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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놀란 ‘대단한 실험’

놀라워라, 생명의 의외성

옥수수 색깔도, 암세포와 HIV도 ‘전이인자’의 장난?

  • 이한음 과학평론가 lmgx@naver.com

놀라워라, 생명의 의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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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워라, 생명의 의외성

인간의 염색체 지도. 염색체는 전이인자에 의해 변이를 일으킨다.

그는 끊겼다가 붙은 부위를 약 40개 찾아냈다. 그 부위를 ‘Ds’라고 불렀다. Ds는 그냥 끊겼다가 붙는 곳이 아니었다. Ds는 염색체에서 이리저리 옮겨다닐 수 있었다. 즉 Ds는 고정된 지점이 아니라 옮겨다닐 수 있는 DNA 조각이었다. 그는 Ds가 옮겨다니면서 다른 유전자의 활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았다. 특정한 유전자가 있는 곳에 삽입되면 그 유전자의 활성이 없어지거나 약화되는 식이었다. Ds가 일으키는 변화는 그것이 전부였지만, Ac라는 또 다른 조각이 있을 때는 상황이 달라졌다. Ac가 있으면 후속 변화가 일어나면서 옥수수의 잎이나 낟알의 색깔이나 무늬, 모양 등이 달라졌다.

매클린톡은 Ds와 Ac의 행동에 규칙성이 있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했다. 그는 옥수수의 조직과 낟알의 색깔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를 선택했다. 유전자가 열성 조합일 때는 낟알이나 식물 조직에 색깔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열성 조합은 Ac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는 유전자가 우성 조합이고 염색체에 Ds와 Ac가 있는 옥수수들을 재배했다. 유전자가 열성 조합이고 Ac가 없는 옥수수들도 따로 재배했다. 그런 다음 열성 개체의 꽃가루로 우성 개체를 수정시켰다.

이 교배로 만들어지는 옥수수 낟알들은 모두 유전형이 우열 조합이므로 색깔을 띠어야 했다. 만일 색깔이 일부 사라짐으로써 얼룩덜룩한 낟알이 나타난다면, 그것은 Ds가 그 유전자 자리에 삽입되어 유전자의 활성을 전부 또는 일부 억제하고, Ac가 후속 영향을 미침으로써 색깔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했다. 실험 결과 매클린톡의 예측이 들어맞았다. 얼룩덜룩한 낟알이 생긴 것이다.

매클린톡은 Ds가 유전자 자리에 삽입되어 그 유전자의 활성에 변화를 일으키고, Ac는 Ds가 일으키는 변화를 통제하는 기능을 한다고 봤다. 그는 그 외에도 억제인자-돌연변이 유발인자 조절 체계도 제시했다.

매클린톡의 이 연구 결과들은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 과학사가인 이블린 폭스 켈러는 매클린톡이 여성이기 때문에 무시당했다는 견해를 피력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제대로 설명이 안 된다. 매클린톡은 이미 혁혁한 연구 성과를 내놓았고 과학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출되는 등 상당한 명성을 누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20년 앞선 이론

그가 이런 연구 결과들을 내놓은 1950년대 초는 DNA 구조가 발견되고 유전암호 연구가 시작되려던 분자생물학의 태동기였다. 복잡한 생명현상을 단순한 개념과 요소로 설명하고자 하던 환원론적 열기가 분출하던 시기였다. 연구대상도 번식속도가 빠르고 실험결과를 금방 볼 수 있고 검증할 수 있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초파리 같은 것들이 선호되고 있었다.

그런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게 매클린톡의 논문은 장황하고 난해했다. 이해하기 쉽도록 짧게 설명할 수 없다고 스스로 말할 정도였다. 그것은 그가 연구하고 있던 내용이 시대를 앞서 나간 것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아직 유전자, DNA, RNA의 기본 구조나 기능조차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시기였으니, 그가 관찰한 복잡한 현상을 쉽게 설명할 만한 용어나 체계가 있을 리 만무했다. 따라서 그는 Ds와 Ac가 이동할 수 있는 조절요소라는 주장을 실험 결과를 죽 나열하면서 설명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약 10년 뒤인 1960년에 프랑수아 자코브와 자크 모노가 세균의 유전자 조절기작을 설명하는 오페론 가설을 내놓았다.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 앞에 조절하는 부위가 있어서, 거기에 다른 인자가 붙었다 떨어졌다 하면서 유전자의 활동을 조절한다는 개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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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음 과학평론가 lmg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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