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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놀란 ‘대단한 실험’

창조주에 도전하는 유전자 조작 ‘말하는 생쥐’ 출현한다면?

  • 이한음 과학평론가 lmgx@naver.com

창조주에 도전하는 유전자 조작 ‘말하는 생쥐’ 출현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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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주에 도전하는 유전자 조작 ‘말하는 생쥐’ 출현한다면?

이화여대 이원재 교수팀은 유전자가 사람과 60~70% 비슷한 초파리에게서 ‘공생 유전자’를 찾아 사람에게도 있는지 확인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는 자의식을 지닌 존재의 처지에서는 개체라는 쪽이 더 와 닿을 듯하다. 서부영화의 한 장면에 비유해보자.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총을 뽑아 방아쇠를 당길 때, 선택은 개체 수준에서 이뤄진다. 당사자의 사격 실력, 바람, 우연히 눈에 들어간 티끌 하나, 총구에 묻은 모래알에 따라 생사가 갈린다. 죽은 자는 자손을 남기지 못하며 산 자는 자손을 남길 수 있다. 하지만 카메라가 그 장면에서 멀어지면서 멀리 우마차에 짐을 가득 싣고 서부로 오는 행렬에 초점을 맞추는 순간, 관객은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 순간 개체 수준의 선택은 잊힌다. 보다 본질적인 선택은 집단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양 느껴진다.

동물학에서 말하는 생물학적 종 개념은 사실 서부 개척자 집단과 비슷하다. 개척자 집단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성공했다가 세월이 흐르면서 새로운 종으로 진화한다. 크게 보면 자연은 한 개체의 생사에는 별 관심이 없다. 자연이 염두에 두는 것은 집단, 더 나아가 종이다. 그래도 의문은 남는다. 커다란 알을 쑥쑥 잘 낳는 닭들을 선택해 교배시키는 행위와 호랑이를 멸종시켜서 멧돼지가 어부지리를 얻도록 하는 행위 중 어느 쪽이 자연을 제대로 모방하는 것일까.

유전자가 규명되고 생물의 행동을 유전자와 관련지어 설명하려는 노력이 계속되면서 발상의 전환이 이뤄졌다. 자연 선택의 단위는 종도 개체도 아닌 ‘유전자’라는 주장이 등장한 것이다. 영국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유전자가 장수, 다산성, 복제의 정확도라는 측면에서 개체나 종보다 자연 선택의 단위로 더 알맞다는 논리를 펼쳤다. 자연 선택의 단위라면 자신의 정체성을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한 채 자신의 사본(寫本)을 퍼뜨리면서 계속 존속할 수 있어야 한다. 개체나 종은 그렇지 못하다.

이 시기에 인위 선택 실험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자연에 대한 지식수준이 높아지면서 인위 선택의 단위도 달라진 것이다. 자연을 잘 모르던 시절에는 개체나 종 수준에서 인위 선택이 이뤄졌다. 사람들은 더 많은 낟알이 열리는 벼나 더 많은 젖이 나오는 소를 골라 교배했다. 동시에 약한 개체나 종은 박멸했다.

그러나 생명의 다양성이 지구 환경과 우리 생존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알게 되면서 ‘약한 종도 필요하다’는 인식의 전환이 이뤄졌다. 종을 박멸하는 행위는 줄어들었다. 그리고 인위 선택의 단위가 종에서 유전자로 바뀌었다. 병충해에 강한 품종을 교배하는 것이 아니라, 병충해에 강한 유전자를 집어넣는 방식이 동원됐다.



유전자 적중법은 유전자 선택의 방식을 극단적인 수준까지 끌고 갈 수 있다. 인간은 원하는 성질의 유전자만 넣고 원하지 않는 성질의 유전자는 빼내어 전혀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 능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인간에게 유익한 물질을 생산하는 유전자를 넣은 동물들도 만들어지고 있다. 유전자와 발생, 종별 차이에 관한 지식이 깊어질수록 점점 더 많은 유전자가 동식물의 유전체에 삽입될 것이다. 또한 인간의 유전자를 지닌 동식물이 점점 늘어날 것이다.

인위 선택의 정점은 인간의 생식세포나 배아의 유전자에 직접 손을 대는 일이다. 현재로서는 생쥐 배아의 유전자를 조작하여 각종 혈통을 만들어낸 것과 같은 행위는 인간의 배아를 대상으로 실행될 수 없다. 인간 배아 유전자 조작은 커다란 윤리적 논쟁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전적 요인이 있는 질병을 치료할 목적으로 인간의 생식세포나 배아를 대상으로 유전자 적중법을 활용하는 일은 커다란 유혹이 아닐 수 없다.

‘분화’와 ‘종합’의 법칙

유전자 적중법을 통해 인간 질병 유전자를 지닌 생쥐 혈통이 500종류 이상 만들어져 있다. 인간과 생쥐의 유전자는 약 2만개다. 그러니 앞으로도 인간의 유전자를 지닌 또 다른 생쥐들이 만들어질 여지가 많다. 생쥐만이 인간 유전자를 지니라는 법은 없다. 인간과 가까운 침팬지를 비롯하여 다른 여러 동물도 인간의 유전자를 갖게 될 것이다. 이미 소, 양, 돼지 등을 대상으로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섬뜩한 상상이 들 수 있다. 인간이면서 인간이 아닌 존재, 신화 속에 등장하는 반인반수(半人半獸)의 생명체도 나오지 않을까. 그것은 일종의 종합이라고 할 수 있다. 생명의 다양성은 주로 분화 과정을 통해 이뤄졌다. 분화를 통해 새로운 종이 갈라져 나와 아무도 진출하지 않은 곳으로 이동해 새로운 서식지를 조성함으로써 생명은 지구 곳곳을 푸르고 활기찬 곳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분화가 전부는 아니다. 자연은 몇 차례 기존 생물들의 종합을 도모했고, 그때마다 자연계는 새로운 격랑에 휩싸여 변혁의 시대가 열리곤 했다. 린 마굴리스는 이러한 종합을 ‘공생 발생’이라고 표현했다. 현재 널리 받아들여진 이론에 따르면 처음에는 원핵생물만 있었다. 그러다 어떤 원핵생물이 다른 원핵생물을 삼켰다가 소화를 시키지 못해 공생관계를 맺게 됐다. 그것이 바로 세포핵을 지닌 진핵세포의 출발점이다. 그 뒤 어떤 진핵생물이 산소 호흡을 하는 세균을 삼켰다가 공생관계를 맺었다. 그 세균은 나중에 ‘미토콘드리아’라는 세포 내 발전소가 됐다. 마지막으로 광합성을 하던 세균이 진핵세포로 들어와서 공생관계를 맺었다. 그것이 바로 현재 식물과 조류 세포에 있는 ‘엽록체’가 됐다.

이런 종합은 단순한 종의 분화와는 차원이 다른 파급 효과를 낳았다. 진핵세포의 출현은 다세포 생물의 형성을 가능하게 한 생물 진화 역사상 획기적인 사건이며,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의 공생도 마찬가지다. 동물과 식물은 그런 종합의 산물이다. 그런 종합이 없었다면 지구는 아직 단세포 원핵생물들만 우글대는 곳으로 남아 있었을 것이다.

종합은 지금도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마굴리스는 흰개미의 창자에 들어 있는 믹소트리카 파라독사라는 미생물을 즐겨 예로 든다. 이 생물은 친척들보다 몸집이 약 500배나 크며, 전자현미경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려 수십만 개체에 달하는 5종류의 생물이 모인 것임이 드러난다. 지의류나 산호 등 지구에는 공생관계를 맺고 있는 생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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