이라는 부제가 일러주듯 문학작품 속에서 지리적 공간에 대한 경험과 의식이 어떻게 표현되었는지를 살피는 ‘문화지리학’ 프리즘을 한국 현대시에 들이댔다. 소월과 백석의 정주, 서정주의 질마재, 오장환과 김수영·김혜순의 서울, 정지용의 옥천, 박용래의 강경, 고은의 문의, 김광섭의 성북동, 박목월의 경주, 신경림의 목계나루, 이성복의 남해 금산, 김지하의 목포, 황지우와 김준태·임동확의 광주, 김영랑과 한하운과 이성부의 전라도, 유하의 청계천 세운상가, 유치환의 울릉도와 방정대의 독도 등 100여 명의 시인과 함께 그들이 100여 편의 시에서 노래한 한반도의 산수를 오르내린다. 작가정신/403쪽/1만8000원

    한양가-조선왕조 519년을 읊은 가사문학 외
    김삼오 박사의 또박또박 준비하고 가는 유학과 해외체험 김삼오 지음

    시드니 한호지역문제연구소장 김삼오 박사가 쓴 성공적인 유학을 위한 안내서. 공부충격, 언어충격, 인종충격, 문화충격, 주거 문제 등 학생들이 이국땅에서 맞닥뜨리게 될 현실에 대한 논의와 심층적인 분석에 대부분의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학할 학교 소개 및 입학과 비자 신청 절차로 채워진 기존의 유학 가이드 책자와 구별된다. 저자는 1990년대 멜버른의 국립한국학연구소에 있으면서 멜버른의 주요 대학 및 한국 유학생들을 상대로 자료를 수집해 1997년에 ‘김삼오 박사의 알짜배기 유학가이드’(한국경제신문사)를 펴낸 바 있다. 그 후 일어난 유학환경의 변화와 새로운 문제점들을 반영해 개편한 것이 이번 책이다. 엠-애드/389쪽/1만5000원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상대성 이론 사토 가쓰히코 감수

    과학 잡지 ‘Newton’ 특집기사 중 호평을 받았던 내용을 추려 재구성한 ‘Newton 하이라이트 시리즈’ 첫 번째. 이름 자체는 귀에 익지만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드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다루었다. 일반 독자가 상대성 이론을 이해하는 데는 수식보다 ‘개념을 눈으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물리학적 수식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160여 개의 컬러 일러스트와 간결한 설명으로 지면을 구성했다. 다이제스트 상대성 이론, 상대성 이론이 나오기까지, 특수 상대성 이론과 일반 상대성 이론 등을 차례로 살펴보며 각 장은 ‘Q·A’와 ‘요점정리’로 마무리된다. 일본 도쿄대 이학부의 사토 가쓰히코 교수가 감수했다. 뉴턴코리아/160쪽/1만5000원

    역사를 읽으니 시대의 길이 보이네 렁청진 지음, 이해원 옮김

    ‘인물 중국사’라는 부제가 설명해주듯 중국의 역사가 3000여 년간 이어지는 동안 피고 진 많은 인물의 이야기를 엮은 책. 권력을 지키기 위해 한번에 5만명을 사형에 처한 명태조 주원장, 스스로 중국 최초의 여성 황제가 된 측천무후, 나라를 사들인 거상 여불위, 신하에게 시집을 간 황태후 등 여러 시대, 여러 계층의 인물들이 어떻게 권력을 쟁취하고, 또 어떻게 잃었는지 흥미롭게 펼쳐 보인다. 잘 알려지지 않은 기인이나 은자의 이야기, 노장과 공맹 사상은 물론 법가 등 고대 중국의 다양한 사상까지 두루 다루고 있어 역사와 정치는 물론 교육 외교 등 중국에 관한 폭넓은 이해를 돕는다. 변란과 전쟁으로 얼룩진 중국사 다시 읽기의 전형이라 할 만하다. 한길사/860쪽/2만7000원

    근대를 다시 읽는다(전 2권) 윤해동외 엮음

    한국 근대를 다룬 명저로 손꼽혀온 ‘해방 전후사의 인식’(이하 ‘인식’)을 비판한 ‘해방 전후사의 재인식’(이하 ‘재인식’)은 지식인 사회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인식’이 현실적으로 그 생명력을 다했다는 문제의식이 공감을 불러오기도 했으나 한편으로 뉴라이트의 전유물로 비쳐지면서 학계에 냉전적인 진영 대립을 가져왔다.

