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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 압도하는 40대 개성파 조연들

유해진, 이문식, 이한위, 김병옥, 김윤석, 이병준…

  • 장세진 자유기고가 sec1984@hanmail.net

주연 압도하는 40대 개성파 조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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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칠맛 연기로 ‘흥행 안전판’
  • 연기력 부족한 젊은 주연 보완재
  • A급 조연, 다작으로 주연 수입 능가
  • 조연 3대 패밀리 대학로파·자생파·TV파
  • 주연 빛나게 해야 스스로 빛나는 숙명
주연 압도하는 40대 개성파 조연들
“병신 육갑한다더니 내가 완전 그 짝이네. 멋 모르고 저놈한테 홀려 왕을 조롱하다니 내가 정신이 나갔지.”

1000만 관객을 돌파한 한국 영화 최고의 흥행작 ‘왕의 남자’에서 장생, 공길과 어울린 육갑(유해진 분) 일행이 왕을 풍자하다 치도곤을 당할 위기에 처하자 육갑이가 걸쭉한 입담을 쏟아내는 장면이다. 장생과 공길의 애틋한 사랑이 관객의 감정선을 적셨다면 육갑의 살아 날뛰는 입담은 웃음보를 건드렸다. 풍자와 신명나는 어깨춤이 펼쳐진 ‘왕의 남자’라는 멍석에서 육갑은 칠득, 팔복과 더불어 광대의 소임을 다하며 1000만이 넘는 한국인을 스크린 앞으로 불러들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육갑을 맡은 유해진은 이 작품으로 제43회 대종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하잘것없는 단역으로 출발한 충무로 청년의 우직한 영화 사랑이 빛을 발한 순간이다. 그는 최신작 ‘타짜’에서도 예의 입담을 과시했는데, 끊임없이 주절대는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관객의 눈귀를 사로잡을 만큼 감칠맛이 났다. 많은 영화팬이 ‘고광렬 역을 맡은 유해진의 연기가 너무나 좋아 다시 봤다’는 감상평을 올릴 만큼 그는 영화에 맛깔스럽게 버무려졌다.

유해진은 정우성과 동급?

충무로는 지금 조연 전성시대다. 영화팬도 연기 잘하는 조연에게 주연 못지않은 따뜻한 시선을 보낸다. 조연이 이런 시선을 받은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유해진은 조연시대를 개척해 주연으로 올라선 키워드 같은 존재다.

유해진에게 도회적인 이미지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멜로 연기를 기대하는 것도 내키지 않는다. 그런데도 유해진은 살아남았다. 메가패스 CF에서 정우성과 스피드스케이팅 대결을 펼치다가 졌지만 결국은 지지 않은 것과 같은 이치다.

그를 CF에서 만나는 의외성은 정우성을 보는 것과는 확실히 다른 맛을 안겨준다. 유해진은 CF에서조차 정우성의 조연이다. 그러나 누구도 유해진을 조연으로 보지 않는다. 그는 이제 정우성과 겨뤄도 아우라가 주눅 들지 않는 발광체가 되었다. 그만큼 갈고닦인 조연은 더 이상 주연의 병풍 노릇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유해진의 데뷔작은 최민수·강수연 주연의 ‘블랙잭’(1997)이다.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 출연한 영화에서 그는 ‘덤프트럭 기사 2’를 맡았다. 최민수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 속에서 곤죽이 되도록 터지는 재수 없는 청년이었다. 그때 그를 눈여겨본 사람이 있었다면 모를까, 그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그저 그런 단역이었다. 그런데 그는 꾸준히 그런 단역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캐릭터에 맞게 연기해냈다.

그가 주로 하는 대사는 ‘씨×× 같이’ 따위의 욕이거나 ‘주둥이를 쪼사불라’처럼 살벌한 협박이지만 결코 미움의 언어가 아니다. 유해진의 언어는 다른 의미와 느낌으로 관객에게 다가간다. 그것은 웃음이라는 세계로 인도하는 안내문 같다. 그가 아니고는 획득할 수 없는 세계다. 다른 누군가의 표정이나 음성으로는 그가 구현하고자 하는 인물이 살아나지 않는다. 오직 그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는 그렇게 조연의 새로운 경지를 열었고, 관객의 가슴에 ‘배우’라는 인식 하나로 주연까지 꿰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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