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호

어떤 민주주의인가 외

  • 담당·구미화 기자

    입력2008-01-07 11: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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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민주주의인가 _ 최장집 박찬표 박상훈 지음

    어떤 민주주의인가 외
    고려대 최장집 교수가 두 명의 제자와 함께 1년여 준비 끝에 펴낸 ‘어떤 민주주의인가’는 한국의 민주화가 시민사회 발전이나 정당 체제 발전을 가져온 게 아니라 오히려 국가 관료제의 영향력을 공고히 했다고 주장한다. 특히 “노무현 정부 아래에서 ‘국가가 중심이 되는 민주주의’가 돌이키기 어려울 정도로 심화됐다”고 비판한다.

    최장집 교수는 먼저 절차적 민주주의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는다. ‘이제 절차적 민주주의가 완성됐으니 한미FTA 등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 나설 때’라거나 ‘이제는 실질적 민주주의를 하자’는 얘기를 참여정부나 진보 진영에서 곧잘 하는데, 모두 민주주의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최 교수는 또 정당 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강력한 개혁의 조타수로서 대통령을 기대하는 한국 사회의 대통령관(觀)은 폐기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민주적으로 견제되고, 시민에 대해 책임정치를 구현하는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박찬표 목포대 교수는 정치를 통한 민주주의 발전의 길을 버리고 법에 의해 계도되는 ‘법치 민주주의’의 흐름을 기원에서부터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또한 노무현 정부가 주창한 정치개혁론, 이른바 ‘정치의 탈정당화’ ‘전문가정치’가 결국은 사회 상층부 이익에 편향된 이익대표체제로 귀결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는 민주화 이후 정당 체제가 지역당 체제로 굳어졌다는 얘기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노무현 정부가 정당의 역할을 어떻게 약화시켰으며, ‘정당 없는 민주주의’가 낳은 부정적 결과는 무엇인지 짚어본다. 후마니타스/336쪽/1만8000원



    대한민국 역사의 기로에 서다 _안병직·이영훈 대담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와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의 대담집. 스승과 제자에서 뉴라이트운동의 동지가 된 두 사람은 각자가 극적 ‘우회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과정에 대해서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안 교수의 회고 중엔 당대를 뜨겁게 달군 통일혁명당 사건도 포함돼 있으며 김수행, 신영복, 박성준 교수도 등장한다. 이영훈 교수는 페인트공장에 위장취업하며 노동운동에 발을 담갔으나 결국 규장각의 방대한 역사적 기록에 압도돼 학자의 길로 돌아섰다고 고백한다. 두 사람은 경제사학자답게 한국경제의 발전 양상, 자본주의 맹아론과 식민지근대화론, 일제가 남긴 유산과 광복 이후 우리 경제의 발전 전략에 대해서도 토론했다. 한때 논란이 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기파랑/344쪽/1만3000원

    백두산 성자를 찾아서 _ 김봉규 김금화 지음

    먼저 저자들의 독특한 이력부터 살펴보자. 김봉규씨는 증권회사를 그만두고 명상과 의학이라는 낯선 세계로 들어섰다. 17년간 전국 각지는 물론 인도와 미국, 중국 등 세계 여러 나라를 주유하면서 불가 수행법과 선도, 탄트라 요가 등을 익혔다. 1997년엔 중국 하얼빈대 중의학 과정을 수료했다. 김금화씨는 부산대에서 이학박사로 강의를 했으나 김봉규씨를 만난 뒤로 백두산에 11번 다녀오는 등 명상법을 익히고, 천연물에 대한 과학적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이 책은 저자들이 백두산에서 명상 수행을 하면서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음양오행의 참된 이치와 인체의 신비를 깨닫는 과정을 담고 있다. ‘사람의 모든 행위에는 항상 그에 보응하는 힘이 존재한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인과율의 법칙’에 공감이 간다. 동아일보사/356쪽/1만3000원