    ‘근대를 다시 읽는다’는 ‘재인식’이 ‘인식’이 안고 있는 문제를 조금도 극복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역사인식의 정치성과 논리적 빈곤으로 인해 도리어 ‘인식’을 다시 정당화하는 기능을 내포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온 책이다. 윤해동 성균관대 교수의 ‘식민지 인식의 회색지대’를 비롯해 대부분 2000년 이후에 씌어진 젊은 인문·사회과학 연구자들의 논문 28편이 수록된 이 책은 ‘인식’과 ‘재인식’을 함께 극복한 ‘한국 근대 인식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표방하고 있다.

    1권에는 한국의 식민 경험 및 국민 형성과 관련한 논문을, 2권에는 문화 연구, 담론 비판, 하위주체 연구와 관련한 방법론적 문제의식이 두드러진 논문을 수록했다. 20세기 한국의 근대를 ‘식민지 근대’ ‘대일협력’ ‘국민국가의 형성과 균열’이라는 세 가지 시선으로 살펴보았다. 그중에서 “모든 근대는 식민지근대”라고 규정하며 근대의 양가성과 식민지의 양가성을 동시에 설명하려 한 점, ‘친일’을 ‘협력’이라는 개념으로 바꿔 성찰하려는 시도가 눈에 띈다.

    ‘인식’의 민족·민중주의, ‘재인식’의 근대주의와 개발지상주의를 극복하려는 시도에 역사학, 문학 외에 정치학 사회학 경제학 인류학 종교학 교육학 등 다양한 전공자들이 참여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역사비평사/각 592쪽, 660쪽/각 2만5000원

    어제를 향해 걷다 야마오 산세이 지음, 최성현 옮김

    앞만 보고 달리는 사람, 남보다 빨리 달려야 더 나은 삶에 안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어제를 향해 걷는다’는 건 위험하고도 한심한 뒤로 걷기로 생각될지 모른다. 그러나 1960년대부터 대안문화공동체 운동을 시작, 작은 섬에서 아홉 명의 아이를 키우며 자연과 더불어 살다 간 야마오 산세이(山尾三星·1938~2001)는 “우리는 내일을 향해 걸을 수 있는 것처럼 어제를 향해 걸을 수 있다. 우주 식민지를 향해 걷는 것도 가능하지만 석기 문화를 향해 걸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야마오 산세이가 생전에 섬에서 생활하며 쓴 산문들엔 농작물을 손수 키워 먹은 자급자족의 원칙, 야생동물들과의 공생법, 자연을 몸에 배게 하는 자녀교육법 등이 담겨 있다. 조화로운삶/296쪽/9800원

    한양가-조선왕조 519년을 읊은 가사문학 외
    시대의 증언자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 서경식 지음, 박광현 옮김

    재일조선인 작가 서경식 교수가 현대 증언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쁘리모 레비(Primo Levi)의 삶과 사상, 죽음의 의미를 반추하러 떠난 여정을 담은 에세이. 쁘리모 레비는 유대계 이탈리아인으로 제2차 세계대전 말기에 아우슈비츠에 수용되었다가 극적으로 생환한 후 자신의 기억과 경험을 토대로 ‘주기율’ ‘이것이 인간인가’ 등을 저술하며 인간이 인간에게 행한 잔혹한 폭력을 고발했다. 그러나 1987년 돌연 자살했고, 저자는 그 갑작스러운 죽음의 원인을 찾아 떠났다.

    이 책에서 서경식 교수는 레비의 이야기에 자신의 이야기를 오버랩한다. 각기 유대계 이탈리아인과 재일조선인으로 살아온 두 사람의 삶이 30여 년이라는 시간 차에도 불구하고 각자가 속한 민족이 사회 주변부에 속해 있으며 추방·박해·이산을 겪었다는 점이 묘하게 닮아 있다. 자신이나 가족이 시대의 폭력을 겪었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자신이 겪은 끔찍한 고통의 기억이 생생한데도 세상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돌아가고, 가해자인 독일은 책임을 부정하거나 침묵하며, 박해받은 유대인은 레바논을 침공하는 폭력을 휘두르는 현실이 레비를 자살로 내몰았다고 본다. 레비와 닮은 삶을 살아온 저자는 한국 사회에서도 지난 시대의 폭력을 탈역사화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으며, 극우 보수세력이 득세하는 일본의 현실에서 위기의식을 느꼈을지 모른다.

