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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 노래 속의 맹자 사상

仁義, 萬物一體, 與民同樂, 終身之憂…

  • 홍호표 동아일보 어린이동아팀장, 공연예술·커뮤니케이션학 박사 honghopyo@hanmail.net

조용필 노래 속의 맹자 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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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용필의 노래가 시대를 뛰어넘어 대중의 사랑을 받는 것은 한국인의 정서를 가장 잘 대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의 히트곡 대부분이 맹자 사상과 맞닿아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성균관대 대학원 공연예술협동과정 박사논문으로 제출된 ‘조용필 노래의 맹자적(孟子的) 특성에 관한 연구’는 조용필의 히트곡 100여 곡의 메시지를 맹자 사상의 틀로 해석했다. 한국인의 정서에 깊이 뿌리 내린 맹자 사상이 조용필의 노래 속에 어떻게 녹아들어 있는지 심도 있게 분석했다.
조용필 노래 속의 맹자 사상
가수가 지속적으로 노래를 히트시키고 자신도 대중의 마음에 오래 남아 있다면 그 이유는 뭘까. 말할 것도 없이 시대와 호흡을 함께하고 대중의 마음과 늘 함께하기 때문일 것이다. 대중과 가수가 한마음이 되는 ‘공식’은 없다. 가수나 제작자는 최선을 다하되, 히트 여부는 하늘에 달렸다. 여기에서 ‘하늘’이란 바로 민심(民心)이다.

‘두루 통한다’는 것, 즉 보편성을 지닌 히트는 한국인의 본질적 요소를 갖추었다는 것이다. 한국인에게는 ‘너’와 ‘나’는 똑같아야 한다는 정서가 있다. ‘너’와 ‘나’는 ‘하늘로 연결된 우리’이기 때문이다. 단군신화와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인내천(人乃天) 사상도 모두 한국적인 것이다. 인내천은 ‘하늘과 인간은 하나’라는 목은 이색의 ‘천인무간(天人無間)’ 사상의 맥을 잇는다.

목은과 양촌 권근 등을 거쳐 퇴계 이황으로 이어진 한국의 성리학은 우주 발생보다는 ‘인간 심성’을 중심으로 다룬다. 추만 정지운이 그리고 퇴계가 수정한 ‘천명도(天命圖)’ 등은 인간을 중심으로 한 우주관을 보여준다. 그 결과 한국의 성리학은 인간을 하늘과 같은 차원으로 파악하는 경향을 띤다. 특히 단군신화 등에서 보듯 한국인은 현세에서 인간의 본성을 실현하려는 특징을 지닌다.

조선 유학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이황의 천명도는 하늘로부터 직접 본성을 부여받은 인간이 현세에서 어떻게 그 심성을 구현하며 살아가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결국 하늘은 저 멀리 존재하는 게 아니라 인간 마음속에 존재하며, ‘하늘의 마음’을 구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삶임을 말해준다.

인간의 심성을 강조한 한국 철학의 전통은 욕심을 줄여 인간의 본성을 알면 하늘을 알게 되고, 결국 하늘의 일을 하게 돼 왕도가 이뤄진다는 맹자의 인간중심 사상과 맞닿는다. 심성이 중심이 되면 수양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마음을 다하는 것(盡心)과 욕심 줄이기(寡欲)로 상징되는 맹자와 직결된다. 결국 맹자 사상은 한국 사상 자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맹자 사상의 틀’을 바탕으로 ‘국민가수’ 조용필의 노래를 분석해볼 수 있다.

‘슬퍼질 땐 차라리 눈을 감고 싶어’

조용필의 자전적 노래 ‘꿈’(조용필 작사·작곡)은 고향과 화려한 도시를 대비한다. 도시는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춥고 험한 곳이다. 도시의 ‘초라한’ 문턱에서 눈물을 삼키는 주인공은 ‘화려한’ 모습이 아님을 안다. 사람들은 모두 고향을 찾아간다고 했다. ‘남이 가면 나도 가야 한다’는 것은 천인합일, 즉 ‘우리는 하나’라는 맹자의 사고에 닿아 있는 한국적 정서라 할 수 있다.

주인공이 도시에 온 목적은 ‘꿈’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그곳에는 그리던 꿈은 없다. 도시에 대비되는 고향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그러나 노래를 듣는 사람은 ‘그냥’ 안다. 고향은 태어난 곳이다. 바꿔 말하면 ‘어머니’이고, 어머니의 품속은 바로 하늘이다. 고향을 꿈꾸는 것은 곧 하늘을 꿈꾸는 것이다.

‘고향’을 그리지만 가지 못하는 주인공의 마음엔 응어리가 질 수밖에 없다. 주인공이 꿈을 찾아온 것은 ‘잃어버린 나’를 되찾으려는 것이고, ‘잃어버린 본성’을 되찾으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도시는 시골에 비해 경제적으로 윤택한 곳으로 인식된다. 인간이 개발한 그곳엔 선택할 것이 많다. 이러한 의식화를 통해 주인공의 꿈은 도시가 된다. ‘화려한 도시’는 그런 곳이다. 하지만 막상 찾아온 도시엔 ‘빌딩 숲’은 있지만 ‘내것’은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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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호표 동아일보 어린이동아팀장, 공연예술·커뮤니케이션학 박사 honghopy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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