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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쓰는 의사 정정만의 Sextory

항문狂들을 위한 충고

  • 정정만·M&L 세우미(世優美) 클리닉 원장 / 일러스트·김영민

항문狂들을 위한 충고

항문狂들을 위한 충고
생체 배설물은 대개 불결하고 역겨운 천덕꾸러기로 간주된다. 특히 ‘똥’은 더욱 그렇다. 한사코 외면하며 코를 틀어막는다. 똥의 실체는 그렇다 쳐도 ‘똥’이나 ‘똥구멍’ 같은 보통명사를 쓰는 것조차 자유롭지 않은 게 현실이다. 단지 비속어라는 이유에서다. ‘대변(大便)’ ‘분변(糞便)’ ‘인분(人糞)’ 따위보다 훨씬 토속적이고 정겨운 우리말인데도 말이다. ‘얼굴에 똥칠하다’ ‘똥값’ ‘방바닥에 똥칠할 때까지 오래 살아라’ ‘똥 묻은 개가 재 묻은 개 나무란다’ 등.

똥은 최하급이나 최악의 상황 또는 상태를 비유할 때 으레 덧붙이는 단골 접두어다.

그렇다면 성관계를 가지면서 멀쩡한 전용 ‘출입구’를 제쳐두고 그 더럽다는 ‘출구’에 집착하는 자들은 도대체 뭔가? 용도와 출입처가 분명하게 지정된 하느님의 성물(聖物)을 한낱 비천한 ‘똥 막대기’로 변전(變轉)시키는 짓거리 말이다. 항문을 예찬하는 이들은 주장한다. 항문도 ‘범용(汎用) 구멍’일 뿐이며 똥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버려야 한다고.

그렇다. 똥은 생각만큼 불결한 물질은 아니다. 된장이나 청국장과 비슷한 발효 과정을 거치지만 부패 과정에서 형성된 유황 함유 물질 때문에 구린 냄새를 발산할 뿐이다. 맛깔지고 빛깔 나고 영양가 좋은 음식물이 입으로 들어가는 순간이 바로 지저분한 똥 제조 순간이다. 입에서 항문에 이르는 7~8m의 기다란 경로를 1박2일 동안 지나가면 완제품 똥이 된다. 섭취한 밥(米)이 체내 물리 화학적 공정을 거쳐 밥의 다른 형태인 ‘똥밥’(異+米=糞)으로 배설된다.

똥은 식이섬유를 비롯한 비소화 물질, 세균, 무기물, 지방 등 고형 성분이 20~25%를 차지하고 나머지 75~80%는 수분이다. 만들어진 똥은 일단 S자형의 구불 결장에 일시 저장되다가 똥더미가 커지면 직장(直腸, 15~20cm)으로 밀려나와 변의(便意)를 유발한다. 따라서 변의가 없을 때 성기를 삽입하면 직장이 비어 있거나 분량(糞量)이 미미해 ‘막대기 똥칠’은 대수롭지 않다는 게 항문 성교 예찬론자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항문을 통해 전립샘을 만질 일이 많은 비뇨기과 의사들은 그들의 주장이 허무맹랑한 거짓임을 진작부터 알고 있다. 검지손가락(7~8cm)만 항문에 넣어도 거의 예외 없이 똥칠된 손가락이 관찰되기 때문이다. 하물며 ‘12cm짜리 거물’은 결코 무사할 리 없을 터. 실제로 이 방면 대가들은 사전에 관장이나 식이조절을 통해 막대기 똥칠을 최소화하는 열성을 부린다.

항문 성교 애호가들은 탁월한 조임 능력에 열광한다. 똥구멍 주위에는 임의 조절이 가능한 외부 괄약근과 자율적으로 수축, 이완되는 내부 괄약근이 포진해 ‘용도 지정 구멍’의 나들목에 비해 ‘무는 힘’이 출중하다. 또한 감각신경 말단이 고밀도로 집적되어 강렬한 쾌감의 진원지인 것도 사실이다.

사람의 똥구멍에 성기를 삽입해 정형의 쾌동(快動)을 반복하는 행위를 ‘버거리(buggery)’라 하고, 사해(死海) 남쪽의 타락한 창세기 도시 소돔에서 유래한 ‘소도미(sodomy)’는 동성애자 간에 행해지는 항문성교, 즉 남색(男色)을 의미한다. 성기 삽입 대신 핑거링 (fingering·손가락으로 항문을 자극), 핑거퍼킹(finger fucking·손가락을 항문에 삽입), 딜도(dildo)나 버트 플러그(butt plug·항문 삽입 전용 딜도), 림잡(rim job), 항문 69 등으로 성감 극대화를 도모하는 성 행동을 애널 섹스(anal sex)라고 하는데, 이는 버거리나 소도미와 구분해 사용된다.

‘림잡’이란 항문이나 그 주위를 입으로 핥는 애니링구스(anilingus)다. 하지만 여성의 항문을 조르며 까다롭게 구는 사내들은 대개 동성애적 충동이 표출된 것이며, 상습적인 ‘항문 들이밀기’는 대개 가학피학성(sadomasochism) 또는 ‘대변 색욕 이상증(coprophilia)’ 등 변태 요인을 지닌 경우가 많다.

똥에 섞여 있는 수많은 감염성 미생물은 세균 감염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유별나게 물리적 손상에 취약할 뿐 아니라 흡수력까지 뛰어난 직장의 특성 때문에 치열, 치질, 직장 탈장 같은 합병증을 일으키고 에이즈 감염의 우려도 매우 커진다. 톱(top·삽입하는 사람)의 에이즈 바이러스가 바텀(bottom·삽입을 당하는 사람)에게 곧장 전이되기 때문이다. 항문 괄약근이 손상되어 생긴 변실금(便失禁)도 문제다.

아무리 성적 레퍼토리가 무궁무진한 하체 자유 개방시대라지만 항문 섹스는 무단 용도 변경이요 신성 모독 행위다. 지쳐 늘어진 질감(膣感)에 대한 실망이나 염증 때문이라면 차라리 사타구니 섹스(intercrural sex)를 연습하라. 적절하게 성기의 비위를 맞출 수 있는 대안이니까.

신동아 2008년 2월 호

정정만·M&L 세우미(世優美) 클리닉 원장 / 일러스트·김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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