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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신화는 언제 들어도 가슴 울렁

  • 고승철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cheer@donga.com

성공 신화는 언제 들어도 가슴 울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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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신화는 언제 들어도 가슴 울렁

세계시장을 제패한 숨은 1등 기업의 핵심 노하우를 분석한 ‘히든 챔피언’.

‘성공’이라는 말은 참신하지 않다. 너무도 익숙한 단어 아닌가. 그래도 들을 때마다 가슴이 울렁인다. 성공한 사람의 체험담이나 성공기업의 사례는 멋진 드라마처럼 감동을 준다. 경영대학원의 경영학석사(MBA) 과정에서 다루는 사례 연구도 대부분 기업의 성공요인을 찾는 것이다. 해당 기업은 갑자기 닥쳐온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는가, 만성적인 취약점을 어떤 혁신 대책으로 이겨냈나. 이를 살피는 MBA과정 학생은 재무자료 등을 들추며 성공 요인을 발견할 때마다 “아!” 하고 탄성을 지른다. 그는 수업시간에 과제를 발표할 때 마치 자신이 성공한 것처럼 흥분한 목소리로 “최고경영자(CEO)는 혁신 기술을 개발한 직원을 임원으로 전격 발탁했다”고 말하곤 한다.

‘히든 챔피언’(헤르만 지몬 지음, 이미옥 옮김, 흐름출판)은 우량 중견기업의 성공요인을 분석한 책이다. ‘세계시장을 제패한 숨은 1등 기업의 비밀’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이 책을 보면 먼저 두께와 크기 때문에 겁이 덜컥 난다. 언제 다 읽을 수 있을까…. 620쪽의 두툼한 크라운 변형판이어서 여느 책보다 중후한 볼륨감이 느껴진다. 뒷부분에 붙은 참고문헌과 색인만도 19쪽이다. 그러나 신문기사 같은 간결한 문장 덕분에 술술 읽혀 페이지가 금방 넘어간다. 장편소설을 읽는 기분이다.

책날개를 열자 웃음짓는 저자 사진이 나온다. 인당(印堂)의 굵은 홈이 저자가 꽤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임을 암시한다. 유럽의 피터 드러커, 경영학계의 석학, 독일이 낳은 초일류 경영학자…. 그런데 과연 일류 앞에 ‘초(超)’자를 붙일 만큼 대단한 학자일까? 이 책을 감수한 유필화 성균관대 교수가 저자에게 그런 칭호를 붙였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영학박사 학위를 받은 유 교수는 독일 빌레펠테대 초빙교수로 활동하다 독일경영연구원(USW)에 잠시 몸담기도 했다. 미국과 독일을 두루 알아 저자에 대해 그렇게 평한 듯하다.

유 교수에 따르면 저자는 독일어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사상가라고 한다. 저자는 독일 마인츠대 교수를 지냈으며 미국의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매사추세츠공대(MIT) 등에서 객원교수를 역임했다. 저자는 전략·마케팅·가격결정 분야의 권위자이며 전세계 고객을 대상으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몬 쿠허&파트너스의 설립자다.

혁신기술 가진 ‘히든 챔피언’

세계시장을 주도하지만 소비재를 생산하지 않아 대중에게는 덜 알려진 알짜 기업을 저자는 ‘히든 챔피언’이라 불렀다. 저자는 서문에서 “수년간 이 주제를 연구하면서 나는 시장을 주도하는 히든 챔피언이 세계 곳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서 “미국, 브라질, 일본, 남아프리카공화국, 한국, 뉴질랜드를 비롯해 수많은 나라에 이런 회사들이 있다”고 밝혔다. 한국 기업에도 관심을 가진 듯하다.

저자는 ‘히든 챔피언’을 고를 때 △세계시장에서 1~2위 또는 소속 대륙에서 1위 △매출액 40억달러(한화 기준 4400억원) 이하 △대중에게 덜 알려진 기업 등 3개 기준을 세웠다. 이렇게 해서 찾은 2000여 개 글로벌 기업을 꼼꼼히 살펴보니 이들의 공통점으로 △세계시장을 지배 △성장세가 뚜렷함 △생존 능력이 탁월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제품을 전문적으로 생산 △진정한 의미에서 다국적 기업과 경쟁 △결코 우연이나 기적으로 성공을 이루지 않았음 등을 발견했다.

이 가운데 상위 500개 기업의 성공 요인을 집중 분석했다. ‘히든’ 챔피언들의 공통점은 다른 기업이 모방하기 어려운 혁신기술을 확보했다는 것. 이를 바탕으로 만든 제품을 비싼 값에 판다. 풍력 발전에 쓰이는 회전날개 생산업체 에네르콘은 이 분야 세계 특허의 40% 이상을 가졌다. 거대 기업인 지멘스도 에네르콘에 로열티를 내야 한다. 에네르콘의 홈페이지는 기술교본 같은 느낌을 준다. 무대 마이크로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젠하이저는 제품마다 1~5개의 자사 특허를 넣어 다른 회사가 모방하지 못하도록 한다.

‘히든 챔피언’들은 세계화에 일찍 눈을 떴다. 74.4%가 창업 초기부터 수출을 시작했으며 33.9%는 창립과 동시에 해외 지사를 두었다. 독일 기준으로 보면 유럽시장은 독일의 3.7배, 세계시장은 독일의 11.4배나 된다. 동력장치 기술회사인 테크멘은 창업한 지 1년 후에 중국에 진출했고 오늘날 중국에서 일하는 직원이 독일 본사 직원 수보다 많다. 정수기 생산업체인 브리타의 창업자 하인츠 한카머가 미국에 진출한 일화를 옮겨보자.

“브리타 정수기를 미국에도 팔 수 있을지 확인하려고 미국에 갔습니다. 나는 약국에 들어가 그곳에 탁자를 하나 들여놓아도 되는지 물었지요. 허락을 얻어 브리타 여과기로 거른 물로 차를 만들어놓고 지나가는 여성 소비자들과 함께 얘기를 나누며 정수기를 팔았습니다. 사흘이 지나자 성공 가능성을 느꼈습니다. 그게 10년 전의 일이고, 요즘 우리가 미국에서 올리는 매출액은 1억5000만달러입니다. 4주 전에 나는 상하이에 있었고, 그곳에서도 똑같이 했지요.”

베개만큼 두툼한 이 책을 독파하고 나니 저자의 깊은 내공이 느껴진다. ‘유럽 경영학계의 자존심’이라는 칭호를 들을 만한 학자라는 점에 동의한다. 미국 경영학이 주로 대기업을 다루며 대기업에서 배우는 것만이 정답인 듯 여기는 데 대해 반기(叛旗)를 든 기개가 돋보인다. 저자가 20년간 발로 뛰어 조사했다는 점만으로도 대단한 성과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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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철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che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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