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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사람독감으로변신 가능… 얼마나 퍼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 이한음 과학평론가 lmgx@naver.com

AI, 사람독감으로변신 가능… 얼마나 퍼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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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사람독감으로변신 가능… 얼마나 퍼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DNA가 없이 RNA만 지닌 바이러스이며, 둥근 공 같은 껍데기 속에 RNA 8가닥이 들어 있다. 그 8가닥에 적어도 10개의 유전자가 들어 있다. 표면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가 2개, 바이러스의 생활사를 조절하는 유전자가 2개, 복제를 담당한 유전자가 3개, 단백질과 핵산의 복합체를 만드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 1개, 핵산단백질 복합체를 세포핵 밖으로 내보내고 산성도를 조절하는 구실을 하는 유전자 2개다.

대개 생물의 핵산을 복제하는 효소는 오류를 교정하는 기능을 지니고 있지만, 이 바이러스의 효소는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돌연변이가 많이 일어날 수 있고, 그에 따라 유전자 다양성이 높다. 또 핵산이 8가닥으로 나뉘어 있는 점도 유전자 다양성을 높이는 데 한몫을 한다. 한 세포에 두 종류의 바이러스 균주가 함께 들어가면 양쪽의 핵산 8가닥이 동시에 복제될 것이다. 그런 뒤 새로운 바이러스 껍데기에 핵산이 들어갈 때 자신의 것이 아닌 남의 핵산 가닥이 섞여 들어갈 수 있다. 그것이 유전자 재편성이며, 독감 바이러스에서 흔하게 나타난다.

조류→돼지→사람, 조류→사람

이렇게 재편성이 일어나 유전자들이 새롭게 조합되면 바이러스의 감염 능력도 달라질 수 있다. 새로운 종류의 숙주에 침입할 능력을 얻기도 하고 병원성이 강해질 수도 있다. 병원성과 숙주의 면역 반응에 주로 관여하는 것은 표면 단백질이다. 바이러스의 표면 단백질이 바뀌면 거기에 대비하지 못한 숙주 세포는 바이러스의 침입을 허용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독감의 대유행으로 이어진다. 1957년 독감은 H와 N 유전자가 조류 균주의 것으로 재편성되면서 일어났다. 1968년 독감은 H2가 조류에서 유래한 H3로 대체되면서 일어났다.

대체로 조류인플루엔자는 사람을 감염시키지 못하고, 사람인플루엔자는 조류를 감염시키지 못한다. 하지만 돼지는 양쪽에 다 감염될 수 있다. 따라서 돼지의 세포 속에서 두 균주가 뒤섞여 유전자 재편성이 일어날 수 있다. 그렇게 재편성된 균주가 사람에게 감염되면 독감이 대유행할 수 있다. 1957년과 1968년의 독감이 그랬다.



하지만 최근 들어 조류 균주가 직접 인간을 감염시킬 수 있다는 증거도 나오고 있다. 1997년 18명이 감염되어 6명이 사망한 H5N1형이 그렇다. H5N1은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중간 숙주 없이 인간에게 직접 감염되어 큰 피해를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바이러스는 변형을 거치면서 2003년 이후 해마다 발병해서 조류와 사람에게 막대한 해를 입히고 있다. 그 외에 H7H7, H9N2 등 새롭게 병원성을 얻은 균주들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이런 조류인플우엔자 바이러스가 사람의 몸에서 사람독감 바이러스와 유전자 재편성을 거쳐 새로운 형태로 변하면 더 큰일이 벌어질 수 있다. 아직까지 H5N1은 사람 사이에 전염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유전자 재편성을 거치면 사람 간에 전파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 H5N1은 1996년 중국 광둥성 농가에서 기르던 거위 한 마리에서 처음 발견됐다. 이듬해에는 홍콩의 농장 및 시장의 가금류가 감염됐으며 이후 처음으로 사람도 감염됐다. 그 뒤로 몇 년간 잠잠하던 이 바이러스는 2003년 변형된 형태로 다시 나타나더니 해마다 감염 지역을 점점 넓혀가고 있다. 어느새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까지 뻗어나갔다. 감염된 사람도 380명을 넘었으며, 사망자 수는 240명을 넘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서울까지 진출했다. 매일 수많은 닭과 오리 등 조류가 살처분되고 있다. 이 바이러스는 어떻게 한반도로 온 것일까.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아 사람의 왕래가 적던 옛날에는 철새가 이런 바이러스를 여러 지역으로 옮기는 주요 매개체였을 것이다. 도요류와 기러기류 같은 야생 물새는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자연 저장고라고 할 수 있다. H와 N의 모든 유형이 야생 물새들에게서 발견됐다.

‘종간 장벽’ 너무 믿지 말라

물새들은 떼지어 다니므로 여러 균주에 동시에 감염될 수 있다. 바이러스의 유전자 재편성이 이뤄질 가능성이 더 높다. 이 물새들의 몸에서 바이러스의 증식이 이뤄지는 주된 장소는 창자다. 물새들은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도 대개 증상이 없으며, 대량으로 증식된 바이러스는 배설물을 통해 물로 배출된다. 그 물을 다른 물새들이 마시면서 전파된다.

철새가 닭이나 오리 같은 가금류에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경로임은 분명하다. 따라서 야생 조류와 기르는 가금류의 접촉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요즘은 철새보다는 사람을 통한 가금류의 이동이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전파에 더 크게 작용하는 듯하다. 특히 홍콩, 이탈리아, 미국 등지의, 살아 있는 조류를 거래하는 시장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전파에 중요한 몫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염된 조류의 배설물, 조류와 접촉한 사람이 쓴 옷, 신발, 도구, 장갑, 그리고 물, 트럭 등 운송 수단도 주요 오염원이다. 공기를 통한 전염은 가까운 거리에 국한되어 일어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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