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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김광화의 사람 공부, 이웃 이야기 9

순응하고 교감하라! 자연과 함께라면 암(癌)도 없다

  • 김광화 농부 flowingsky@naver.com

순응하고 교감하라! 자연과 함께라면 암(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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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북 박달산 다락골 골짜기엔 자연이 만든 병원과 유기농 슈퍼마켓이 있다. 폐암 수술을 받고 산골에 내려온 ‘시굴사랑’ 부부. 그들의 텃밭엔 생명과 행복이 자란다. 유기농 슈퍼마켓의 ‘자연보약’은 나눔으로 더욱 넉넉하다. 자연에 빚을 지면 질수록 기쁘고, 건강하고, 부자가 된다고 믿는 부부. 다락골 ‘생명 사랑방’은 오늘도 환자와 그 가족들로 북적인다.
순응하고 교감하라! 자연과 함께라면 암(癌)도 없다

들깨밭 김매는 시굴사랑. 일이 곧 명상이다.

무덥고 쉽게 지치는 날들이다. 게릴라식 장마와 푹푹 찌는 삼복더위. 이 달은 글을 한번 쉬고 싶다. 그렇다고 농사일이 바쁘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비가 온다고, 햇살이 뜨겁다고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게으르게 지내는 편이다.

그러던 중에 아내한테 걸려온 전화 한 통. 처형이 암 수술을 받은 뒤 정기검진을 받았는데,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전언이다. 아내도 덩달아 걱정을 한다. 그러고 보니 요즘은 암이 참 흔한 질병이 되었다. 서울 사는 친구 하나는 신장암으로 투병 중이라 하고, 또 다른 친지 한 분은 위암 수술 후에 요양소를 알아보고 있다. 해마다 10만명이 넘게 암에 걸린다는 말이 새삼 실감난다. 암은 환자 개인에게는 질병으로 드러나는 거지만 일반 사람들 뇌리에는 두려움 덩어리로 자리잡아간다.

‘시굴사랑’과 ‘지원’

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내 머릿속을 맴도는 이가 한 분 있다. 오래전에 암 투병을 위해 산골로 내려와 자기 생명을 지키고, 남는 힘으로 다른 암 환자와 그 가족에게 힘을 주는 분. 이 기회에 그분을 만나보자. 나 역시 몸이 안 좋아서 도시를 떠나왔고, 산골에 살면서 많이 건강해졌다. 하지만 나는 아픈 이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나 하나 잘 사는 거에 만족하는 편이다. 건강한 사람을 만나도 사람관계가 쉽지 않은데 하물며 암 환자를 아무 대가 없이 만난다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듯하다.

안희상(安熙相·59)씨와 그 아내 정선희(鄭仙姬·54)씨 부부. 부부의 별명은 각각 ‘시굴사랑’과 ‘지원(智元)’이다. 지원은 처음에 ‘삼순이’라는 별명이 좋았는데 ‘내 사랑 김삼순’이라는 방송 드라마가 인기를 끌자, 그렇게 입에 오르는 게 싫어 별명을 바꾸었단다. 지원은 참된 지혜를 추구한다. 시굴사랑은 왜 시골이 아니고 ‘시굴’이냐고 물으니 “아직도 온전히 시골사람답게 살지 못하니까 그렇다”며 허허 웃는다. 시굴사랑은 15년 전, 자신이 다니던 건설회사에서 해외근무 발령을 받고 건강 검진을 하던 중 폐암 선고를 받았다. 그러고는 험난한 수술과 치유과정을 딛고 부인과 함께 산골행을 택했다. 이 부부는 지금 충북 괴산군 박달산 자락 한 모퉁이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소박하게 산골 생활을 하고 있다.

폐암은 암 가운데서도 특히 예후가 좋지 않다. 완치율도 낮고, 수술 이후 재발 위험에 대한 두려움도 무척 크단다. 이 분들은 그런 아픔을 딛고 자연에서 스스로를 치유하며, 농사와 요양 틈틈이 자신들이 겪어온 경험을 환자와 그 가족들과 함께 나누며 살고 있다.

인터뷰를 계획하면서 대장암 수술 이후 치료를 받고 있는 처형을 모시고 함께 가기로 했다. 만나기로 날짜를 잡았는데 그 전날 엄청난 돌풍으로 이 집은 피해가 많았다. 사랑채 지붕이 날아가고 뒷간도 넘어졌으며 밭의 복숭아랑 밤나무는 가지째 부러질 정도다. 풋고추는 우수수 떨어지거나 통째로 넘어지기도 했다. 그렇게 경황이 없는데도 환자 가족과 함께 왔다고 따듯이 맞아주신다.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집을 먼저 둘러본다. 나로서는 두 번째 방문이었다. 몇 해 전에 괴산으로 귀농한 이웃을 만났다가 이 집에 잠깐 들른 적이 있다. 겉보기에는 그때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도둑이 집어갈 게 없어요”

이 집은 옛날 ㄷ자 흙집이다. 지은 지 100년이 되어가는 아주 작은 집. 세 칸 집이지만 본채는 여덟 평 정도, 예전에 누에를 치던 잠실 사랑채는 일곱 평, 손님이 가끔 머무는 별채는 다섯 평 남짓. 이렇게 세 집을 모두 합해도 스무 평이 채 안 된다. 무너져가는 집을 수리했지만 기본 골격은 옛날 그대로다. 구들도 그냥 고쳐 살고, 수수깡으로 얽은 벽채도 바람을 막는 정도, 문도 그대로다. 문이 얼마나 작은지 고개만 숙여서는 머리 받기 십상이다. 허리까지 숙여야 들어갈 수 있다. 문을 들락거리면서 딴생각을 했다가는 머리 받기 일쑤다. 가끔 도시에서 오는 손님들이 문틀에 이마를 부딪히면 민망하기도 하단다.

집이 그렇듯 다른 살림살이도 소박하기 이를 데 없다. 물은 그냥 계곡물을 호스로 당겨 쓴다. 그 흔한 물탱크조차 설치하지 않아 수압이 낮다. 봄 가뭄이 심할 때는 고생스럽지만 본인들은 그리 개의치 않는다. 가뭄 덕에 물을 아끼고 고맙게 여기게 된단다. 마당 우물가에는 커다란 스테인리스 그릇이 여럿 놓여 있다. 이게 다 무엇에 쓰는 걸까?

“우물 물이 너무 차잖아요. 아침에 이 통에다 물을 받아두면 한낮에 뜨거운 열기로 물이 데워져요. 그럼, 그 물로 몸을 씻는 거지요.”

그 말에 내 머리가 뻥 뚫리는 듯하다. 우리 역시 작은 집에서 소박하게 산다고 하지만 이 집에 견주면 어림도 없다. 언뜻 보면 찢어지게 가난한 살림살이지만 이 부부는 행복하단다. 시굴사랑이 지나가는 말로 들려준 다음 한 마디는 여러 번 곱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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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화 농부 flowing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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