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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임진왜란-동아시아 삼국전쟁’

조작된 기억, 불편한 진실

  • 김석우 군산대 강사·사학 swooj3k@hanmail.net

‘임진왜란-동아시아 삼국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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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동아시아 삼국전쟁’

‘임진왜란-동아시아 삼국전쟁’: 정두희·이경순 엮음, 휴머니스트, 460쪽, 2만8000원

만일 어느 한 사람에게 임진왜란(1592∼1598)이란 국제전쟁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단연 첫손에 꼽을 것이다. 하지만 임진왜란 이후 실제로 동아시아 질서의 주도권을 움켜쥔 사람은 청조(淸朝)를 건설한 누르하치였다. 이 두 사람은 16세기말 동아시아 세계의 기존 질서를 전복하려 한 야심 찬 도전자였다는 점에서 같지만, 이처럼 결과는 판이했다.

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실패하고 누르하치는 성공했을까. 계승범의 글은 그 차이를 대단히 흥미롭게 말해준다. 필자는 누르하치나 히데요시가 자신들의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 우선 명(明)의 분신처럼 여겨졌던 조선을 마주해야 했는데, 그 대응 방식이 대조적이었음에 주목한다. 누르하치는 외교를 통해 조선과 명의 결속을 차단한 다음 중원을 겨냥하는 신중한 행보를 보인 반면, 히데요시는 조선을 침공해 오히려 조선과 명의 군사 동맹을 강화시켰고, 결국 그로 인해 실패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히데요시의 오판이 개인적 문제에 기인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W J 보트도 이 책의 다른 논문에서 히데요시가 결코 전쟁광이 아니었으며,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인물이었음을 지적했다. 계승범은 히데요시의 선택이 동아시아세계에서 일본이 갖는 역사적 위치와 관련이 있음을 상기시킨다. 히데요시의 일본은 명이 주도하는 동아시아 세계 안에 들어가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책봉-조공 제도의 명확한 의미를 알지 못했으며, 단지 자신의 특기인 전쟁의 방식에 기댔을 뿐이라는 것이다. 반면 시스템의 내부에서 그 장단점을 정확히 이해했던 누르하치는 새로운 세계를 건설할 수 있었다.

동아시아史에 대한 몰이해

누르하치와 히데요시 비교는 조선과 일본의 관계 안에서 침략과 저항의 이야기로 임진왜란을 이해해온 우리에게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다. 먼저 동아시아사(史) 관점에서 임진왜란을 이해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동아시아사 관점이란 조선과 일본, 중국과 랴오둥(遼東) 등을 포함하는 다자 관계 분석과 더불어 책봉-조공관계에 기초를 둔 동아시아 질서의 성격에 대한 세심한 이해를 요구한다. 그 위에서 임진왜란이 논의될 때, 우리는 히데요시의 군사적 모험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비로소 가능함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임진왜란이 어떻게 기억되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 이 책에 실린 다카키 히로시의 글은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이 히데요시를 현창하고 기념하는 과정과 그 현실적 배경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특히 한일강제합방 이후 조선침략의 선구자로서, 나아가 대동아 건설의 웅지를 품었던 선각자로서 히데요시의 이미지가 확대 재생산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이러한 조작된 기억이 통용될 수 있게 하는 기름진 토양은 일차적으로 동아시아 역사에 대한 집단적인 망각과 몰이해일 것이다. 서구 역사학의 유입으로 역사의 이해가 국가 단위로 쪼개짐으로써 동아시아사에 대한 종합적 이해는 불가능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동아시아사 연구를 제기하는 것은 현재의 국가 기억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이성적으로 드러냄으로써 이 지역에 화해와 공존의 초석을 다지는 작업이 될 것이다. 이상의 논의들은 ‘임진왜란 - 동아시아 삼국전쟁’에서 표방하는 문제의식의 요점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한두 해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서강대 정두희 교수 주도 아래 2003년부터 기초연구와 자료 조사, 그리고 국제 학술회의를 거쳐 책이 나오기까지 5년의 시간이 소요됐다. 그 결과 한국과 일본, 미국, 네덜란드 등 다양한 지역의 전문가들이 저자로 참석해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논문을 작성했다. 급조된 연구 성과가 드물지 않은 현실에서 이러한 노력은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결함을 지적하는 것은 한국인의 민족적 정서에 부합하는 면이 있어 독자에게 별 거부감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이 책은 불편한 진실들에 더 많은 장을 할애하고 있다. 전쟁 기억의 조작은 한국인에게도 친숙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전반부에 실린 몇 편의 글은 그러한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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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우 군산대 강사·사학 swooj3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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