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세계가 놀란 ‘대단한 실험’

인류 구하는 돌연변이는 선조들의 선물?

  • 이한음 과학평론가 lmgx@naver.com

인류 구하는 돌연변이는 선조들의 선물?

1/3
  • 자연에 대든 인류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초식동물인 소에게 동물사료를 먹인 결과는 부메랑처럼 인류의 뇌를 겨누고 있다. 광우병에 대한 진실 중 재미있는 사실은 문화와 인류의 진화가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 과거 식인(食人) 풍습이 있던 나라의 후손들은 광우병에 대항하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 후손들이 가장 많이 광우병에 걸리고 있다는 사실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인류 구하는 돌연변이는 선조들의 선물?

광우병에 걸린 소를 도살하기 전 소 주인이 슬픔에 잠겨 있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는 속담에는 선현의 지혜가 담겨 있지만, 요즘처럼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엔 옛 지혜가 들어맞지 않는 사례들이 나타난다. 예전 송충이는 솔잎이 제 분수에 맞는 먹이였다. 소에겐 꼴이 제 분수에 맞는 먹이였고.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요?

송충이는 ‘솔잎’을 고집하다 오히려 인간의 집중적인 방제 활동을 초래, 지금은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지경이다. 대신 솔잎혹파리가 송충이 자리를 차지해 소나무를 괴롭힌다. 소는 꼴 대신 인간이 주는 뼛가루 같은 육류가 섞인 사료를 먹다보니 이제 초식동물보다 잡식동물에 가깝게 됐다.

송충이 속담은 인간에게 제 분수를 알라는 교훈을 주기 위한 것이지만, 인간은 분수를 모르고 송충이를 없애는 쪽으로 대응했다. 결과가 좋았으면 할 말이 없겠지만, 오히려 인류는 자연에 대든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 갖가지 새로운 전염병에 시달리게 됐으니 말이다.

인간이 치르는 대가 중 광우병은 대표적이다. 동심을 자극하는 친근한 소를 해악의 근원으로 보게 만든 것이 사람이었으니. 게다가 광우병은 미국 쇠고기의 안전성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벌어지는 내내 주요 이슈로 부각되기도 했다.

광우병은 ‘전염성 해면상뇌증’이라는 퇴행성 신경질환의 일종이다. 광우병이 인간에게 전염된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큰 논란이 일었다. 광우병의 원인과 발병 양상에 관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지만, 인간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런 질병은 인류의 미래에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해면상뇌증은 뇌에 스펀지처럼 구멍이 송송 뚫리면서 근육 경련, 발작 같은 증상을 보이는 병이다. 이 병은 사실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으며, 여러 동물에게서 발견됐다. 사람에게서는 1920년대에 처음 발견돼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어서 양과 염소에게도 비슷한 병(진전병)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밍크, 사슴, 고양이, 소에서도 유사한 질병이 발견됐다. 또 사망자의 뇌를 먹는 풍습이 있는 파푸아뉴기니의 포레족에게 흔히 발생하는 쿠루병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는 것도 알려졌다.

과학자들은 그런 퇴행성 질병의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수십년이 흘러도 별 소득이 없었다. 전염성을 띠고 있으니 그 병을 옮기는 매개체가 있을 것이 분명했다. 과학자들은 포자충, 바이러스, 단백질, 다당류, 핵산, 단백질과 핵산의 복합체, 다당류로 둘러싸인 핵산 등이 매개체일 것이라고 저마다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로 그 매개체를 찾아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단지 그것이 다양한 화학물질들에 잘 분해되지 않는다는 것만 밝혀냈을 뿐이다.

이단적 주장이 노벨상으로

미국 캘리포니아대 신경학 교수 스탠리 프루시너도 그 병의 원인을 밝혀내는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는 1982년 자신의 연구 결과와 가설을 담은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진전병에 걸린 양과 염소의 조직을 햄스터나 생쥐 같은 쥐과 동물에게 주입했을 때 병이 전염된다는 데 착안했다. 조직 추출물을 얼마나 주입했을 때 발병률이 어느 정도가 되고,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햄스터의 조직에서 그 물질의 양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꼼꼼하게 분석했다. 그런 다음 쥐과 동물의 지라 등에서 조직을 채취해 진전병 매개체를 분리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그는 다양한 실험약품과 기구를 써서 다각도로 그 매개체의 특성을 살펴보았다. 마침내 그는 그 매개체가 핵산을 분해하는 약품에는 견디지만 단백질을 분해하는 일부 물질에는 분해되거나 활성을 잃는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것은 진전병의 매개체가 핵산이 아니라 단백질의 특성을 띠고 있다는 의미였다. 그래서 그는 단백질성 감염 입자라는 어구를 줄여서, 그 매개체에 ‘프리온’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전염병 매개체인 프리온이 단백질이라면, 그것은 이단적인 개념이 아닐 수 없었다. 1954년 왓슨과 크릭이 DNA의 구조를 밝혀낸 뒤 이른바 정보는 DNA에서 RNA를 거쳐 단백질로 흐른다는 중심 원리가 확립돼 있었다. 어떤 매개체가 전염을 일으킨다는 것은 그것이 다른 생물의 몸속으로 들어가서 번식이나 증식을 함으로써 질병의 증상을 일으킨다는 의미다. 독감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흑사병을 일으키는 페스트균, 지저분한 무좀균에 이르기까지, 전염병을 일으키는 매개체는 다 그렇다.
1/3
이한음 과학평론가 lmgx@naver.com
목록 닫기

인류 구하는 돌연변이는 선조들의 선물?

댓글 창 닫기

2018/1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