    창비/308쪽/1만3000원

    배추가 돌아왔다(전 2권) 방동규·조우석 지음

    본명보다 ‘배추’ ‘방배추’가 더 익숙한 방동규씨. ‘파란의 방랑주먹 방배추’라는 제목으로 ‘신동아’에도 소개된 적 있는 그의 파란만장한 삶이 2권의 책으로 엮어졌다. ‘시라소니 이후 최고의 주먹’으로 불리며, ‘살인 빼고 안 해본 일 없고 남극 빼고 안 가본 곳 없다’는 그는 본래 황해도 개성의 부잣집 아들로 태어났다. 다섯 번이나 학교를 옮길 만큼 떠들썩하게 학창시절을 보내고, 절친한 친구 백기완씨와 더불어 농촌계몽운동을 하다 5·16군사정변 직후 유럽으로 떠났다. 독일 광부, 파리 낭인, 명동 양장점 사장, 저잣거리 노동자를 거쳐 현재 경복궁 관람 안내 지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평생, 상식보다 가슴이 시키는 대로 살아온 72세 자유인의 삶은 고비마다 우리 현대사와 맞물려 있다. 다산책방/각 280쪽, 272쪽/각 9800원

    차 한잔의 깨달음 한승원 지음

    작가 한승원은 몇 해 전 고향 장흥에 ‘해산토굴’이라 이름 지은 집필실을 마련하고, 뒤란에 죽로차 밭을 일구고 있다. 손수 일군 차밭에서 따낸 찻잎을 아홉 번 이상 덖어 차를 우리는 그가 차를 마시며 얻은 깨달음을 산문으로 풀어냈다. “…누군가가 나를 절망하게 할 때, 내가 낡아간다고 생각될 때, 슬퍼지고 우울해질 때 차를 마시면 그 슬픔과 우울에서 깨어난다. 차는 깨달음 그 자체는 아니지만, 깨달음을 낳는 자궁은 된다.” 따로 차 만드는 법이나 다도를 전수받은 적이 없는 그는 초의스님의 ‘동다송’과 ‘다신전’으로 차를 알아갔다. 두 책을 의역한 부록은 찻잎 따기, 차 식별하기, 차 끓이기, 차 마시기 등 차에 관한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김영사/292쪽/1만1900원

    책으로 세상과 소통하다 이홍 외 지음, 기획회의 엮음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가 펴내는 격주간지 ‘기획회의’에 연재되고 있는 ‘기획자노트 릴레이’를 묶은 것. 서점 매대 위에 놓인 수많은 책을 만든 편집자들의 경험과 애환이 담겨 있다. 이홍 리더스북 주간, 지평님 황소자리 대표, 고은희 마음산책 편집장, 홍석봉 인물과사상 편집장 등 한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도 책장 한 귀퉁이에 이름 석자를 올리는 것으로 만족하는 편집자 30인의 분주한 편집실을 들여다볼 수 있다. 책 한 권을 완성하기 무섭게 다시 아이템 사냥에 나서는 반복되는 일상, 원고 마감에 홍보까지 신경 써야 하고, 필자 관리에도 소홀할 수 없는 이들의 생활이 마치 우아한 백조의 분주한 발놀림을 보는 듯하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424쪽/1만5000원

    한일 안보동맹 신우용 지음

    군사평론가이며 조성태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활동 중인 저자가 10년의 노력 끝에 완성한 책. 저자는 우리나라가 일본과 안보동맹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간 대일(對日)관계에 있어 과거보다 미래를 지향해야 한다는 취지로 목소리를 내는 경우는 있었으나 직접적인 안보동맹을 거론하는 일은 드물었다. 저자는 “우리 사회의 보수 기득권층은 거의 무조건적으로 한미동맹 강화를 외치고, 이에 반발하는 쪽은 너무 쉽게 친중(親中)을 말한다. 하지만 중국은 완전히 신뢰할 수 있는 국가가 아니다. 따라서 한국의 대중국 전략은 한국 단독보다 한·미·일 3국 동맹체제를 통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동아시아의 진정한 위협은 중국으로부터 온다’면서 한일 안보동맹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양서각/528쪽/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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