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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정책’으로 한국 경제 살려라

  • 고승철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cheer@donga.com

‘좋은 정책’으로 한국 경제 살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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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정책’으로 한국 경제 살려라

열정적 저술가인 기 소르망의 역저 ‘경제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석학(碩學)과 천재. 이런 인물 이야기를 들으면 옷깃을 여미게 된다. 비범한 두뇌와 재능을 가진 그들에 대한 외경심이 솟아서다. 기자 직업이 좋은 점 중 하나는 가끔 현존하는 석학과 천재를 인터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웅숭깊은 내공을 직접 확인할 수 있으니 환희를 느낄 만하지 않으랴.

그러나 그런 기회는 흔치 않다. 석학과 천재로 불리는 인물 가운데도 상당수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 잡다한 지식을 많이 안다 해서 석학이라 부를 수 없다. 어린 나이에 대학에 입학하거나 경쟁률이 치열한 시험에서 수석 합격했다 해서 천재라 부르면 곤란하다. 석학은 새로운 학문 패러다임을 창시한 학자에게, 천재는 하늘이 내려준 재능으로 범인이 접근하지 못하는 높은 경지에 오른 사람에게 붙여야 하지 않나.

‘경제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문학세계사)의 저자 기 소르망 박사는 한국에서는 흔히 ‘세계적인 석학’으로 불린다. 이 번역서는 저자에 관해 ‘세계적 석학이자 21세기의 몇 안 되는 지성으로 불리는 기 소르망은 문명비평가이자 문화충돌 전문가일 뿐만 아니라 행정가이기도 하고, 사업가이기도 하다’고 소개했다. 그가 행정가라니? 아마 불로뉴비양쿠르 부시장 자리에 앉은 경력 때문인 듯하다. 파리에 인접한 소도시에서 명예직 자리를 맡은 이를 이렇게 부르면 난감해진다. 사업가라 하지만 직원 몇 명 거느린 소규모 컨설팅 회사를 경영할 뿐이다.

불로뉴비양쿠르에서 3년8개월간 살면서 특파원으로 활동한 적이 있는 기자는 기 소르망과 프랑스에서, 한국에서 몇 차례 만났다. 그에게 “귀하는 한국에서 ‘석학’으로 불리는데 그 호칭에 만족하는가”라고 질문했다. 그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나는 저널리스트일 뿐이지 결코 석학이 아니다”고 겸손함을 보이면서 “석학은 클로드 레비 스토로스 같은 대가에게나 붙이는 존칭”이라 대답했다.

프랑스의 문명비평가 자크 아탈리, 미국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와 존 나이스비트 등도 마찬가지다. 석학이라지만 이들은 전문 학자가 아니므로 저술가라는 타이틀이 더 어울린다. 이들의 공통점은 미래를 꿰뚫어보는 통찰력이 돋보인다는 것. 이들은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현지의 다양한 전문가들을 만나 따끈따끈한 고급 정보를 습득함으로써 지구촌 곳곳의 사정에 대해 해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견력의 확대 재생산 구조를 구축한 셈이다.

한국인보다 더 깊이 한국 사회 통찰

기 소르망의 이번 저서를 한국어로 옮긴 전문번역가 조정훈씨는 “우리나라 사람도 아닌데 어떻게 우리보다 더 깊이 한국을 통찰할 수 있는지 감탄하게 된다”면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주요 나라의 역사와 문화, 제도, 경제상황 등 다방면에서 그는 놀라운 지식과 이해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가 한국에 오면 사공일 박사 같은 경제 전문가와 만나 현안을 논의한다. 그러니 그는 한국 사정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기 소르망의 능력을 폄훼하려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현실 문제의 핵심을 꿰뚫어보며 적절한 해결책을 내놓는 전문가 역량을 상찬하고 싶다.

이 책은 제목처럼 ‘경제는 씨를 뿌려 잘 가꾸는 만큼 거둔다’는 시장경제 원칙을 강조한다. 글로벌 경제환경을 맞아 세계화한 시장을 겨냥해야 번영한다는 지론을 역설했다. 경제학의 목적은 ‘좋은 정책’과 ‘나쁜 정책’을 구분하는 것이며 1920년대 러시아, 1950년대 중국, 1960년대 탄자니아 등에서 ‘나쁜 정책’ 때문에 농민들이 굶주렸다고 지적했다. ‘좋은 정책’으로 성공한 나라는 일본, 한국, 터키 등이다. 소련이 붕괴된 이후 사실상 자유시장경제 체제라는 하나의 경제 모델만 남게 됐다.

기 소르망은 ‘두 개의 한국, 살아있는 경제의 교훈’이라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북한의 옳지 못한 정책은 민중을 가난에 빠지게 했고 남한의 좋은 정치는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내에 같은 민족을 선진국 대열에 서게 했다”면서 “두 한국을 비교하는 것만으로도 경제학에 관한 오랜 수수께끼에 답하기에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학교육에 관해서는 경쟁 시스템이 활발한 미국이 단연 우위에 있다고 강조했다.

요즘 표지 띠지로 독자의 시선을 끌려고 하는 책이 많다. 여기에는 튀는 카피들이 수두룩하다. ‘사장님, 소주 한잔 하시죠’(손성태 외 지음, 한국경제신문)의 띠지에는 ‘대한민국 경영 천재들의 속깊은 이야기’라는 카피가 돋보인다. ‘경영 천재’가 이렇게도 많았던가?

이 책은 이기태 삼성전자 부회장, 박찬법 금호아시아나그룹 항공부문 부회장, 구학서 신세계 부회장, 윤홍근 제네시스 BBQ 회장,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 최평규 S&T그룹 회장 등 최고경영자(CEO) 20명에 대한 인터뷰 모음이다. 2년여 신문에 연재한 것을 묶었다. 연재 당시 재계에서 화제가 됐다. 허름한 대폿집에서 기자 여럿과 CEO가 주고받은 대화 내용을 생생하게 보도했기 때문이다. ‘취중 진담’을 들으려 기자들이 집요하게 달라붙은 흔적이 보인다. 실제로 꽤 만취한 상태에서 나온 듯한 발언도 소개됐다. 그래서 흥미진진하고 유익한 내용이 그득하다. 성공한 CEO들의 청년 시절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마라톤 철학의 경영자’라는 별명을 지닌 신헌철 SK에너지 부회장의 청소년 시절 회고를 들으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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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철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che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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