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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실패한 외교’

北 고농축우라늄의 수수께끼

  •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정치학 kwkoo@kyungnam.ac.kr

‘실패한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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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외교’

‘실패한 외교’ : 찰스 프리처드 지음, 김연철·서보혁 옮김, 사계절, 324쪽, 1만5000원

“부시 임기 내에 진전을 이루고자 하는 미국의 열망, 언론에 보도된 북한과 시리아의 핵 확산 의혹, 그리고 북한 핵무기와 핵물질의 전략적 가치, 이 모든 것을 종합해보면 2008년은 6자회담 과정에서 많은 결과를 가져오기 어려운 해가 될 것이다.”

워싱턴의 한국경제연구소(KEI) 소장인 찰스 프리처드(C. Prichard)가 북한과 미국의 핵협상에 참여, 관찰한 기록인 ‘실패한 외교’(2007년 Brookings Institution Press)의 ‘한국어판 서문’에 나오는 구절이다. 프리처드는 미국 육군에서 28년간 복무했고 그 가운데 9년을 일본에서 근무했으며, 클린턴 행정부에서 대통령국가안보특보와 국가안전보장회의 아시아국 선임국장, 부시 행정부에서 대북 협상 대사 및 특사 그리고 KEDO 미국대표를 지낸 인물이다.

한국어판 서문이 작성된 2008년 3월 프리처드는 6자회담의 어려움을 예측했다. 그러나 2008년 5월 현재 북미관계의 순항으로 6자회담의 장래 또한 밝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북한 핵시설의 불능화를 둘러싼 북미갈등이 해소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핵시설의 불능화를 약속하면서 핵과 관련된 기록을 미국에 넘겼고, 그에 대한 보상으로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필자는, 2002년 10월 북한의 고농축우라늄에 의한 핵개발 의혹이 제기된 이후 시작된 이른바 ‘제2차 북핵 위기’가 한 고비를 넘고 있는 상황에서 프리처드의 책과 그의 ‘불길한’ 예측을 읽고 있다.

위기와 협상이 반복돼온 북미관계의 역사를 보면 이 엇박자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든다. 프리처드는 장기적 관점에서, 현재의 언론은 단기적 관점에서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늑대의 출현을 즐기다 망했던 양치기 소년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양시론(兩是論)을 견지하는 것이 관찰자의 권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학술 연구자의 정체성은 진실의 탐구에 있다는 것이 원론이지만, 정치로부터 자유로운 학술 연구는 없다는 ‘정치적’ 과학철학이 이 엇박자 가운데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단호한 결론을 내리지 않게 하는 유용한 변명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제2차 북핵 위기 생산에 참여

북미관계의 순항을 보면서 호기심과 불안감이 교차하는 게 사실이다. 연구자로서의 관심 때문만은 아니다. 지금 여기서 살고 있는 한반도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평화적 방법에 의한 평화는 생존을 보장하는 사활적 이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2차 북핵 위기를 야기한 직접적 원인이었던 고농축우라늄에 의한 북한의 핵개발 의혹이 현재의 시점에서 어떻게 해소되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프리처드의 책이 혹 이 질문에 답을 줄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프리처드는 제2차 북핵 위기가 시작된 그 시간에 평양에서 그 위기의 생산과정에 참여했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자는 책의 부제를 ‘북한이 어떻게 핵무기를 가졌는가에 대한 비극적 이야기(The Tragedy of How North Korea Got the Bomb)’로 달고 이것은 도덕적 현실주의에 입각한 외교정책을 전개했던 부시행정부가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북한이 핵을 갖게 만들었기 때문에 미국의 국가이익을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을 중심내용으로 전개해나가고 있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이 책의 서평에서 제2차 북핵 위기의 원인에 주목하고 싶다. 이 책의 2장은 제2차 북핵 위기의 원인과 발생과정을 다루고 있다. 프리처드는 2002년 10월을 ‘회상하면서’ 북한을 악의 축으로 생각하면서도 “각각의 분야에서 북한이 더 과감한 조치를 취하면 그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제공하는 안을 준비했다”는 “과감한 접근”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의문을 갖고 있다. 2002년 10월 이전에 부시 행정부가 추진하려던 정책이 “그때나 지금이나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왜 김정일을 격렬히 비난한 뒤에야 대통령이 그와 같은 긍정적 조치, 즉 북한 정권의 생존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선택했느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프리처드는 2002년 ‘6월’ 부시 대통령의 ‘과감한 접근’ 정책과 그에 기초한 대통령의 특사 문제와 관련하여 북한의 뉴욕대표부 대사인 박길연을 만났다. 미국 특사의 평양 방문을 제안하기 위해서였다.

프리처드는, “미국의 정보기관이 북한의 비밀스러운 HEU(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에 대해 새로운 정보 평가를 내놓은 시기도 이 무렵이었다”고 말한다. 이것은 사실 관계 확인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매우 중요한 언급인데, 그는 그 시기가 2006년 6~7월이라고 말한다(특사 파견 결정과 고농축우라늄에 의한 북한의 핵개발 의혹에 대한 미국의 인지 가운데 어느 것이 먼저였는지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 프리처드는 자신이 처음에는 의혹으로 생각했던 고농축우라늄에 의한 북한의 핵개발 계획을 의혹이 아니라 확신으로 바꾸게 된 계기를 좀 설득력 없게 말하고 있다.

‘내가 왜 HEU 정보가 믿을 만하다고 생각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군 정보장교로 미국 육군에서 28년 동안 근무했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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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정치학 kwkoo@kyungna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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