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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활동으로 즐기는 자기주도적 삶

‘코끼리와 벼룩’ ‘포트폴리오 인생’

  • 김현미 동아일보 출판팀장 khmzip@donga.com

다양한 활동으로 즐기는 자기주도적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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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활동으로 즐기는 자기주도적 삶

‘코끼리와 벼룩’: 찰스 핸디 지음, 이종인 옮김, 1만원, 생각의나무/ ‘포트폴리오 인생’: 찰스 핸디 지음, 강혜정 옮김, 1만5000원, 에이지21

내게는 칠순을 넘긴 두 분의 어머니가 계시다. 한 분은 친정어머니이고 다른 한 분은 시어머니다. 두 분은 성격에서 외모까지 물과 불처럼 다르다. 친정어머니가 자식들 앞에서 최대한 자신의 목소리를 낮추고 미소를 잃지 않는 배려형 스폰서라면, 시어머니는 집안일, 자식들 일을 진두지휘하는 카리스마형 리더다.

한눈에도 달라 보이는 두 어머니지만 겪을수록 차이보다 공통점이 더 많다는 생각이 든다. 첫째, 두 분의 공식 학력은 초등학교 졸업으로 끝났다. 그 시절 억울한 일이지만 가난한 집 장녀는 아무리 똑똑해도 상급학교 진학은 언감생심이었다. 대신 입에 풀칠하고 나머지 형제들이 더 공부할 수 있도록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사실상 가장 노릇을 했다. 형제들이 모두 대학을 졸업하고 나니 시댁을 뒷바라지하며 줄줄이 자식을 가르쳐야 하는 의무가 보태졌다.

둘째, 두 분은 평생 남편 월급봉투를 기다리지 않고 자신의 일을 했다. 바느질과 하숙. 남이 알아주지도 않고 직함도 없는 일이지만 대신 정년도 없었다. 그 일로 자식들을 키우고 집을 마련하고, 살림을 키우고, 여유로운 노년까지 준비할 수 있었다.

셋째, 드니즈 살렘 원작의 연극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처럼 살았다. 1991년 산울림소극장 무대에 올려진 국내 초연을 친정어머니와 함께 보았다. 오십 평생을 가난 속에 허리가 휘도록 일만 해온 엄마는 딸마저 독립을 선언하고 집을 나가자, 나이 오십에 여름휴가를 떠나 바다에서 해수욕을 하며 어린아이처럼 좋아한다. 즐거움도 잠시 엄마는 병에 걸려 홀로 쓸쓸히 죽고 만다. 그런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회한을 딸의 시선에서 담아낸 연극이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이다.

두 어머니의 삶도 연극 속의 ‘엄마’와 닮았지만 결코 비극적인 결말은 아니다. 몸이 약한 시어머니는 스포츠마니아인 남편(시아버지)의 권유로 육십 가까운 나이에 골프를 시작했다. 노부부가 함께 라운딩을 하면 좋지 않겠느냐는 소박한 바람에서 시작해, 이후 필드는 시어머니의 강한 승부욕을 해소해줄 무대가 되었다. 라운딩이 끝나면 웬만한 할아버지 골퍼들의 혀를 내두르게 한 시어머니의 골프 무용담이 이어진다. 그리고 시어머니는 육십에 접어들어 운전면허까지 땄다. 더 이상 운전기사도 필요 없고 자식들에게 어디까지 데려다달라고 아쉬운 소리를 할 일도 없어졌다. 주말에는 고속도로를 내달려 시골집에서 나무를 가꾼다. 직접 운전대를 잡은 뒤 시어머니의 삶은 더욱 당당해졌다.

10년 전 “이제 (돈 버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친정어머니는 독서와 그림에 빠졌다.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를 두 번 읽고 조정래의 ‘태백산맥’ ‘한강’ ‘아리랑’을 차례로 독파하더니, 어린 손자들을 키우는 동안에는 자녀교육 관련 책들을 섭렵하며 교육이론의 현장 적용에 몰두했다. 요즘은 그림과 서예에 빠져 강습 전날에는 집안일을 접고 하루 종일 붓을 잡고 연습하기에 바쁘다.

실업자와 포트폴리오 인생의 차이

부모의 유산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배움이 남다른 것도 아니며, 번듯한 직장에 다녀본 적도 없는 두 할머니가 긍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힘은 무엇일까? 세계적인 경영컨설턴트 찰스 핸디의 말을 빌리자면 ‘포트폴리오 인생’에서 성공했기 때문이다. 다음 내용은 찰스 핸디의 ‘코끼리와 벼룩’(생각의나무), ‘포트폴리오 인생’(에이지21) 두 책에서 요약한 것이다.

1981년 마흔아홉 생일에 찰스 핸디는 조직을 떠나 자발적인 실업 상태에 들어갔다. 계약기간이 끝난 것도 아니고 뚜렷한 계획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시험 삼아 던진 사퇴의사가 덜컥 받아들여진 것이다. 이 순간 그는 모욕감을 느꼈고 화도 났다. “임기를 마치기도 전에 보내드리기에는 당신은 우리에게 너무 소중한 사람입니다”라고 대꾸해주기를 기대하지 않았던가. 이 일로 그는 두 가지 소중한 삶의 교훈을 얻었다고 고백한다. 진정으로 원치 않는 뭔가를 제안하지 마라. 그리고 칭찬이나 확인을 에둘러 유도하지 마라. 얻을 게 없다.

그는 ‘실업자’라는 말 대신 자신이 만든 신조어 ‘포트폴리오 생활자’라고 표현했다. “그건 또 무슨 말인가요?”라고 묻는 저작권 대리인에게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프리랜서, 그러니까 독립 생활자가 되겠다는 겁니다. 전일제 직장이 아니라 다양한 활동으로 삶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서 사는 사람 말입니다. 물론 집필을 중심에 두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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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동아일보 출판팀장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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