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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사림열전 2’

우리 곁에 되살아난 대표 사림들

  • 신병주 건국대 사학과 교수 shinby7@konkuk.ac.kr

‘사림열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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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림열전 2’

‘사림열전2’ : 이종범 지음, 아침이슬, 439쪽, 1만5000원

과거의 역사는 지금도 재현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바로 이것이었다. 저자는 사림(士林)이라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500여 년 전 그들의 고민이 현재와 결코 다르지 않다는 점을 역설한다. 시와 문장에 언뜻언뜻 나타나는 행간의 의미들을 좇으며 시대와 불화 또는 조응했던 사림들의 면면을 살펴나간다.

저자는 무엇보다 역사가 오늘에 주는 의미를 생각한다. 그는 서문에서 “한동안 한국현대사의 희생과 유폐의 풍경을 되작거리곤 하였다. ‘사림 시대 이후의 사림’이 붕당정치로 치달으면서 전기 사림의 다채롭고 치열한 여정을 잊어갔듯이 혹여 오늘날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고민하는 우리가 지난 세기 침묵의 상흔을 밑그림으로 감추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하고 반문한다. 그리고 조선전기 사림의 행적을 통해 과거와 현재 역사의 소통 가능성을 찾아 나섰다.

조선대 사학과 이종범 교수는 전작 ‘사림열전 1’에서 최부, 박상, 김인후, 유희춘, 기대승, 박순, 정개청 등 15~16세기 호남지역을 주무대로 활동한 사림들의 삶과 생각을 풀어나갔다.

또 다른 역작인 이번 ‘사림열전 2’에선 지역을 넘어 영남 쪽으로 눈을 돌렸다. 여기서 다루는 인물은 김종직, 김일손, 김굉필, 정여창 등 영남 지역 사림파가 중심이다. 생육신으로 활약한 김시습과 남효온의 행적도 등장한다. 6명의 공통점은 조선 전기 지식인의 진로에 가장 큰 고민을 안겨주었던 세조의 불법적인 왕위 찬탈을 비판하고 체제에 저항하려 했다는 점. 이들의 모습은 마치 5공화국 군사정권 시절의 반체제 지식인을 떠올리게 한다.

저자는 사림들의 열전을 쓰면서 훈구파와 사림파의 구분 기준을 우선 과거 청산에서 찾고 있다. 즉 ‘사림파와 훈구파의 확연한 구분선은 어두운 과거를 어떻게 기억하고 치유할 것인가 하는 역사투쟁 혹은 기억운동이었다’고 전제한 후, 세조의 즉위가 몰고 온 공포의 시대, 어두운 상흔의 기억들은 시문을 통해 때로는 ‘조의제문’과 ‘금오신화’ 등의 작품으로 나타났다고 진단한다.

15세기 지식인들의 치열한 삶

저자는 15세기 사림과 16세기 사림을 철저하게 구분한다. 그러면서 ‘전기 사림파에 덧칠해진 16세기의 채색을 벗겨내고 그들의 치열한 삶과 다양한 생각을 15세기의 백지 화폭에 담고 싶다’고 선언한다. 서경덕, 조식, 이황, 이이 등 16세기를 장식한 사림들과는 차별되는 15세기 사림파의 면모는 어떠한 것일까? 저자는 김종직의 ‘의로운 기억과 교학활동’, 김시습의 ‘버림의 세월과 철학적 포효의 진의’, 남효온의 ‘유랑과 과거 청산의 외침’, 김일손의 ‘진실 기록과 개혁 구상’, 정여창의 ‘낮은 곳에서 찾아낸 신민(新民)의 길’, 김굉필의 ‘침묵과 함께한 소통의 꿈’ 들은 16세기 본격적인 사림정치의 시작을 알리는 개척의 길이자 희생의 길임을 암시한다.

이들은 훈구파라는 거대한 장막을 뚫고 솟아올라온 사림의 씨앗들 중에서 역사에 남을 만큼 뚜렷한 열매를 맺은 인물들이다. 문장과 도학으로 시대를 풍자하기도 하고, 은둔과 비판적인 처세로 저항의 씨를 뿌렸다. 직선적인 상소문을 짓고 실록의 기록에까지 저항 정신을 불어넣으려 했던 그들. 15세기 당대에 찬란한 젊음을 발산했던 그들 사림의 이야기다.

첫 번째 등장하는 인물은 김종직. 소위 영남사림파의 영수다. 제자 김일손이 그의 작품 ‘조의제문’을 사초에 실음으로써 사화의 원천이 되었다. 그러나 김종직은 세조 치세에 관직에 발을 들여놓은 인물이었고 훈구파와도 두터운 친분을 형성하였다. 김종직은 강한 저항 의식을 가진 인물로서보다는 뛰어난 문장 능력으로 세인의 주목을 받았다. 허균도 “‘조의제문’을 지었으면 세조 치세에 벼슬에 나가지 말았어야 한다”고 하면서도 “시문의 경지만은 어쩔 수 없었다”고 평했다.

김종직은 당대에는 관리와 학자로서 누릴 것을 다 누린 인물이었다. 관직에 진출해 성종의 총애를 받았고, 그가 길러 관직에 진출시킨 제자도 적지 않았다. 사림 출신의 인물이 중앙 정계에 진출하는 사다리와 같은 역할을 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치열하게 사림 정신을 후학에게 심어놓은 인물도 아니었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김종직은 여전히 사림파의 영수로 남아 있다. ‘조의제문’ 사건으로 훈구파에 의해 철저히 이용당했고, 당대에 사림으로서 선명한 업적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그 제자들과 사림을 계승한 후학들에 의해 정신적 스승으로 남은 경우다. 저자는 이러한 상황을 의식해서인지 김종직에 대한 부제를 ‘경계인을 위한 변명’으로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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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주 건국대 사학과 교수 shinby7@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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