    션배 _ 김종명 외 지음

    ‘우리 선조들의 핵심가치 리더십 이야기’란 부제가 달린 책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이론을 번역 소개하는 차원을 벗어나 현재 한국 사회에 맞춤한 한국형 리더십을 연구하는 ‘이솝러닝 선배리더십연구소’ 연구자들의 연구 성과물이다. 7명의 공동 저자는 한국형 리더의 전형을 ‘선배’로 규정한다. 우리 역사에 등장하는 다양한 성격의 리더들을 일정한 범주로 구분하고, 그들의 특징을 도출해 ‘선배 DNA’라고 정의한다. 리더라고 해서 모두 선배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선배’로 분류되려면 민족과 국가에 일정한 공적을 남기고, 거기에 대한 올바른 메시지를 제시해야 한다. 선배들의 공적과 메시지, 성격을 토대로 ‘제왕’ ‘전사’ ‘학인’ ‘장인’ ‘도인’으로 선배 유형을 구분한다. HRD북스/307쪽/1만2000원

    글로벌리스트 _ 김순덕 지음

    세계화의 흐름 속에 살고 있는 건 분명한데, 세상이 ‘어찌 돌아가고 있는지’ 모르겠어 답답하다면, 한번 읽어볼 만한 책이다. 저자는 2001년에 일어난 두 사건 9·11테러와 12·11 중국의 WTO(세계무역기구) 가입을 지금 이 세상을 이해하는 두 개의 중요한 열쇠로 지목한다. 이 두 사건으로 인해 글로벌 안보와 국제 질서는 물론 경제, 사회, 교육 정책까지 격변했으며, 따라서 우리도 한국이 아닌 세계에서 살아남을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판단이다. 한미자유무역협정은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이며, 우리가 목도하는 경제적 지정학적 불안 속에서 살아남아야 진정한 글로벌리스트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1983년 ‘동아일보’에 입사해 논설위원을 거쳐 현재 편집국 부국장이다. 민음사/316쪽/1만원

    지도와 권력 _ 아서 제이 클링호퍼 지음, 이용주 옮김

    어떤 민주주의인가 외
    2012 여수세계박람회 유치위원장을 맡았던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집무실엔 오스트레일리아가 위에 올려진, ‘거꾸로 된’ 세계지도가 있다. 그 지도로 보면, 한국의 남해가 태평양과 맞닿아 있는 모습이 두드러져 보인다. 김 회장은 여수를 포함한 한국의 남해가 세계적인 해상무역 중심지로 거듭날 수 있음을 강조한 바 있다.

    ‘거꾸로’라는 표현은 정상의 것을 뒤집는 의미다. 그러나 지구는 둥글다. 우리는 유럽이 상단에, 아프리카는 하단에 위치한 평면지도에 익숙하지만, 사실상 이렇듯 정형화한 지도는 우주 공간에서 회전하는 지구의 구체를 제작자 주관대로 묘사한 것일 뿐이다. 그러니 ‘거꾸로’ 된 세계지도는 사실 ‘거꾸로’가 아닌 셈이다.

    ‘지도와 권력’은 모든 지도는 목적을 갖고 만들어지며, 지도 제작자나 국가의 가치관이 철저히 투영된다고 주장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메르카토르 축적에 기초한 지도가 대표적인 예다. 이 축적은 적도 부근에서는 정밀하지만, 극으로 갈수록 왜곡이 심한 게 특징이라, 그린란드와 유럽이 실제보다 크게 묘사됐다. 22개 지역 438명의 지리학 전공 학생에게 임의로 세계지도를 그려보라고 했을 때, 모든 학생이 유럽의 크기를 과장하고, 대부분의 학생이 아프리카를 작게 그렸다는 대목은 메르카토르 축적이 은연중에 학생들에게 유럽 중심적 세계관을 심었음을 짐작케 한다.

