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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놀란 ‘대단한 실험’

환경을 보호하려면 우선 파괴해야 한다?

  • 이한음 과학평론가 lmgx@naver.com

환경을 보호하려면 우선 파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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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조적 파괴’가 자연과학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환경을 파괴하면서도 실험에 매달리는 못 말리는 과학자들 덕분에 인간은 세상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그 지식을 바탕으로 환경 보존의 방법을 찾는다. 조금만 넘어서면 위태로울 법한 줄타기로 세상을 놀라게 하는 과학자들, 그리고 그들의 놀라운 실험 결과.
환경을 보호하려면 우선 파괴해야 한다?

물속에 뿌리를 내리며 생존하는 맹그로브 나무(위). 생명의 보고로 꼽히는 아마존에서 생활하는 원주민 아이들. 인간의 손이 닿을수록 아마존이 파괴된다는 쪽과 그렇지 않다는 쪽의 의견 대립이 팽팽하다.

경제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에른스트 슈마허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고 설파했다. 그것은 인간사회의 경제 구조를 말한 것이고 환경의 처지에서 보면 큰 것이 더 아름다울 수 있다. 작은 숲도 아기자기한 맛이 있지만, 큰 숲은 장엄하지 않은가. 게다가 숲이 크면 더 다양한 생물이 더 많이 살지 않겠는가. 호랑이는 작은 산에서 살 수 없는 법이니까.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환경 보존 측면에서 큰 것이 좋은지, 작은 것이 좋은지의 문제는 1970년대 중반부터 생태학계의 논쟁거리다. 연원을 따져보면 그 논쟁은 하나의 이론과 그것을 검증한 한 실험이 계기가 되어 촉발됐다.

천재 생태학자의 혜안

1969년 대니얼 심벌로프와 에드워드 윌슨은 이정표가 될 실험 논문을 내놓았다. 지금 같으면 환경파괴 행위라고 싸잡아 비난을 받을 만한 실험이었다.

아메리카의 열대 해안에는 맹그로브 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맹그로브는 굵은 뿌리를 뻗대고 일어서려는 듯한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다. 자주 물에 잠기는 땅에 뿌리를 박고 자라기 때문에 그런 생김새로 진화했을 수도 있다. 그들은 굵은 뿌리의 끝을 바다 밑에 박은 채 물 위로 높이 솟아올라 있다. 맹그로브는 서로 뿌리가 얽히고 붙은 채 자라기도 하지만, 얕은 바다에서는 한 그루씩 멀리 떨어져 자라기도 한다. 그렇게 물 위로 솟아 있는 맹그로브 나무 하나하나는 일종의 섬을 이룬다.

심벌로프와 윌슨은 플로리다 만에서 맹그로브 섬 6개를 골랐다. 그들은 맹그로브 나무 주위에 가설물을 세우고 나무를 잘 둘러싼 뒤 브롬화메틸이 주성분인 살충제를 뿌렸다. 자칫하면 맹그로브가 피해를 볼 수 있기에 조심스럽게 농도를 조절하면서 시간을 두고 뿌렸다. 그렇게 해서 섬에 살던 동물들(주로 작은 절지동물들)을 다 죽인 뒤 감쌌던 막을 풀었다. 화산 활동으로 막 형성된 섬처럼 동물이 전혀 살지 않는 새로운 섬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들은 1년 동안 섬의 동물상(動物相)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관찰했다. 새 섬의 주위에는 절지동물이 우글거리는 섬과 숲이 펼쳐져 있으므로, 시간이 흐르면서 그 동물들이 새 섬으로 이주할 것이 분명했다.

먼저 날벌레들이 들어올 것이고 진드기처럼 새의 몸에 붙어서 들어오는 동물들도 있을 터였다. 먼저 정착한 동물들은 포식자와 경쟁자가 없으므로 그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그러다가 새 동물이 들어오면 경쟁에서 밀려나거나 잡아먹힘으로써 수가 크게 줄어들기도 했다. 전멸하는 종류도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새로운 종이 계속 들어오면서 섬의 동물상은 서서히 주위의 섬들과 비슷해졌다. 250일이 지나자 가장 멀리 있는 섬을 제외한 나머지 섬들은 살충제를 뿌리지 않은 주위 섬들과 종(種)의 수와 조성이 비슷해졌다. 단지 전반적으로 개체수만 적을 뿐이었다. 그 뒤로는 종 조성에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일종의 평형 상태에 도달한 것이다.

그 실험은 몇 년 앞서 천재적인 생태학자인 로버트 맥아더와 윌슨이 세운 이론이 옳다는 것을 입증했다. 맥아더와 윌슨은 한 섬에 있는 종의 수는 본토와의 거리 및 섬의 크기라는 두 요인에 따라 결정된다는 이른바 평형 이론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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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음 과학평론가 lmg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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