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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칩 미술가 순례 6

‘꿈을 실현시켜주는 마법사’ 정연두

꿈이 현실, 가짜가 진짜 되는 행복한 위트

  • 정준모 미술비평가, 고양문화재단 전시감독 curatorjj@naver.com

‘꿈을 실현시켜주는 마법사’ 정연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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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멀티아티스트 정연두는 보통사람들의 소박한 꿈을 실현시켜준다. 이를 위한 허구적 장치들이 실재보다 더 생생한 실재처럼 자리를 잡지만 관객에게 일부러 빈틈을 보여주는 여유를 즐기기도 한다.
‘꿈을 실현시켜주는 마법사’ 정연두

▼ 1969년 경남 진주 출생
▼ 서울대 미대 조소과 졸업, 런던대학 골드스미스 칼리지 미술석사
▼ 제2회 상하이비엔날레 아시아유럽문화상, 2007 올해의 작가상 수상

사람은 누구나 희망을 갖고 산다. 희망은 바로 꿈이다. 꿈은 오늘이라는 시간을 내일로 연장시켜주는 힘이자, 내일까지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근거이고 존재의 이유다. 더구나 민초들에게 꿈은 어렵고 힘들고 버거운 일상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된다. 내일이 없다면, 그리고 그 내일이 오늘보다 나을 것이라는 믿음이 없다면 사람들은 모두 좌절하고 말 것이다.

하지만 희망은 희망으로 그칠 뿐 쉽사리 이뤄지지 않는다. 영영 이뤄질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사람들은 마치 유대민족이 메시아를 기다리듯 그 꿈이 현실로 이뤄지길 꿈꾸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정연두(39)는 우리의 아름다운 꿈을 실현시켜주는 마법사다. 물론 그가 이뤄주는 꿈의 실현이 항구적인 것은 아니다. 일시적인 것임에도 정연두를 통해 꿈을 이룬 사람들은 행복하고, 그것을 보는 사람들조차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누구에게나 있는 작고 소박한 ‘꿈’이 잠시 ‘이뤄지는 꿈’이 된다면 ‘꿈’이라도 행복해질 테니 말이다.

꿈이 현실이 됐다고 하지만 그것은 상상에 불과할 뿐 아니라 순간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도 정연두는 그들의 꿈을 실현시켜주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런 그를 보면 남의 꿈을 실현해주려는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그리도 동분서주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는 아직 작고 소박한 아름다운 꿈만을 대상으로 한다. 그래픽 기술이나 첨단장비를 사용하기보다는 매우 원시적인 아날로그 방식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꿈을 실현시켜주려는 이와 그 꿈을 가진 이가 혼연일체가 되어 땀을 흘리고 나누면서 이뤄내는 꿈이라야 더욱 빛이 나는 법. 그런 점에서 정연두는 힘들고 어려운 로(low) 테크놀로지를 고집하면서 작업하는 멀티아티스트다.

골드스미스의 ‘넘나들기’

‘꿈을 실현시켜주는 마법사’ 정연두

Wonderland “I want to be a Singer” 2004. 가수가 꿈인 어린아이의 그림을 그대로 재현했다.

요즘 세계적으로 주가를 높이는 영국 젊은 작가들을 보면 대부분 골드스미스 대학 출신이다. 생뚱맞게 출신학교를 들먹인 것은 정연두가 그곳 출신이기 때문이다. 그는 서울대 조소학과를 나오고 영국 골드스미스대에서 공부했다.

그에게 유학과정을 물어보면,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대개 “교과서 위주로 공부하고, 잠은 충분하게 잤다”고 하는 것처럼 “별생각 없이 무작정 떠났다”고 답한다. 물론 그의 선배가 쓴 영국 현대조각에 관한 논문이 영국행을 결정하는 동기가 됐지만 특별히 학부전공인 조소를 더 공부하고 심화시키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떠났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골드스미스에 들어갔는데, 매우 흥미로웠다고 한다. 조소와 회화가 큰 구분 없이 그냥 통용되며 강의가 이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의 미술교육은 전공 사이의 넘나들기가 거의 없다. 따라서 자신의 전공분야 안에서 모든 조형적, 기법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반면 이곳에서는 자신이 생각한 것을 표현하기 위해 어떤 방법이나 매체도 주저하지 않고 선택하고 사용할 수 있어 작업이 수월했다고 한다.

그는 이곳에서 사진의 기능에 눈뜨기 시작했다. 서울로 돌아와 작품을 발표했을 때 사람들은 그를 사진작가라고 칭했다. 하지만 그의 작업은 사진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그의 작업은 결과적으로는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관객과 소통했지만 정작 그는 순간을 포착, 발견하는 사진이 아니라 그의 생각을 직접 만들고 찾아가는, 그리고 그것을 기록하는 ‘과정’을 더 중시하기 때문이다.

‘남들은 어떤 꿈을 가지고 있을까’ 하는 호기심에서 출발한 1998년 ‘영웅(HERO)’ 시리즈는 ‘내 사랑 지니’(Bewitched, 2001)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영웅은 언제나 보통사람들이 위기에 처했을 때 홀연히 나타나 악당을 물리치고 지구를 구한 후 평상으로 돌아간다. 그는 남의 꿈 이야기만 채집하다 보통사람들의 꿈을 실현시켜주는 영웅이 되고 싶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는 주유소에서 기름 넣어주는 아르바이트생에게 포뮬라1에서 우승하는 레이서의 꿈을 실현시켜준다. 아이스크림가게에서 힘들게 일하면서 돈을 모아 남극을 여행하고 싶어하는 여학생을 사냥 나가는 에스키모 여전사로, 허름한 식당에서 서빙하는 소년을 고급 중국음식점 요리사로, 가수로 만들어준다. 고급 옷가게에서 빨간 코트를 입어보는 아름다운 젊은 여성은 교외의 넉넉한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엄마가 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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