    이 책은 각 문명에 내재된 세계관에 따라 달라지는 지도 제작 방식을 살펴보고, 최근의 세계 흐름이 현대 지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짚어본다. 알마/320쪽/1만5000원

    천재를 이긴 천재들(전 2권) _이종호 지음

    1, 2권 통틀어 200명 가까운 과학자가 등장한다. 그러나 200명이 모두 주인공은 아니다. 저자는 이들 중 가장 근본적인 생각, 가장 큰 틀에서 아이디어를 내놓은 사람이 누구인지를 추려냈다. 그렇게 해서 선정된 22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역사적 배경이거나 주변 인물로 등장했다 사라진다. 1권에서는 우리가 보통 과학적이라고 말하는 ‘생각의 방법’을 만든 사람들을 다루고, 2권에서는 미시세계와 우주에 대한 탐색을 통해 시공간이 급속하게 확장하는 과정을 짚어봤다. 탐색정신에 있어 최고봉이 누구인지를 가린 것이다. 아르키메데스, 최무선, 레오나르도 다 빈치, 갈릴레오 갈릴레이, 스티븐 호킹, 필로 판즈워스, 알란 튜링 등이 그 주인공이다. 글항아리/374쪽/1만5000원

    정치교회 _ 김지방 지음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한국 보수기독교 세력을 신랄하게 비판한 책. 개신교도이며 개신교에 뿌리를 둔 ‘국민일보’에서 종교를 담당했던 기자가 쓴 책이기에 더 눈길을 끈다. 저자는, 대형교회 목사들이 설교 중에 거침없이 내놓는 정치적 발언을 인용하며 “정치와 종교의 분리를 명시한 헌법 20조가 흔들리고 있다”고 우려한다. 정교(政敎) 분리 원칙을 내세우며 민주화 투쟁을 외면했던 보수 교회가 정치적 입지를 넓히게 된 계기를 살펴보기 위해 보수 교회의 정체성을 들여다보고, 보수 교회의 정치 지형도도 확인한다. 정치인들이 교회에 기대는 경향을 살펴본 대목도 흥미롭다. 미국 부시 정권과 그의 강력한 지지기반이었던 교회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도 짚어본다. 교양인/328쪽/1만3000원

    만인보 24~26 _ 고은 지음

    고은 시인의 ‘만인보’ 24, 25, 26권이 출간됐다. 23권이 나온 지 1년7개월 만에 395편의 시를 3권에 나눠 묶었다. ‘만인보’는 역사에서 잊힌 인물들에 혼을 불어넣고 민초의 삶을 노래하는 연작시. 1986년 1~3권이 나왔으며, 내년에 30권으로 완간한다는 계획이다. 불교적 세계관을 피력해온 시인이 이번에는 고승의 삶과 행적을 좇아가면서 신라시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불교사를 복원해낸다. 우리 역사의 뿌리 깊은 사대주의를 비판하고, 친일승(僧)의 행적을 꼬집는다. 세속에 봉사하고 난장에서 구도의 길을 찾은 승려와 난세에 구국의 길로 나선 승려를 칭송하는 한편, 세속적인 욕망과 권력에 눈이 먼 승려의 삶을 통해 잘못된 역사를 일깨워준다. 이밖에 군사정권의 잔혹성을 비판하는 시도 있다. 창비/각 340쪽, 400쪽, 344쪽/각 9000원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 _ 마이클 셔머 지음, 류운 옮김

    과거를 읽고 미래를 예언하는 심령술사, UFO와 외계인 납치, 귀신이 들끓는 흉가…. 회의주의 학회를 설립하고 과학저널 ‘스켑틱’을 발행하는 저자는, 우리 주위에 널려 있는 ‘이상한 것들’과, 사람들이 그런 것을 믿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람은 왜 미심쩍어하면서도 이상한 것에 솔깃할까? 저자는 우연하고 불확실한 것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패턴을 추적하고 인과관계를 찾으며 진화한 까닭이라고 분석한다. 밭에 소의 배설물을 뿌렸더니 수확이 늘었다 는 식의 경험칙을 저자는 ‘믿음 엔진’이라고 부르는데, 문제는 우리 뇌가 항상 의미 있는 패턴만 골라내는 건 아니라는 데 있다. 기우제가 대표적인 예다. 또한 이론이 관찰에 영향을 미치거나 관찰자가 관찰된 것을 변화시키는 등 과학적 사고에도 문제 요소가 있다. 바다출판사/571쪽/1만8000원

    조선/한국의 내셔널리즘과 소국의식 _ 기무라 간 지음, 김세덕 옮김

    어떤 민주주의인가 외
    현재 일본 고베대 대학원 국제협력연구과 교수이며, 한국국제교류재단·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세종연구소 등과 인연을 맺고 한국을 연구해온 저자는, 조선/한국 내셔널리즘의 핵심은 ‘소국의식’이었다고 규정한다.

