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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감동시키는 ‘이야기의 힘’

  • 고승철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cheer@donga.com

고객 감동시키는 ‘이야기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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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감동시키는 ‘이야기의 힘’

기업경영에서 이야기가 어떻게 쓰이는지 알려주는 ‘5가지만 알면 나도 스토리텔링 전문가’.

고급 중국음식점에 가면 ‘불도장(佛跳牆)’이란 요리를 판다. 상어지느러미, 해삼, 전복, 송이버섯 등 20여 가지 재료를 넣어 푹 삶아 만든다. 여러 진귀한 보양재료가 들어가는 만큼 값이 꽤 비싸다. 음식값이 비싸도 괜찮은 ‘비즈니스 접대’ 때 초청자는 호쾌하게 불도장을 주문한다. 요리가 식탁에 오르면 초청자는 모시는 손님에게 으레 불도장의 의미를 설명해준다. “요리 냄새가 너무 좋아 불도를 닦던 스님이 담장을 넘어 먹으러 갔다는 데서 이름이 유래됐다”고 말한다. 손님은 다른 요리 이름은 잊어도 이 불도장만큼은 오래 기억한다.

‘동파육(東坡肉)’이란 요리도 유래가 흥미롭다. 당송팔대가 가운데 한 사람인 소동파(蘇東坡·1036~1101)의 이름에서 비롯됐다. 소동파는 ‘적벽부(赤壁賦)’란 명시를 남긴 문호다. 어느 날 그는 음식점에서 돼지고기와 술을 주문했다. 중국은 땅이 넓어 말이 잘 통하지 않았다. 주문을 받은 종업원은 잘못 알아들어 돼지고기에 술을 넣고 삶은 요리를 갖고 왔다. 먹어보니 맛이 기가 막혔다. 이후 돼지고기 요리를 그렇게 만들고 이름을 ‘동파육’이라 붙였다. 이 역시 잊기 어려운 요리 이름이다.

이렇듯 흥미진진한 사연을 담은 스토리는 사람의 마음을 끈다. 이야기가 ‘힘’인 것이다. 이런 힘을 마케팅에 활용하면 어떨까. 당연히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물건을 만들어놓고 그냥 불쑥 내놓는 것과 그 물건에 얽힌 스토리를 소개하는 것과는 천양지차가 있다. 스토리는 손님의 눈길을 사로잡는 산뜻한 포장지 기능을 하는 셈이다.

스토리텔링의 5가지 요소

‘5가지만 알면 나도 스토리텔링 전문가’(리처드 맥스웰·로버트 딕먼 지음, 전행선 옮김, 지식노마드)는 이야기를 기업 경영에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일깨워주는 안내서다. 이야기는 소비자를 설득하는 훌륭한 수단으로 쓰인다.

대표적인 사례로 1984년 미국 TV에 방영된 매킨토시 컴퓨터 광고가 꼽힌다. 그해 미국 슈퍼볼 경기의 3쿼터 시작 전 60초 동안 방영된 이 CF는 두고두고 화제가 된다. 회색 옷차림의 남자들이 넋 나간 표정으로 좁은 길을 따라 행진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때 갑자기 붉은 운동복 반바지를 입은 금발 여성이 올림픽 투포환 경기에 쓸 법한 큼직한 해머를 들고 달려나오고 헬멧을 쓴 경찰이 그 뒤를 쫓는다. 행진하던 남자들은 널찍한 방안으로 들어서는데 그 안에는 비슷한 모습을 한 수백명이 공허한 눈으로 대형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다. 화면에 비친 것은 빅브라더의 거만한 모습이다. 곧 금발 여성이 방에 들어서서 두 바퀴를 회전하더니 해머를 던진다. 공중으로 날아간 해머는 비디오 화면을 박살내고 화면이 폭발하면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남자들의 놀란 얼굴 위로 흩어진다. 그리고 해방을 상징하는 이 감격스러운 장면 위로 다음과 같은 자막이 나타난다. ‘1월24일 애플 컴퓨터가 매킨토시를 선보입니다. 그러면 귀하는 1984가 왜 (조지 오웰의) 1984와 다른지 알 것입니다.’

광고의 반응은 놀라웠다. 1주일 만에 미국 전역의 모든 상점에 진열된 매킨토시가 매진됐다. 주문이 밀렸고 새로운 상품 카테고리가 생겨났다. 이 한 편의 광고로 존폐 기로에 섰던 애플사는 기적같이 살아났다. 광고 속에 담긴 이야기에 소비자가 뜨거운 호응을 보인 결과였다.

이 책에 따르면 잘 짜인 이야기는 5가지 요소를 갖고 있다.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열정, 청중의 공감대를 이끌어낼 영웅, 영웅이 맞서 싸워야 하는 악당, 영웅을 성장하게 만드는 깨달음의 순간, 이런 모든 과정을 거친 후 일어나는 영웅과 세상의 변화 등이다. 이들 요소를 골고루 갖추면 이야기를 접하는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오래 기억하게 한다는 것.

저자인 리처드 맥스웰은 시나리오 작가 경력을 바탕으로 경영 커뮤니케이션을 전문적으로 조언하는 컨설팅회사 ‘퍼스트 보이스’를 세웠다. 미국 할리우드 영화판에서 영화 시나리오를 수정하는 컨설턴트로도 활약한다. 공동 저자인 로버트 딕먼은 이 회사의 수석 코치로 기업 커뮤니케이션과 관련한 스토리텔링 전략을 가르친다. 일본에서 승려 생활을 한 경력이 있는 딕먼은 영화배우들에게 연기를 지도하기도 한다. 저자들은 기업에서 스토리텔링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소비자에게 이야기를 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또 그 이야기에 반응하는 것이 당신의 상품과 서비스를 홍보하는 최고의 방법”이라면서 “인간은 누구나 이야기를 좋아하는 본능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을 추천한 조일현 이화여대 교육공학과 교수는 “열정, 영웅, 악당, 깨달음, 변화라는 스토리텔링의 제조 공정을 명료하게 제시하고 그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는 솜씨가 탁월하다”면서 “갈피마다 만나는 역사학과 서사학의 지식, 인지심리학의 첨단 이론들을 살피는 것도 잊지 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디지털 스토리텔링 분야 연구에 천착하는 최혜실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경영이나 처세를 다룬 실용서들은 대부분 구체적인 상황, 전략에 치중한 나머지 그 근본에 대한 성찰이 부족했다”고 전제, “이 책은 이야기가 감성적으로 세계를 인식하고 이해하는 방식이라는 진실을 우리 삶의 전분야에 연결시킨 점이 탁월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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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철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che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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