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5월호

‘내 머릿속 벙커’ 탈출 3단계

  • 허창훈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피부과 교수

    입력2007-05-02 17: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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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머릿속 벙커’ 탈출 3단계
    탈모로 인한 고통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모른다. 요즘은 그 불평등이 많이 해소(?)됐지만 탈모는 남성에게 유독 심하다. 탈모를 일으키는 DHT라는 물질에 유전적으로 남성이 민감한 탓이다. 훤하게 비는 부위도 하필이면 남의 눈에 잘 띄는 정수리 부분. 까만 머리카락 사이에 하얗게 뻥 뚫린 정수리는 푸른 골프장 그린 속 벙커를 연상시킨다. 벙커를 탈출하려면 그린 위에 볼을 올려놓는 게 우선이다. 탈모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도 같다. 머리 위의 벙커인 탈모로부터 탈출하는 방법을 골프와 비교해 알아보자.

    1단계. 사전 준비를 꼼꼼하게 해야 한다. 볼이 벙커에 빠지면 볼을 때릴 지점, 벙커의 높낮이, 모래의 양, 모래의 굵기 같은 환경에 대한 사전 준비를 해야 한다. 그래야만 어느 정도의 높이로, 어떤 강도로 볼을 어디까지 보낼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 마찬가지로 탈모 치료에 있어서도 본인의 증상을 철저히 파악하는 게 먼저다. 탈모 남성의 대부분은 머리카락이 빠진 후에야 탈모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탈모의 시작은 모발이 가늘어지고 힘이 없어지는 때부터다. 머리카락이 갑자기 우수수 빠지거나 눈에 띄게 숱이 적어진다는 느낌이 들면 즉각 병원을 찾아야 한다. 탈모 진행 상태나 증상, 가족력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지므로 자신의 정확한 상태를 진단받는 것이 탈모 탈출의 기본이라 하겠다.

    2단계. 처음부터 욕심은 금물이다. 프로골퍼라 하더라도 벙커를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더욱이 한번의 샷으로 볼을 홀 옆에 붙이려 욕심내다간 벙커 안에서 타수만 늘릴 공산이 크다. 우선 벙커를 벗어나 그린 위에 볼을 올려놓고 나서 홀 옆으로 가까이 가는 것이 순서. 탈모 치료를 시작하는 남성은 일반적으로 짧은 기간에 발모의 효과까지 기대한다. 하지만 현재 유일하게 탈모치료제로 승인받은 프로페시아와 같은 약물도 3개월 복용해야 탈모가 멈추고, 12개월 이상 복용할 때쯤에야 효과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탈모가 진행되고 있다면 탈모를 멈추는 것을 1차 목표로 세우자.

    3단계. 정확하고 확실한 방법을 택해야 한다. 볼을 그린 위에 올려놓을 목표를 정했다면 볼이 벙커를 확실하게 벗어나도록 샷을 쳐내는 것이 중요하다. 볼 자체를 때리기보다 볼 뒤의 모래를 강하게 때려야 그 힘으로 볼이 그린 위로 올라간다. 그러므로 여느 때보다도 강하고 정확한 샷이 요구된다.
    ‘내 머릿속 벙커’ 탈출 3단계
    탈모 치료도 마찬가지다. ‘강하고 정확한’ 치료를 해야 한다. 시중에는 탈모에 좋다는 제품과 방법이 많이 나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것으로 탈모의 증상을 악화하거나 치료시기를 놓치게 하는 경우가 많다. 세계적으로 탈모치료제로 승인받은 약물은 먹는 약인 프로페시아와 바르는 약인 미녹시딜뿐이다. 따라서 전문의와 함께 의학적으로 검증된 정확한 치료를 하는 것이 탈모 탈출의 비법 아닌 비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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