    그렇다고 일제 강점기에 강요된 ‘반도사관’을 새삼 끄집어내는 것은 아니다. 일본이 ‘대국의식’에 사로잡혀 전쟁을 통한 팽창을 거듭하다 처참한 좌절을 겪은 것을 예로 들며, 어느 것이 좋다 나쁘다 가치판단을 유보한다. 각국이 처한 국내외적 상황과 시대인식 속에서 결정한 선택으로 보고, 역사적 사건과 다양한 인물을 통해 그 영향을 학문적으로 논증한다.

    저자는 조선을 포함한 주변국들의 내셔널리즘 형성 기반을 전근대 중화주의 세계질서에서 찾는다. 또한 대원군 이후 고종이 어떻게 자립성을 잃고 외세를 끌어들였는지 살펴본다. 근대조선의 온건개화파 김윤식이 우리나라는 ‘소국’이기 때문에 ‘열강의 원조’가 필요하다며 친청파로 활약하는 상황이며, 이완용이 어떻게 친미친러파에서 친일파로 돌아서는지도 살펴본다. 이광수와 주요한이 친일파가 되는 계기도 짚고 넘어간다.

    저자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을 소국의식 소유자로 분류했다. 대통령 취임 후에도 당당히 미국에 원조를 요청하는 등 다른 개발도상국들처럼 자력갱생의 길을 가지 않고 외세의존적인 내셔널리즘을 표방한 것이 훗날 한국 정치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도 살펴본다. 박정희 정권의 ‘강력한 국가’에 의한 ‘위로부터의 개혁’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도 추적한다. 산처럼/461쪽/2만8000원

    직장으로 간 사이코패스 _ 폴 바비악·로버트 D 헤어 지음, 이경식 옮김

    이 책의 원제는 ‘Snakes in Suits’, ‘양복 입은 독사’다. 저명한 산업심리학자인 폴 바비악과 사이코패스 진단기준을 개발한 범죄심리학자 로버트 D 헤어는 오랫동안 화이트칼라 사이코패스, 특히 기업과 조직 내 사이코패스 행동에 관해 연구해왔다. 그 결과 다수의 사이코패스는 엽기적인 연쇄살인자이거나 어두운 뒷골목을 배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유능한 직장인의 모습으로 기업에서 활보하고 있음을 알아냈다. 특히 사이코패스는 고위험·고수익 구조의 조직에 매력을 느끼며, 거짓말과 속임수에 능해 타인의 눈엔 대체로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리더로 비친다. 저자들은 다년간의 연구를 바탕으로 기업 내 사이코패스의 유형을 소개하고 그들이 놓은 덫에 걸리지 않는 법을 일러준다. 랜덤하우스/466쪽/1만4800원

    책으로 찾아가는 유토피아 _ 오쓰카 노부카즈 지음, 송태욱 옮김

    이 책엔 ‘한 출판편집자의 회상’이란 부제가 달렸다. 1963년 스물네 살에 일본을 대표하는 출판사 이와나미쇼텐에 들어가 40년간 편집자로 일하면서 ‘이와나미현대신서’ ‘총서·문화의 현재’ ‘신이와나미강좌·철학’ 등을 세상에 내놓은 오쓰카 노부카즈(大塚信一) 전 사장의 회고록이다. 오에 겐자부로, 이소자키 아라타, 야마구치 마사오 등 그와 교류하며 활동 반경을 넓힌 쟁쟁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포함해 지적 경계를 종횡무진 뛰어넘은 한 출판인의 지적 궤적은 그 자체로 일본 지성사의 한 흐름을 보여준다. 저자는 2003년 출판사를 그만둔 뒤 동아시아 출판인회의를 만들어 한국·중국·홍콩·대만 출판사들과 활발히 교류하며 ‘출판 불황’ ‘활자 이탈’ 같은 파고를 헤쳐 나갈 공동의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한길사/460쪽/2만원

