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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적인 일상의 해결사, 경제학

  • 김현미 동아일보 출판팀 차장 khmzip@donga.com

매혹적인 일상의 해결사,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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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적인 일상의 해결사, 경제학

경제학이 실생활에 얼마나 유용하고 매력적인 학문인지 알려주는 책들.

지난해 어린이용 경제서를 기획하면서 경제학원론 교과서인 ‘맨큐의 경제학’(교보문고) 3판을 구입했다. 개념정리를 할 때 참고하려고 샀는데, 책을 다 만들고 난 요즘도 984쪽에 달하는 이 책을 가끔 뒤적인다. 이유는? 재미있으니까.

“경제를 의미하는 economy라는 단어는 원래 ‘집안 살림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의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가정 살림살이와 경제에는 많은 공통점이 있다.”

제1장 첫머리부터 경제학의 ‘경’자도 모르는 나 같은 사람의 시선을 잡아당긴다.

뉴욕 아파트 값이 비싼 이유는?

기회비용과 비교우위에서는 골프 선수 타이거 우즈를 앞세워 귀에 쏙 들어오게 설명해 준다. 우즈가 자기 집 잔디를 깎는 데 2시간이 걸리고, 2시간 동안 나이키 광고를 촬영하면 1만달러를 번다고 하자. 그리고 옆집에 사는 포레스트 검프는 우즈의 집 잔디를 4시간 걸려 깎을 수 있고, 4시간 동안 맥도날드에서 일하면 20달러를 벌 수 있다고 하자. 우즈는 잔디 깎는 일에서 검프보다 절대우위다. 그러나 비교우위는 검프에게 있다. 왜냐하면 잔디 깎는 기회비용은 검프가 더 낮으니까.

“경제학은 인간의 일상생활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한 19세기 경제학자 알프레드 마셜의 말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맨큐는 21세기에 왜 경제학을 공부해야 하는지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 경제학은 여러분이 살고 있는 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왜 뉴욕시에서는 아파트를 구하기가 그렇게 어려운가? 왜 토요일 밤을 지내고 돌아오는 승객의 왕복 항공권은 더 싼가? 이런 질문이야말로 경제학 과목을 수강하면 답할 수 있다. 둘째, 학생 시절 얼마만큼의 교육을 받아야 하는지, 취직을 한 뒤 얼마나 소비하고 얼마나 저축해야 하는지 등 수많은 경제적 결정을 할 때 유용하다. 그러나 경제학을 공부했다고 다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셋째, 경제학을 공부하면 경제정책이 달성할 수 있는 것과 그 한계를 이해하게 된다. 그래서 어떤 정책을 지지할지 반대할지 경제학적 근거를 갖고 판단할 수 있다.

그렇다고 너도나도 ‘맨큐의 경제학’ 같은 경제학 원론 교과서를 읽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경제학 열풍’이라고 할 만큼 시중에 쉽게 풀어 쓴 경제학 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인터넷서점 검색창에 ‘경제학’을 쳐 넣으면 몇 쪽에 걸쳐 목록이 나온다. ‘서른살 경제학’ ‘여자 경제학’ ‘괴짜경제학’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 ‘경제학 콘서트’ ‘경제학 비타민’ ‘인생은 경제학이다’ ‘롱테일 경제학’ ‘행동 경제학’ ‘직장인을 위한 생존 경제학’ ‘2040 경제학 스트레칭’ ‘푼돈의 경제학’ ‘스무 살 경제학’ ‘일상의 경제학’ ‘17살 경제학’ ‘마흔 살 경제학’ ‘관심의 경제학’…. ‘주식에 돈을 묻어라’ 같은 주식투자 책도 ‘5년 후 부자경제학’이라는 부제로 경제학 열풍에 슬쩍 올라탔다.

세상에 부자경제학은 없다

사실 베스트셀러인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박경철 지음, 리더스북)은 경제학 책이 아니다. 부동산이나 주식 등 실물자산 투자법에 대한 총론적인 강의를 하는 투자 지침서다. 저자 자신도 서문에서 “투자를 위한 사이비 경제학”이라고 고백했다. 강의실에 가 보라. 부잣집 자식이나 가난뱅이 자식이나 똑같은 경제학 책으로 배운다. 세상에 부자경제학이란 없다. 그런데도 독자는 부자+경제학에 열광한다.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 소장은 이 책에 대해 “부자 되는 투자법이 아니라 부자경제학이기에 더 많이 팔렸다”고 했다. 즉 부자 되기의 욕망에 경제학이라는 학문의 아우라(좀더 객관화한 법칙성을 다룬다는 권위)를 입혔더니 대박이 났다는 얘기다. 김경훈 소장은 “한국인이 재테크라는 전술적 차원에서 벗어나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관점에서 부를 생각하기 시작”(‘경제학 열풍, 패드인가 트렌드인가’, ‘기획회의’ 2007.1.5)한 것도 이런 변화에 한몫했다고 본다. 이 책 이후 ‘재테크 경제학을 만나다’(김영호 지음, 원앤원북스), ‘주식투자에 돈을 묻어라-5년 후 부자경제학’(정종태 지음, 한경BP) 같은 책들이 나와서, 경제원리를 모른 채 투자에 나서는 것은 무분별한 투기나 다를 바 없다며 ‘경제학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다.

사실 ‘부자경제학’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것은 1992년에 출간된 유시민의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푸른나무)일 것이다. 물론 이 책에 ‘부자 되는 투자 지침’ 같은 것은 한 줄도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거시경제학의 틀 안에서 ‘부자의 경제학’이 주도하는 이 세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이후 저자는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돌베개)에서도 비슷한 논지를 이어가며 경제학을 강단 밖으로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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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동아일보 출판팀 차장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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