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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진보가 내놓은 더불어 잘사는 길 ‘복지국가 혁명’

  • 이병천 강원대 교수·경제학, 참여사회연구소장 lbch@kangwon.ac.kr

진보가 내놓은 더불어 잘사는 길 ‘복지국가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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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가 내놓은 더불어 잘사는 길 ‘복지국가 혁명’

‘복지국가 혁명’ 복지국가 소사이어티 정책위원회 지음, 밈, 400쪽, 2만원

올해는 ‘87년 6월 민주항쟁’ 20주년이라 행사도 많았다. 그렇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서 보통 사람들의 살림살이는 1987년의 정치적 민주화 이행 이상으로 1997년 경제위기가 전환점이 된 급진적 시장화와 개방화의 충격에 큰 영향을 받았다. 정부는 수출이 잘 되고, 특히 최근 주가가 유례없이 치솟는 것을 내세우면서 우리 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국민의 반응은 아주 냉담하다. 수출이 늘고 주가가 올라도 그것으로 득을 보는 사람은 소수 계층에 국한할 뿐이다. 세계화한 시장과 무한 경쟁의 시대에 민생은 고통스럽기만 하다.

필자는 머리를 식힐 겸 동네 산에 곧잘 가는데, 거기서 사람들이 모여 나누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하나같이 사는 게 팍팍하고 불안하다는 것이다. 도무지미래에 대한 희망이 안 보인다고 한다. 일자리 걱정부터 시작해서 집값, 자식 교육비, 입시, 건강, 보육… 그야말로 걱정이 태산이다. 노후 걱정은 해볼 겨를도 없다. 그렇듯 걱정을 쏟아내고 난 다음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험악한 말들이 이어 진다. 우리 동네만 그럴까.

동네 이야기는 그만두고 최근 벌어진 이랜드그룹의 비정규직 사태만 보아도, 한국 경제와 민주주의의 일그러진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은 세계 11위의 경제 대국이다. 그러나 이 나라의 부(富)는 재벌, 국제자본이 독차지하는 부일 뿐, 이 땅에 발붙이고 사는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부의 영향이 파급되기는커녕 진작부터 양극화가 심각했다. 나라 경제의 성장과 국민 대중의 사회경제적 삶의 권리, 복지권 간의 비대칭이 극심하다. 1997년 이후는 성장력마저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신흥경제 4국)에 밀리는 실정이다.

북유럽형 복지국가

이런 상황을 타개할 해법을 내놓아야 할 한국의 진보 개혁 세력은 저항과 반대에는 대단한 능력을 보이지만 대안의 구성력은 퍽 취약하다. 대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근본주의적이다. 한편 그간 시민운동의 주류는 투명성, 절차적 공정성을 주된 개혁 과제로 삼았던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달리 새로운 출구는 없는가.

우리는 7월4일 창립된 한 단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모임은 문패를 우리말과 영어를 섞어 ‘복지국가 SOCIETY’(이하 WSS)라고 달았다. 이들은 ‘복지국가 혁명’을 선언하면서 한국이 북유럽형 복지국가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뿐 아니라 그런 국가를 창조하기 위한 실천운동을 하겠다는 결의도 다졌다. WSS는 이를 위한 12가지 사회정책과 경제정책을 슬로건 형식으로 제안했는데, 현수막에 써서 걸어놓은 대로 보자면, 1. 병원비 걱정 없는 나라, 국민이 건강한 나라 2. 아동은 국가가 키운다. 아동수당, 무상보육 실현 3. 여성의 사회 참여 보장, ‘일’과 ‘가족의 돌봄’이 가능한 나라 4. 건강하고 보람 있고, 활기찬 노후가 보장되는 복지국가 5. 장애 차별 없는 사회, 더불어 어울려 사는 나라 6. 차상위 계층까지 최소한의 삶이 보장되는 나라 7. 공부하고 싶은 나라, 공부할 수 있는 나라 8. 일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일할 수 있는 나라….

이런 슬로건을 보고 아마 많은 사람이 ‘글쎄, 참 좋은 이야기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이 있겠나’ 하고 되묻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만 조금 더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자. WSS는 창립대회와 함께 출판기념회도 했는데 그 기념회의 주인공이 ‘복지국가 혁명’이다. 혁명이라니? 좀 과격하다 싶기도 한데, 복지국가 혁명이라지 않은가. 최소한 복지국가 SOCIETY가 처음 선보인 이 작품을 읽은 다음에 이 조직의 실체에 대한 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

뜨거운 감자, 재벌 개혁

WSS의 대표 이성재는 ‘복지국가 혁명’의 머리말에서 이 책이 학술서적도 아니고 수필집도 아니라고 썼다. 그러면 뭔가. “세계화라는 거센 물결에 휩싸인 한국사회에 대한 깊은 고민의 수집”이고, 새로운 복지국가 물결을 일으키기 위한 “발버둥”이란다.

‘복지국가 혁명’은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왜 복지국가 혁명인가’를 주제로 한 좌담과 역동적 복지국가에 관한 글, 2부는 보편적 복지에 대한 세부 각론, 3부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의제를 싣고 있다. 이 책을 훑어본 필자가 보기로는 1부의 주제 글은 내용보다 스타일이 좀 건조한 반면, 좌담이 전체의 윤곽을 파악하는 데 유익하다. 이 좌담에는 WSS의 주요 멤버들이 거의 참여한 것으로 보이며, 여기서 나오는 대강의 이야기들이 이후 2, 3부에서 더 구체적으로 논의된다. 그리고 2, 3부는 전부 문답식 서술 방식을 취하고 있어 이해하기 쉽게 짜여졌다.

우선 지난 시기에 대한 평가에서 주류적 견해와 선을 긋는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구조 개혁은 한국 경제를 정상화하고 선진화의 발판을 닦은 것이 결코 아니며 오히려 오늘의 저투자, 노동시장 유연화, 저(低)복지, 승자 독식의 시장 지상주의와 양극화, 삶의 불안정을 가져온 원점이라는 것. 그 연장선상에서 한미FTA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을 분명히 한다. 그리고 대안론에서 보수주의적인, 양극화를 통한 선진화 혁명론을 비판하지만, 참여정부나 시민운동 일각에서 말하는 영국식 사회투자국가론과도 선을 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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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천 강원대 교수·경제학, 참여사회연구소장 lbch@kangw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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