    아인슈타인-삶과 우주 _ 월터 아이작슨 지음, 이덕환 옮김

    ‘타임’지가 아인슈타인을 ‘20세기의 인물’로 선정할 당시 편집장이었던 월터 아이작슨이 쓴 아인슈타인 전기. 최근에 공개된 아인슈타인의 편지들까지 조사해, 세계적인 천재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시켰다. 대학 졸업 후 일자리를 얻지 못해 낙담한 일, 순탄치 않았던 결혼생활, 박봉과 자녀 문제로 속병을 앓는 모습은 여느 평범한 가장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아인슈타인은 언젠가 “상상력이 지식보다 더 중요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저자는 아인슈타인이 수학에서 낙제했다는 얘긴 잘못 알려진 사실이며, 그는 오히려 대학 물리학 실험 과목에서 낙제했다고 바로잡는다. 그의 성공은 비범한 지혜보다, 일상적인 사물에 의문을 품고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현상에서 신비와 경이를 느끼는 무한 상상력에서 비롯됐음을 알게 된다. 까치/736쪽/2만2000원

    희망 _ 이브 A 우드 지음, 김무겸 옮김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유대교적 분위기에서 성장하며, “한 생명을 구하는 것은 온 세상을 구하는 것과 같다”는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고 의대에 들어갔다. 그러나 의대에서 육체와 정신을 분리해 다루는 데 환멸을 느끼고 한의학 수업을 들었다. 동·서양 의학을 두루 섭렵한 저자는 자신만의 독특한 치유 방법인 ‘세 다리 의자’ 모델을 만들었다. 인간의 육체, 정신, 영혼을 단계적으로 밟아나가며 나중에 이 셋을 통합하는 ‘상담·약물 치유’ 모델이다. 타고난 육체적 특성에 기반을 두고 ‘나는 누구인가’ 자문하고, 타인에 대한 내 생각을 정리하며, 나보다 더 큰 존재가 있음을 자각하고 각자의 재능을 발휘하도록 서로 돕기 위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믿음에 이르는 과정이다. 개별 환자에 대한 적용 사례도 담고 있다. 글항아리/368쪽/1만3000원

    문학동네 53호 / 비평 17

    어떤 민주주의인가 외
    본격적인 겨울을 맞아 계간지가 속속 출간됐다. 그 가운데 ‘문학동네’는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서 문학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특집 ‘역사의 귀환’에서 역사학자 김기봉은 최근 한국사회 전 영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역사적 관심을 치밀하게 천착한바, 거대담론의 종말을 통한 ‘역사의 인간화’라는 거대한 변곡점이 가로놓여 있다고 분석한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문학계 전반에 일고 있는 역사적 관심의 기원인 김훈 소설을 적극적으로 독해함으로써 반역사주의적, 반인간주의적 유물론이 김훈 소설의 핵심 역사철학이라고 짚어낸다. 그밖에 장편소설 ‘네가 누구든지 얼마나 외롭든’을 펴낸 김연수를 ‘포커스’로 다루고, ‘젊은작가특집’엔 ‘조대리의 트렁크’를 쓴 백가흠을 만난다. ‘해외작가를 찾아서’에서는 세계문학의 총아로 떠오른 ‘눈물’의 작가 쑤퉁을 초대했다.

    계간 ‘비평’의 이번 호 특집은 ‘공적 인간의 이상과 공공성의 위기’다. 유홍림 교수와 이승환 교수가 각각 서양전통과 동양전통에서, 공적 인간과 공공성을 어떻게 생각해왔는지 살펴본다. 도정일 교수와의 심층 대담은 독서 체험과 문학의 의미, 한국사회의 근대화 과정과 문화적 민주화의 길, 시장사회와 대중의 문제, 실천인문학의 방법 등 다양한 주제를 넘나든다. 한국과 일본 연구자들이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의 역사적 함의에 대해 발표한 글도 관심을 끈다. 문학동네/544쪽/1만2000원, 생각의 나무/409쪽/1만2000원

