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호

수국

  • 이용임 / 일러스트·박진영

    입력2008-07-04 15: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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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국
    방을 끊자

    방에 대한 꿈만 있다

    그녀가 사라지자

    그녀의 윤곽만 남는 것처럼

    발가락을 모으고



    볕꿈을 꾼다

    - 이곳은 물의 나라라오

    내 목소리는 모두 젖어버렸소

    거품으로밖에 말할 수 없는

    문 너머

    그녀가 벗어두고 간 당초무늬 치마가

    바람에 널려 있다

    내가 씹어 그녀의 몸속에 뱉은

    손톱 모양의 배꼽이

    둥실 떠올라 있다

    - 이곳은 숨 없는 곳이라오

    사라진 입술을 읽는 긴 계절이

    창문 밖으로 온다

    피자마자 늙어버린 꽃의 방이

    마당 그늘마다 온다

    내가 접어 날린 나비의 날개가

    뚝, 뚝 끊어져

    흰 여름으로 온다

    수국
    이용임

    1976년 경남 마산 출생

    숙명여대 전산학과 졸업, 동 대학원 석사(컴퓨터과학)

    200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現 ‘21세기 전망’ 동인으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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