    삼국지 강의 2 _이중톈 지음, 홍순도 옮김

    중국 국영방송인 CCTV가 ‘고급지식의 대중화’를 모토로 기획한 ‘백가강단’에서 ‘삼국지’를 강의하며 탁월한 통찰력을 발휘해 ‘중국의 르네상스맨’이라는 칭호를 얻은 이중톈이 쓴 ‘삼국지’ 해설서. 2007년 5월에 출간된 1권에 이어서 나온 2권은, ‘문화일보’ 베이징 특파원을 장장 9년이나 역임한 홍순도씨가 번역했다. 1권이 조조에 대한 재평가와 더불어 적벽대전에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면, 2권에서는 삼국 정립 과정에서 각국의 내정이 어떠했는지를 살펴보고 당시 활약했던 다양한 인물들을 재평가한다. 조조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였던 유비와 손권의 동맹, 그리고 이면에서 벌어진 치열한 암투가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손권 정권의 토대와 용인술도 낱낱이 파헤친다. 김영사/589쪽/1만8000원

    근대 여성, 제국을 거쳐 조선으로 회유하다 _ 박선미 지음

    일제 강점기 조선에서 일본으로 유학한 여학생들의 의식과 체험, 그들이 돌아와서 조선사회에 끼친 영향을 분석한 책. 현재 일본 쓰꾸바대 전임강사로 재직 중인 저자는 생존 유학생들의 구술 등을 토대로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복원해내는 한편, 조선 여학생이 일본으로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기까지의 전 과정을 재조명한다. 일본 내 조선인 여학생 규모는 1910년에 34명에 불과했으나 1942년에 2947명으로 늘어났다. 저자는 구한말 서구 근대문명을 배워 와야 한다는 실력양성론과, 1920~30년대 일본유학을 최상의 교육단계로 여겼던 상승 지향의 학력주의 등이 일본유학을 부추겼다고 진단한다. 또한 상당수 여학생이 전공으로 가정학을 선택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창비/300쪽/1만5000원

    글쓰기 생각쓰기 _ 윌리엄 진서 지음, 이한중 옮김

    1976년 초판이 나온 이후 30년 동안 100만명이 넘는 사람이 이 책을 통해 글쓰기의 기본을 익혔다.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이며 지금은 컬럼비아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쓰는 데 어려움을 느끼거나 좋은 글로 승부를 보려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길잡이를 자처한다. 자기만의 개성이 부각되는 글을 쓰기 위해 가장 먼저 기억해야 할 것은, 독자는 글 속에서 글쓴이를 발견하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또한 모든 문장에서 가장 분명한 요소만 남기고, 아무런 의미를 담지 않은 군더더기는 걷어내는 것이 좋은 글쓰기의 비결이다. 저자는 ‘글에서 버릴 수 있는 것은 모두 버리라’고 충고한다. 여행기, 인터뷰, 회고록, 비평, 유머, 비즈니스 글쓰기 등을 아우른다. 돌베개/352쪽/1만3000원

    한국의 美 산책 _ 최선호 글·사진

    단순하고 절제된 한국의 색과 면의 조화를 모던하게 그려내는 화가 최선호의 정성스러운 문화유산 답사기.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간송미술관 학예연구원으로 8년간 한국미술을 연구했으며, 뉴욕대에서 현대회화를 전공하고 현재는 한국전통문화학교 교수로 재직 중인 알찬 이력을 바탕으로 국내 여러 문화유적지의 역사적·미적 가치를 감성적으로 풀어냈다. 사대부가의 자취가 숨쉬는 선교장, 백제 고려 조선의 건축양식이 어우러진 장곡사, 초의 선사의 거처였던 일지암 등 역사적 의의와 더불어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답사지를 엮었다. 인적이 드문 때를 노렸다가 아날로그 카메라로 그 자체의 멋을 담아낸 사진들도 눈길을 끈다. 답사기에 이어진 에필로그 같은 저자의 그림도 인상적이다. 해냄/352쪽/2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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